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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interview]"한국판 신에츠화학공업으로 발돋움할 것"최윤성 나노팀 대표

대전=조영갑 기자공개 2024-07-18 08:55: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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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에 답이 있다. 기업은 글자와 숫자로 모든 것을 설명하지 못한다. 다양한 사람의 땀과 노력이 한 데 어울려 만드는 이야기를 보고서를 통해 간접적으로 유추해 볼 뿐이다. 더벨은 현장에서 만난 사람들을 통해 보고서에 담지 못했던 기업의 목소리와 이야기를 담아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15일 14:1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될성 부른 테크(tech)기업의 조건은 뭘까. 요소기술은 기본 중의 기본이다. 하지만 그 요소기술을 킬러 아이템으로 만들어 돈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어디까지나 창업자의 개인기이자 능력이다. 그런 점에서 대표자의 혜안과 과단성은 좋은 불쏘시개가 된다. 일론 머스크는 대표적인 괴짜(nerd)로, 추진력 만큼은 타의 추종을 불허한다. 이후부터는 인재 리소싱이다. 좋은 인재가 몰려야 회사가 반석 위에 설 수 있다.

2016년 설립된 이후 7년만인 지난해 3월 코스닥에 상장한 나노팀(Nano TIM)은 아직 초기 기업 단계이지만, 될성 부른 테크사의 면모를 두루 갖추고 있었다. 요소기술, 대표자의 혜안과 결단력, 우수한 인재풀 등이다.

지난 10일 대전 유성구 나노팀 본사에서 만난 최윤성 대표(사진)는 "일본 신에츠화학공업이 롤모델"이라고 강조했다. 친환경 모빌리티 소재 부문을 필두로 글로벌 종합 소재 기업으로 스케일업하겠다는 포부다.

최 대표는 서울대 지질학과 학·석사를 졸업하고 미국 UCLA 재료공학 박사를 수료한 지질, 재료 전문가다. 1996년부터 2002년까지 삼성테크윈(현 한화에어로스페이스)에서 근무했다. 이후 리퀴드메탈 테크놀로지스(Liquidmetal Technologies), 자빌 서키트(Jabil Circuit), 고우글로벌 해외영업, 헨켈코리아 부사장 등을 거쳐 2016년 나노팀을 창업했다. 학자적 식견을 토대로 두터운 기술영업 커리어, 글로벌 네트워크를 갖췄다는 평이다.

그를 잘 아는 업계 관계자는 "마켓 트렌드를 읽는 뛰어난 안목이 있고, 시장이 개화되기 전 언멧니즈(미충족수요)를 공략해 사업화하는 인사이트가 돋보이는 경영인"이라고 평가했다. 캐즘 해소의 대안으로 평가되는 '열폭주방지패드' 등의 소재 개발이 대표적이다. 시장의 수요가 발생하기 전 선제 R&D 투자를 통해 기술 우위를 다지고 있다. 내년 양산 예정이다.


최 대표가 언급한 신에츠화학은 일본의 대표적인 화학, 소재기업이다. 1926년 설립, 약 100년 간 R&D를 고도화하며 안정적인 성장을 구가하고 있는 글로벌 기업이다. 자회사 신테크를 앞장 세워 세계 염화비닐 수지 시장을 석권하고 있고, 글로벌 반도체 웨이퍼 시장도 장기간 세계 1위를 점유하고 있다.

합성 석영과 포토레지스트(반도체 감광액) 부문 역시 톱티어 수준이다. 지난해 글로벌 경기 불황 속에서도 매출액 2조8088억엔(24조5879억원), 영업이익 9982억엔(8조7381억원)의 최대 실적을 기록했다. '불황에 강한 기업'이라는 별칭이 있다.

