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증권신고서 정정 리스트]하스, 미래손익 추정치 '시나리오별 증명' 첫사례베스트-노말-워스트로 나눠 상세 근거 밝혀…5회 수정 끝에 3일 신규 상장
손현지 기자공개 2024-07-05 15:19:11
[편집자주]
올해 6월은 IPO 청약 일정이 빽빽했다. 한국거래소 인사가 예년과 달리 2분기로 늦춰지면서 밀려있던 상장 심사 일정이 대거 집중됐다. 시프트업, 이노스페이스 등 기대주들의 증시 입성 기대감이 커졌다. 하지만 금융감독원이 복병이 됐다. 파두 사태 이후 예비 상장사들에게 한층 엄격해진 심사 잣대를 들이대며 증권신고서 정정을 요청하고 있다. 당국이 지적한 정정 요구 사항 등을 면밀히 파악해보고, 예비 상장사들의 개선책 마련을 위한 행보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3일 10: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치과 의료기기 전문업체 하스가 지난 4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뒤 3개월 만에 증시 입성의 쾌거를 누린다. 금융당국의 깐깐한 심사기조에 무려 다섯번이나 신고서를 정정한 뒤에야 가까스로 통과한 것이다.주요 심사 사안은 '미래손익 추정치'와 관련한 부분이다. 흑자 기업인데도 기술특례상장 트랙을 밟는 만큼 금융당국으로부터 기업가치 산정 기준인 순이익 추정치와 관련해 사업 '시나리오별'로 추정 매출을 요구받았다. 이에따라 하스는 미래 3개년 실적 예측에 대해 베스트, 노말, 워스트 등으로 나눠 상세한 근거를 제시했다.
◇미래추정 실적, 시나리오별 세분화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스는 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한다. 지난 24일부터 이틀간 일반 투자자 대상 청약을 진행한 결과 2126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청약증거금을 모았다. 하스는 치아용 보철물에 사용되는 소재인 '리튬 디실리케이트 글라스 세라믹'을 주력 제품으로 판매하는 회사다.
상장 심사 과정이 수월했던 건 아니다. 지난 4월 5일 처음 증권신고서를 접수한 뒤 무려 5차례나 수정 작업을 거쳤다. 하스는 다른 기술특례상장 기업들과는 달리 지난 5년간 흑자를 내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금융당국으로부터 매출 편중위험, 추정손익 미달 위험, 정부 연구개발 과제 수행 위험 등 다양한 부분을 지적받은 것이다.
당초 하스는 향후 3년(2024~2026)간 회사의 매출이 각각 228억원, 348억원, 472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예상했다. 매출 증가율로 따지면 42%, 52%, 35%다. 수주잔고 등의 실질적인 근거 없이 예측만으로 미래 매출을 추정했었던 것이다.
하지만 당국으로부터 향후 3개년 추정 실적을 시나리오별로 제시해달라는 요구를 받았다. 이에 따라 정정신고서에 2026년까지의 추정실적을 밝히면서 베스트-노말-워스트 등으로 시나리오를 나눠 제시했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사용된 '베스트' 시나리오는 신제품 매출이 성공적으로 이뤄지고 기존 제품의 매출 성장률이 과거의 80% 수준으로 가정했다. '노멀' 시나리오는 신제품 매출이 베스트 상황 대비 50% 만큼만 판매되고 기존 제품 매출이 시장 평균 성장률인 17.33%만 성장할 것이라고 가정했을 경우로 잡았다.
워스트 시나리오에선 신제품 매출이 전혀 일어나지 않았을 최악의 경우를 가정했다. 기존 매출 성장률도 시장 평균 성장률에 그친다고 예상했는데 이 경우 오는 2026년에 순적자 20억원을 낼 수 있다고도 설명했다.
◇매출 추정으로 끝나지 않고, 시나리오별 세부 근거 제시
두번째 정정신고서에선 각 시나리오(베스트-노멀-워스트)마다 매출 추정에 사용된 세부수치들을 일일히 공개했다. 이를 테면 재료비, 노무비, 감가상각비 등 제품 매출 원가와 인건비, 변동비, 연구개발비 등 판매비와 관리비로 지출되는 상품 매출 원가 등을 상세히 명시한 것이다.
IB업계 관계자는 "파두 사태 이후 시나리오별로 예측 실적치를 제시해달라는 요구는 있었지만 하스는 그보다 더 상세한 근거를 요구받은 듯 하다"며 "아무리 기술특례기업에 대한 허들이 높아졌다고는 하지만 드문 사례"라고 평가했다.
매출뿐 아니라 미래 추정 영업이익, 순이익, 매출원가 등을 시나리오별로 제시한 건 하스가 처음이다. 매출뿐 아니라 비용구조를 어떻게 잡느냐에 따라 기업가치를 산정하는 기준인 순이익 규모가 크게 바뀔 수 있다는 가정하에서다.
실제로 그간 금감원이 회계심사에서 지적한 사례를 살펴보면 매출원가 등을 '허위'로 계상한 사례가 많기도 했다. 이와 관련해 하스는 원재료 수급 등에 따라 향후 가격변동이 확대될 수 있다는 점 등을 추가로 고지했다.
주요 원재료 중 터븀은 희토류 원소에 해당되는데 이는 생산량이 워낙 적은 광물로 알려진다. 가공도 어려워서 가격 자체가 높게 형성돼 있다. 현재는 희토류 상당부분을 중국 수입에 의존하고 있기에 향후 가격 변동성이 확대될 수 있는 있다는 점을 투자자들에게 알린 것이다.
정부과제 수행으로 인한 위험도 설명했다. 하스는 "오는 2025년까지 11억5000억원에 달하는 정부지원금을 사용 가능하지만, 향후 추가 과제 수임에 실패할 경우엔 연구개발 비용 부담이 증가할 수 있다"며 "미래 수익성과 재무 안정성에 부정적인 영향이 있을 수 있어 투자자들의 유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매출편중·해외사업 위험 등 '다각도'로 밸류 증명
이후 1분기 실적 공시 내역을 반영하면서 추가적으로 신고서를 정정해나갔다. 매출처 편중 위험성에 대해서도 상세한 설명을 덧붙였다. 하스의 주요 제품은 리튬 디실리케이트 결정화 유리치과 수복소재와 지르코니아 유치관이다.
현재는 상위 3개 고객사에 매출비중이 각각 약 37.1%, 39.0%, 37.9%로 분산돼 있어 매출처 편중이 심하진 않다.다만 일부 판매처의 재무 상태가 악화된다면 매출편중 위험은 언제든지 높아질 수 있다.
하스는 "예기치 못한 사업상 위험, 정상적 사업 영위의 어려움, 계약 관계의 파기 등으로 향후 매출편중이 높아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경우 사업에 중대한 악영향을 미칠 수 있기에 투자자들은 유의하라"고 당부했다.
금감원은 하스 개별심사 때 적용했던 방식을 다른 IPO 기업에도 적용하는 게 적절할지 논의할 예정이다. 주관사는 삼성증권이 맡았다.
하스는 3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했다. 기관 수요예측 결과 공모가는 희망공모밴드(9000원~1만2000원)을 초과한 1만6000원으로 확정됐다. 공모 청약경쟁률은 2126.46대 1을 기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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