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정적' 달린 롯데케미칼, 회사채 대신 CP로 '방향전환' 중간배당 앞두고 1000억 조달…올해만 4000억 규모 CP 순발행
백승룡 기자공개 2024-07-26 07:11:35
이 기사는 2024년 07월 24일 15:31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용등급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낮아진 롯데케미칼이 회사채 발행 대신 기업어음(CP)을 통한 자금조달을 늘리고 있다. 크레딧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공모시장에 나서기 어려워진 탓이다.CP 발행금리가 3.48% 수준으로 낮게 책정된 점은 긍정적인 대목이다. 다만 CP 발행 추세가 지속되면서 차입금 만기 구조가 짧아지고 있는 점은 부담이다.
◇ CP 순발행 4000억, 회사채 ‘0’…자금조달 무게중심 옮긴 롯데케미칼
24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롯데케미칼은 최근 1000억원 규모 CP를 발행했다. 만기는 1년이다. CP는 발행액에서 이자를 선제적으로 차감해 조달하는 할인채 방식으로, 롯데케미칼의 이번 CP 이자율은 연 3.48%였다. 할인기관은 한양증권이다. 현재 롯데케미칼의 장기 신용등급은 AA0(부정적), 단기 신용등급은 A1이다.
롯데케미칼은 올해 들어 CP 시장을 향한 발걸음이 부쩍 잦아졌다. 지난 1월 2000억원 규모 CP 발행을 시작으로 3월에도 1000억원 규모를 찍었다. 3월에 발행한 CP는 3개월물로, 지난 6월 차환 발행을 했다. 오는 9월 다시 만기가 예정돼 있다. 이번 발행까지 합하면 올해만 총 4000억원 규모 순발행을 한 것이다.
반면 올해 회사채 발행은 전무했다. 2022년 한 해 공모채 시장에서만 1조원을 조달한 데 이어 지난해에도 7500억원 규모의 공모채를 발행하는 등 손꼽히는 ‘빅 이슈어(issuer)’였던 것과 달라진 행보다. 롯데케미칼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9월(2500억원)이 마지막이었다. 올해 들어 자금조달의 무게중심이 회사채에서 CP로 완전히 이동한 모습이다.
롯데케미칼이 이처럼 연달아 CP 발행에 나서고 있는 것은 크레딧 리스크가 지속되면서 회사채 발행이 어려워진 영향이다. AA+에 달하는 우량 신용도를 자랑하던 롯데케미칼은 지난해 상반기 신용등급 정기평가에서 AA0로 강등에 처했다. 불과 1년 만인 올 상반기 정기평가에서는 등급전망이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재차 하향 압력이 커진 상태다.
◇ 중간배당 목적…짧아지는 만기는 ‘부담’
이번 CP 발행은 내달 배당 지급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으로 풀이된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7626억원, 2023년 -3477억원 등 적자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이지만 최근 이례적으로 중간배당 계획을 밝힌 바 있다. 주당 1000원을 적용해 총 422억원의 배당을 지급할 계획이다. 지급일은 내달 9일이다. 그룹 지주회사인 롯데지주의 아웃룩도 ‘부정적’으로 조정되면서 자금조달 여건이 악화된 영향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의 중간배당은 창사 이래 처음이다.
롯데케미칼의 1년물 CP 금리가 3.48%로 기준금리(3.5%)보다 낮게 책정된 것은 시장의 투심이 완전히 얼어붙지는 않았다는 것을 의미한다. CP 발행 수수료도 통상 3~5bp(1bp=0.01%포인트) 수준인데, 이번 롯데케미칼의 경우 1bp로 낮았던 것으로 전해진다. 발행사가 투자자나 증권사 대비 유리한 협상 테이블에 있었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다.
다만 회사채 대신 CP를 통한 자금조달을 이어가면서 차입금 만기구조가 단기화되고 있다는 점은 부담스러운 상황이다. 올해 1월 2000억원 규모 CP(1년물)를 발행한 것도 지난 2019년과 2021년 발행해 뒀던 각각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만기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었다. 3~5년 만기의 차입금이 1년 만기로 대폭 짧아진 것이었다.
올해 1분기 말 연결기준 롯데케미칼의 총차입금(약 10조9000억원) 대비 단기성차입금(약 5조5000억원) 비중은 50%를 넘어선 상태다. 앞서 롯데케미칼은 2022년 말 단기차입금 비중이 60%를 넘어서면서 조(兆) 단위 유상증자에 나선 바 있다. 이후 지난해 단기차입금 비중은 40%대로 낮아졌지만, 올해 CP 발행 등이 늘어나면서 다시 50%를 돌파한 모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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