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넥슨 대해부]도쿄 상장 10여년, 기업가치 '3배'⑨[기업공개]대우 출신 최승우 주도…시총 24.5조, 게임업계 부동의 1위
고진영 기자공개 2024-07-24 10:35:35
[편집자주]
국내 게임업계 지형도가 달라지고 있다. 이른바 3N(넥슨·넷마블·엔씨소프트) 시대가 서서히 막을 내리는 양상이다. 세 회사는 10년 가까이 '삼국지'처럼 국내 게임시장을 삼분하며 각축전을 벌여 왔지만 최근에는 넥슨 홀로 질주하는 모습이다. 더벨은 한국을 대표하는 게임사 넥슨만의 성장스토리와 지배구조, 성장전략, 키맨 등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2일 08:5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1세대 게임사 가운데 넥슨은 상장이 유독 늦었다. 후발주자들이 줄줄이 상장할 때도 몸을 사리다가 개발자들이 대거 빠져나갔다. 주주들의 눈치를 보면 몸이 무거워지고 기동성이 떨어진다고 여겼기 때문이다.넥슨은 해외매출이 어느정도 자리잡고 나서야 일본 도쿄에서 기업공개(IPO)를 본격화했다. 좁은 국내 생태계를 떠나 글로벌 회사로 크기 위한 방편이었다.
◇'투자도 싫다'…상장 꺼린 이유
김정주 회장이 상장에 보수적이었던 것은 잘 알려진 이야기다. 지분 투자를 받으면 상장에 대한 압박이 커질까봐 설립 초기부터 투자도 꺼렸다. 대한투자신탁에 넥슨 지분 5%를 넘기고 300억원을 투자 받기로 했다가 계약 당일 취소한 일도 있다.
1999년 무섭게 끓어올랐던 코스닥 시장이 순식간에 꺼진 것 역시 경계심을 부추겼다. 그 무렵 코스닥 시장은 벤처 열풍으로 하루 거래대금이 수십억원에서 조단위까지 뛰어오르며 불야성을 이뤘다. 하지만 미국발 닷컴버블 붕괴가 터지면서 하루아침에 긴 침체에 빠진다.
김 회장은 매출 3000억원을 찍기 전까지 상장은 없다고 공언했다. 상장을 원하던 개발자들과 내홍이 일었던 배경이다. 그의 관심은 해외 진출에 쏠려 있었다. 한 번 접었던 일본법인을 2002년 말 다시 세웠다. 이듬해엔 아예 일본으로 이주했다. '상장한다면 일본'이라고 이때부터 생각하고 있었다.
당시 해외사업을 이끌었던 장본인이 최승우 전 넥슨재팬 대표다. 최 전 대표는 대우상사에서 구리 파는 일을 하다가 대학 시절 김정주 회장과의 인연으로 넥슨에 합류했다. 해외 매출이라곤 한 푼도 없던 시절부터 넥슨의 해외사업, 상장을 책임지고 있었다. 그러나 2004년 넥슨이 가진 현금을 털어 위젯(메이플스토리)을 인수하면서 상장은 기한없이 미뤄졌다.
◇갈림길의 넥슨, 상장 위해 포기한 'LoL'
2007년이 왔다. 넥슨은 처음으로 연매출 3000억원을 돌파했다. 김정주 회장이 이야기했던 상장 기준을 넘겼으니 의미가 컸다. 넥슨은 해외사업의 교두보로 여겼던 일본 도쿄에서 상장을 추진하고 있었다. 국내 시선이 곱지 않았지만 넥슨은 일본 시장이 더 게임산업에 친화적이라고 판단했다.
문제는 이듬해 넥슨이 네오플(던전앤파이터)을 거금을 들여 인수했다는 점이다. 현금이 동났고 상장이 또 연기됐다. 당시 투자자들을 대상으로 한 기업가치 평가에서 원하는 몸값을 받지 못했다는 후문도 있다.
