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07월 23일 07시1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3년은 분명 국내 배터리 기업의 해처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과 삼성SDI, SK온의 전기차 배터리 누적 수주가 1000조원을 넘어섰다. 작년 3사 합산 매출이 69조3400억원이었으니 14년치 매출이 보장된 셈이다.고객 면면도 화려하다. 일본 도요타와 독일 폭스바겐, 미국 제너럴모터스(GM), 스텔란티스, 포드, 현대차 등 누구나 알만한 기업들이다. 콧대 높은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세계 곳곳에 배터리 공장을 같이 짓자고 손을 내밀 정도로 3사의 위상은 대단했다.
기쁨은 오래가지 않았다. 2023년 하반기부터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성장세가 꺾이기 시작했다. 미국과 유럽 등 주요국이 인플레이션을 막으려고 고금리 기조를 유지하면서 차량 구매 비용이 늘었다. 애초에 내연기관차 대비 상대적으로 가격이 높은 전기차가 소비자의 선택을 받기가 더 어려웠다. 이는 3사의 실적 저하로 이어졌다.
거시경제 리스크는 재무 리스크로 번졌다. 3사는 1000조원 수주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에 대규모 배터리 설비 투자를 단행해왔다. 현금창출력을 넘어선 투자를 지속하다 보니 차입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었다. 유상증자와 합작 파트너사와의 공동 투자로 자본을 조달해도 역부족이었다. 배터리 업계의 올해 경영 화두가 원가 절감과 투자 속도 조절 같은 내실 경영에 초점이 맞춰진 이유다.
최근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의 대선 후보 사퇴로 촉발한 정책 리스크는 국내 배터리 기업이 직면한 가장 큰 불확실성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현지 배터리 생산 시 세제 혜택을 주는 인플레이션감축법(IRA) 입안자다.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작년 4분기에 IRA로 각각 2000억원 이상의 추가 이익을 거뒀다.
상대 당 유력 후보인 도널드 트럼프 전 대통령은 IRA 폐기를 공언했다. 그는 친환경 에너지에 반감을 품고 있는 대표 정치인이다. 트럼프 전 대통령이 당선하면 내년 1월 취임과 동시에 바이든 정부의 행정 명령들을 폐기하거나 인센티브 요건을 엄격하게 적용하는 식으로 IRA를 무력화할 것이란 구체적인 시나리오까지 시장에 나돈다.
3사 입장에서 세제 지원이 없으면 고비용 생산구조인 미국에 굳이 진출할 이유가 없다. 미국 대선을 가장 예의주시하는 건 어쩌면 국내 배터리 업계일지도 모른다.
일각에선 작금의 전기차 산업을 두고 "성장통을 겪고 있다"고 평가한다. 희망 섞인 표현으로밖에 들리지 않는 건 겹겹이 쌓인 리스크 때문일 테다. 아직 3대 리스크 중 어느 하나 해소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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