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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태원의 딥체인지, AI]믿는 구석 SKT, 관건은 'AI 킬러앱'③안정적 현금흐름이 투자 밑바탕…'무주공산' AI 서비스서 성과 내야

정명섭 기자공개 2024-07-11 07:23:13

[편집자주]

'회장님의 어떤 것'은 특별하다. 최고 경영자가 주목한 기술이나 제품이 곧 기업의 미래이자 경쟁력이 되기 때문이다. 나아가서는 새로운 산업을 창출하거나 글로벌 시장으로 도약하는 계기가 되기도 한다. 모든 것이 오너의 역할은 아니겠지만 의사결정권자의 무게감은 더없이 막중하다. 더벨이 기업 오너와 최고경영진들이 낙점한 기술·제품의 과거와 현재를 짚어보고 미래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09일 14:4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미국 오픈AI와 마이크로소프트 본사에서 각 CEO들과 회동할 때 동행한 경영진은 유영상 SK텔레콤 사장과 김주선 SK하이닉스 사장이다. 향후 두 회사가 SK그룹 AI 생태계 확대에 적지 않은 기여를 할 것으로 거론되는 이유다.

SK텔레콤은 그룹의 믿는 구석이다. 안정적인 통신사업으로 매년 연결기준 상각전영업이익(EBITDA) 5조5000억원을 거두고 있다. 지주회사 SK㈜에 안기는 배당 규모는 계열사 중 최상위권인데 이를 제하고도 잉여현금흐름 1조원가량을 창출한다. 인공지능(AI) 등 신사업 확장 측면에서 어느 계열사보다 유리한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다.

◇성장 예견된 'AI 데이터센터'에 대규모 투자

AI 밸류체인은 크게 인프라와 트랜스포메이션, 서비스 영역으로 구분된다. 인프라는 AI 칩셋과 AI 데이터센터, 초거대언어모델(LLM) 등을 포함한다. 트랜스포메이션은 AI 고객센터 같은 B2B 영역이다. 서비스 부문은 AI 개인 비서 등이 대표적이다.

SK텔레콤은 AI 밸류체인 세 분야에 모두 발을 걸치고 있다. 이 중 유일하게 대규모 투자를 확정한 분야는 AI 데이터센터다. AI 데이터센터는 AI 학습과 추론 등에 필요한 그래픽처리장치(GPU) 서버를 제공하고 열 관리를 위한 냉각시스템 등이 담긴 데이터센터를 말한다. 지난해 국내외 IT 기업들의 생성형 AI 출시로 AI 데이터센터는 돈 되는 사업으로 주목받고 있다.


이미 일반 데이터센터 매출은 성장 국면에 있다. 기업들의 디지털 전환 속도가 빨라진 영향이다. SK텔레콤의 데이터센터 매출은 2022년 1560억원에서 지난해 2020억원으로 늘었다. 이에 데이터센터 규모를 2030년까지 2배(2023년 대비) 확대한다는 중장기 목표도 세웠다.

지난해 SK텔레콤이 데이터센터와 네트워크, 시스템 등에 투자한 금액은 9995억원에 달한다. 2021년 투자액은 8228억원 2022년엔 8202억원이었다. 작년에 주력 사업인 5G 서비스 확대 등에 투입된 자본적지출(CAPEX)이 1조7430억원인 점을 고려하면 결코 적지 않은 수준이다. 올 1분기에도 데이터센터 등에 이미 800억원 넘게 투입됐다.

AI 데이터센터 사업은 AI 반도체 자회사 사피온, SK엔무브와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점에서도 기대를 받고 있다. 사피온은 작년 11월 데이터센터용 AI 반도체를 선보였다. SK엔무브는 올 하반기 데이터센터용 액침냉각 제품 상용화를 앞두고 SK텔레콤과 협력하고 있다.

액체냉각은 전기가 통하지 않는 특수 냉각 플루이드(기체와 액체 중간물질)를 활용해 데이터센터 서버를 식히는 방식을 말한다. AI 데이터센터 시장이 커질 것으로 예상돼 GS칼텍스, 에쓰오일 등 경쟁사들도 액체냉각 시장에 뛰어들었다.

◇'무주공산' AI 서비스 시장 선점 주목

SK텔레콤이 장기적으로 승부를 봐야할 분야는 AI 서비스다. AI 서비스는 챗GPT로 대변되는 생성형 AI나 관련 앱을 통칭한다. AI 밸류체인 내에서 B2C에 해당하는 최전방 영역이다.

AI 서비스 시장은 챗GPT 외에 킬러 앱이 등장하지 않아 '무주공산'으로 손꼽힌다. 스마트폰 보급 확대 초기에 카카오톡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같이 이용자들의 일상을 파고 든 인기 서비스가 AI 시장에선 아직 나오지 않았다는 평가다.

오픈AI의 챗GPT나 마이크로소프트의 코파일럿 같은 서비스는 업무에 도움을 주는 선에서 활용되고 있어 이용자들이 장시간 사용하는 서비스와 거리가 멀다. 반대로 보면 AI 서비스 시장의 독보적인 기업이 없어 기회가 무궁무진하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SK텔레콤의 AI 서비스는 작년 9월 출시한 AI 개인 비서 에이닷이 있다. 아이폰에서도 통화 녹음이 가능하고 실시간으로 통화 통역 서비스가 담겨 이용자 수가 꾸준히 늘었다. 지난 5월 기준 에이닷 앱 이용자 수는 126만여명이다. 다만 SK텔레콤 무선통신 가입자 수가 약 2300만명에 달하는 점을 고려하면 높지 않은 수준이다.

SK텔레콤은 해외 AI 스타트업으로 주목받고 있는 휴메인, 퍼플렉시티 등과 AI 개인 비서 사업 협력을 맺었다. 휴메인은 애플에서 디자인과 소프트웨어 업무를 맡았던 직원들이 나와 설립한 기업이다. 근래 옷핀 형태의 AI 디바이스인 AI핀을 선보여 주목받았다. SK텔레콤의 목표는 명확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통하는 AI 비서 서비스 출시다.

SK텔레콤의 연구개발(R&D)도 AI 서비스 개발에 집중돼있다. AI가 뉴스와 방송 프로그램의 배경, 영상, 이미지 등을 자동 생성하는 솔루션과 5개 언어로 자막을 번역하는 서비스 등을 개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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