최 대표가 신에츠공업을 롤모델로 거론한 것은 소재 기업으로서 신에츠공업이 보여 준 궤적 때문이다. 소재 기업은 R&D 등 초기 투자 비용이 대량 투입되지만, 시장만 선점하면 지배력을 토대로 막대한 영업이익을 누릴 수 있다. 신에츠공업은 염화비닐로 시작했지만, 압도적 시장지배력으로 화학, 반도체 등 산업군을 휘어잡는 제조사가 됐다. 300밀리 실리콘 웨이퍼 선제 투자(1200억엔)가 대표적 사례다.

최 대표는 "헨켈 시절 반도체 관련 소재 기술영업을 한 적이 있었는데 이때 소재사업의 매력과 무한한 잠재력을 체감했다"면서 "현재 EV 등 친환경 모빌리티 부문에서 방열, 방염소재 부품의 점유율을 늘려나가고 이후 산업 전반에 우리 제품이 적용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고 강조했다.

현재 나노팀과 최 대표가 전사의 역량을 투입하고 있는 제품은 '열폭주방지패드'다. EV 배터리셀에 화재가 발생할 경우 셀과 셀에 연쇄적으로 불이 붙어 고열이 발생, 폭발의 위험성이 커지는데 이 '열폭주 현상'을 원천적으로 봉쇄하는 부품이다. 아직 국내에는 적용되지 않고 있으며, 미국 소재기업 '아스펜에어로겔(Aspen Aerogels)'이 일부 모델에 양산하고 있다. 나노팀은 현재 건설하고 있는 울산 신공장을 거점으로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한다는 방침이다. 경쟁사 대비 높은 기술력, 가격경쟁력 등이 강점이다.

최 대표는 "NCM 삼원계 배터리의 생산원가, 효율을 고려하면 향후에도 EV 시장의 주종이 될 것으로 보이는데 안전성 문제가 마지막 남은 과제가 될 것"이라면서 "현재 EV 캐즘(수요정체)의 근본 배경이 안전성 문제로 지적되는 만큼 나노팀은 안전이라는 '언멧니즈'(미충족수요)를 충족시키는 소재기업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최 대표는 이날 인터뷰에서 열폭주방지패드와 함께 적용 예정인 열폭주방지 '소화액' 소재도 소개했다. 패드와 소화액을 패키지로 공급해 EV 제조사의 숙제(안전성)를 원천적으로 해결하겠다는 복안이다. 하반기 캐즘이 완화되고 내년 EV 캐파가 재차 늘어나면 범용될 가능성이 크다. 현재 복수의 글로벌 EV 완성차 브랜드들과 협의를 진행하고 있다.

불의의 사고시 EV 배터리셀에 불이 붙는 상황을 가정하면, 일차적으로 열폭주방지패드가 인근 셀에 불이 옮겨 붙는 것을 차단하고, 이후 소화액이 주입돼 화재를 소화하는 방식이다.

나노팀이 개발한 소화액의 경우 차세대 177A(암페어) 대용량 배터리를 대상으로 실험을 진행, 최대 플레임이 발생하는 7초부터 소화액이 주입돼 '패드·소화액' 시스템이 15초 만에 화재를 완전히 잡았다. 패드가 이미 열폭주 완전차단 기준인 'NP(Non Propagation)'를 달성했기 때문에 큰 시너지가 발현될 수 있으리라는 분석이다.

나노템은 방염 시스템을 EV를 시작으로 배터리, ESS가 적용되는 모든 산업군으로 확장한다는 계획이다. 화염에 더욱 취약한 선박, 항공(UAM) 시스템이 대표적이다. 올해 말 울산 신공장이 완공되고, 내년 상반기 양산에 돌입하면 2025~2026년부터 공급량이 대폭 늘어날 것으로 보이다. 자동화 설비로 구축되는 울산 신공장의 캐파는 약 3000억원(매출액 기준) 이다. 여기에 미국과 체코 현지에 법인을 설립 향후 글로벌 완성차 수요에도 대응한다.

최 대표는 "전기차 방염 소재 부문에서 미국의 아스펜에어로겔을 넘어서고, 2026년부터 본격적인 성장 구간에 진입해 모빌리티 종합 소재기업으로 거듭나는 발판을 마련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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