파고 넘을 최태원의 카드 'AI·반도체'...투자금 80조 마련 특명 "미국서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SK수펙스 내 반도체위원회 신설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01 09:36:43
이 기사는 2024년 06월 30일 11: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배터리와 바이오 등 기존 신성장동력의 부진에 인공지능(AI)과 반도체 투자를 확대한다. SK 최고경영진은 AI 리더십 확보를 위해 2026년까지 투자재원 80조원을 마련한다. 내달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 내에 반도체위원회가 신설된다.◇최태원 회장, SK 미래 한 축 'AI' 공식화
최 회장은 지난 28~29일 경기도 이천 SKMS연구소에서 열린 그룹 경영전략회의에서 "지금 미국에서는 ‘AI’ 말고는 할 얘기가 없다고 할 정도로 AI 관련 변화의 바람이 거세다"라며 "그룹 보유 역량을 활용해 AI 서비스부터 인프라까지 AI 밸류체인 리더십을 강화해야 한다"고 말했다.
경영전략회의는 SK가 매년 6월 말 개최하는 최고경영진 회의다. 올해 회의에는 최재원 SK이노베이션 수석부회장과 최창원 SK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 SK㈜, SK이노베이션, SK텔레콤, SK하이닉스 등 주요 계열사 CEO 20여명이 참석했다. 미국 출장 중인 최 회장은 화상으로 참석했다.
![](https://image.thebell.co.kr/news/photo/2024/06/30/20240630110145288_n.jpg)
SK 경영진은 최 회장의 주문에 수익성 개선과 사업구조 재편 등으로 2026년까지 투자재원 80조원을 확보하는 데 의견을 모았다. 투자 분야는 AI 반도체와 데이터센터, AI 서비스(개인형 AI 비서 등) 등이다.
SK하이닉스는 2028년까지 5년간 총 103조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고대역폭 메모리(HBM) 등 AI 관련 사업에만 80%(82조원)를 투입한다. SK텔레콤과 SK브로드밴드는 AI 데이터센터 사업에 5년간 3조4000억원을 투자한다.
CEO들은 오는 7월 1일자로 그룹 최고협의기구인 SK수펙스추구협의회에 반도체위원회를 신설한다. 위원장은 곽노정 SK하이닉스 대표이사 사장이 맡는다.
SK가 AI와 반도체 투자를 1순위로 논의한 건 향후 2~3년간 HBM 등 그룹 보유 사업의 성장을 위해 역대 최대 규모의 투자가 필요할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HBM은 여러 개의 D램을 수직으로 연결해 기존 D램보다 초당 데이터 처리 속도를 10배 이상 끌어올린 제품이다. 연산능력이 뛰어나 생성형 AI 학습용뿐 아니라 슈퍼컴퓨터, 데이터센터 등에 활용된다. SK하이닉스는 2013년에 HBM을 처음 개발해 삼성전자와 미국 마이크론을 제치고 5세대 HBM 시장에서 주도권을 쥐고 있다.
◇배터리·바이오 등 속도조절 주문...219개 계열사 정리도 시작될 듯
최 회장은 성장에 정체된 바이오와 배터리 등의 분야는 내실 경영을 해야 한다는 의견을 제시했다. 그는 관련 계열사 CEO들에 원가 절감과 조직 슬림화, 사업구조 재편 등으로 질적인 성장을 추구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배터리 사업은 외형 성장은 이뤘으나 업황 둔화로 아직 적자에서 탈피하지 못했으나 대규모 투자가 지속되면서 그룹의 재무 부담을 키웠다. 바이오 또한 그간 공격적으로 투자해 온 분야였으나 수익성이 확보되지 않은 상황이다.
최 회장은 "그린과 화학, 바이오 사업은 시장 변화와 기술 경쟁력 등을 면밀히 따져 선택과 집중, 내실 경영을 해야 할 때"라고 말했다.
SK는 이번 회의에서 구체적인 재무 목표도 제시했다. 2026년 세전이익 목표치는 40조원이다. 작년에는 10조원 적자였다. 비용 절감과 사업 포트폴리오 조정 등으로 4년 내 잉여현금흐름(FCF) 30조원을 만들어 부채비율을 100% 이하로 관리한다는 방침도 세웠다.
CEO들은 계열사 수를 관리 가능한 범위 내로 줄이기로 했다. SK그룹의 국내 계열사 수는 219개(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기준)다. 2018년(101개) 대비 2배 이상 늘었다. 이는 앞서 최창원 의장이 각 계열사에 "이름도 알지 못하는 계열사가 너무 많다"고 지적한 데 따른 것으로 분석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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