그 때만해도 넥슨은 상장이 급하지 않았다. 네오플을 사면서 빚을 지기도 했고 금융위기 여파도 고려할 필요가 있었다. 최 전 대표는 상장을 서두르기보다 비용절감을 선택했다. 수수료를 깎기 위해 주간사를 기존 증권사에서 노무라증권으로 바꾸고 상장 밑작업을 다시 시작했다.
2010년 즈음이 되자 사정이 달라졌다. 넥슨 매출이 1조원을 코앞에 두고 있던 시기다. 이미 해외 매출은 2008년부터 국내 매출을 추월했으며 격차는 갈수록 벌어졌다. 해외 사업을 더 확장하기 위해선 뛰어난 현지 개발자들을 고용하고 글로벌 인수합병을 물색해야 했다. 그럴 만한 자금을 확보하고 위상을 올리려면 상장만이 답이었다.
하지만 넥슨은 선택의 갈림길에 놓여 있었다. 김정주 회장은 <리그 오브 레전드>를 개발한 라이엇게임즈를 인수하고 싶어했다. 걸림돌은 텐센트였다. 텐센트도 라이엇게임즈를 노리고 있었다.
텐센트는 넥슨 캐시카우인 <던전앤파이터>의 중국 퍼블리싱을 담당하는 중국사업 파트너다. 라이엇게임즈 인수전에 달려들었다간 상장이 다시 늦어지고 탄센트와 관계에 금이 갈 수도 있었다. 결국 라이엇게임즈는 텐센트가 인수했다.
인수를 포기한 넥슨은 상장작업에 속도를 냈다. 김 회장이 워낙 오래 기업공개를 망설였던 만큼 이번에도 상장하지 않을 것이란 업계 시선은 여전했다. 그러나 2011년 12월 14일 넥슨(넥슨재팬)은 도쿄증권거래소 1부 시장에 입성했다. 최 전 대표가 상장을 알리는 타종을 쳤다.
◇공모 시총 '8조'…"종착지 아닌 출발"
넥슨의 주당 공모가는 1300엔(약 1만8800원), 주식 총수는 신주발행 7000만주를 합쳐 4억2500만주였다. 공모 시가총액이 한화로 8조원을 넘었다. 그 해 도쿄증권거래소에 상장한 기업 중에서 가장 규모가 컸다. 넥슨은 신주 발행을 통해 900억엔, 당시 한화로 1조3400억원에 이르는 돈을 증시에서 조달했다.
상장 뒤 최승우 전 대표는 컨퍼런스콜에서 "넥슨의 상장은 종착지가 아니라 새로운 출발"이라며 "글로벌 차원에서 M&A 가능성을 열어 두고 적극적으로 진행할 것이며 세계 1위 온라인엔터테인먼트 기업이 목표"라고 말했다.
실제로 넥슨은 2012년 일본 글룹스(5230억원), 2013년 노르웨이 스토케(5000억원), 2019년 스웨덴 엠바크스튜디오 등 해외기업들을 활발히 사들였다.특히 유아용품업체인 스토케의 경우 게임과 전혀 상관없는 곳이라 인수 당시 말이 많았지만 성공적인 딜로 평가된다. 성장이 계속되면서 연간 4000억원의 매출을 내고 있다.
2020년엔 넥슨이 국내 게임업계 처음으로 기업가치 20조원을 넘겼고 같은 해 말 30조원을 돌파했다. 당시 도쿄증권거래소 1부 상장기업 가운데 50위, 게임사 중에선 닌텐도(88조원)의 뒤를 잇는 규모였다.
다만 현재 시가총액은 2조7840억엔(약 24조5400억원) 수준으로 줄어든 상태다. 코로나19 효과가 사그라들면서 피크에선 내려왔으나 13년 전 상장했을 때와 비교하면 3배로 뛰었다. 국내 게임사 가운데 압도적 1위를 지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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