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05일 07: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우리는 (다른 경쟁사처럼) 라디오 광고를 하거나 껌 팔듯이 장사하지 않겠다.” 얼마전 ETF(상장지수펀드) 신상품 기자간담회에 나선 미래에셋자산운용 이준용 대표의 발언이 화제다. 특정 운용사의 마케팅 행태를 꼬집는 발언이었지만 '껌팔이'라는 표현에 경쟁사 비하의 의도가 담겼다는 해석이 확산되기도 했다.ETF 시장이 과열되면서 자산운용사들의 경쟁도 갈수록 치열해지고 있다. 점유율을 0.1%포인트라도 더 늘리기 위해 경쟁사에 대한 공개 저격도 불사하는 모습이다. 시장 규모가 확대되면서 유사한 종목들도 잇따라 쏟아져 나오고 있다. 운용사들은 고객 유치를 위해 자사 상품 홍보와 마케팅으로 시선 끌기에 여념이 없다.
최근에는 수수료 인하 경쟁에 불이 붙었다. 삼성자산운용이 미국 대표지수 ETF 4종의 총보수를 업계 최저 수준으로 낮춘데 이어 미래에셋자산운용은 금리형 상품 수수료를 낮췄다. 대형사들의 신경전에 한화자산운용, 신한자산운용, 마이다스에셋자산운용도 잇따라 인하 행렬에 합류했다. 당장 수익이 줄더라도 시장점유율을 높이기 위한 움직임이다.
아예 브랜드명을 교체해 이미지 제고에 나서는 곳들도 늘고 있다. 올해 들어 하나자산운용이 ‘KTOP’에서 ‘1Q(원큐)’로, KB자산운용이 ‘KBstar’에서 ‘RISE’로 바꿨다. 한화자산운용은 'ARIRANG'을 버리고 'PLUS'로 변경할 예정이다. 모두 브랜드 리뉴얼을 통해 존재감과 인지도를 키우려는 목적이다.
하지만 정작 투자자들은 관심 밖이다. 연초 이후 순자산총액이 급증한 ETF 종목들은 대부분 수익률 순위와 궤를 같이 하고 있다. 개인투자자들은 운용사들의 브랜드명이 어떻게 바뀌었는지, 보수가 얼마나 내렸는지보다는 자신이 투자한 상품에 얼마 만큼의 수익이 돌아오는 지가 더 중요하다. 수수료가 더 비싸더라도 액티브 ETF에 자금이 몰리는 이유다.
생존을 위한 싸움이 격화되면서 업계에 대한 치킨게임 우려는 커지고 있다. 시장 규모가 150조원을 넘어서면서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어느 한 곳도 이 수혜를 마음껏 누리지 못하고 있다. 선발주자들은 자리를 지키 위해 돈을 쏟아붓고 후발주자는 이들을 따라잡기 위해 사활을 건다.
이름 바꾸기나 수수료 후려치기는 결국 단기적인 처방에 불과하다. 투자자들의 눈길을 잠시 잠깐 돌릴 수 있을지 모르겠지만 그 이상, 그 이하도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상품별 차별성이 거의 없고, 베끼기가 횡행하는 ETF 시장의 고질적인 한계 탓에 운용사들이 창의성 넘치는 전략을 펼칠 수 없는 상황이긴 하다. 모든 운용사들이 고민하는 부분이기도 하다.
과거 기업 흥망의 역사를 살펴보면 건강하고 튼튼한 산업 생태계는 또 다른 밸류체인을 만들면서 점차 발전해나가는 모습을 보였다. 결국 시장 참여자들이 질적 성장을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누구도 승자가 될 수 없다는 얘기다.
답을 구하기 어려운 문제지만 결국 살아남기 위해서는 다른 곳들과 차별화된 무기를 내세울 수 있어야 한다. 선의의 경쟁은 필요하지만 원색적이고 1차원적인 마케팅만으로는 발전이 어렵다. 모두가 웃을 수 있을 때 시장 발전이 이루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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