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1월 01일 06:4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명실상부 ‘월드 클래스’ 반열에 올라섰다. 이달 세계국채지수(WGBI) 편입이 확정된 우리나라 채권 시장 이야기다. 세계 3대 채권지수 중에서도 규모가 가장 큰 WGBI는 글로벌 추종자금만 2조5000억~3조달러 수준. 한국의 편입 비중은 2.22%로 미국, 일본, 중국, 프랑스, 이탈리아, 독일, 영국, 스페인에 이어 9번째로 큰 규모다.정부에게는 분명 가뭄의 단비 같은 소식이다. 세수 결손 여파로 내년 국채 발행 물량을 역대 최대인 201조3000억원 규모로 계획해 채권시장의 수급 부담이 우려되던 상황이었다. WGBI 편입으로 대규모 수요 물량이 유입되면 국고채 공급 과잉을 상당 부분 해소할 것으로 기대할 수 있다. WGBI 지수 반영은 내년 11월부터 시작되지만 시점의 간극은 ‘운용의 묘’로 메울 수 있지 않겠냐는 분위기다.
또 다른 경제 주체인 기업에게는 어떨까. 주무 부처인 기획재정부는 WGBI 편입이 기업의 자금조달 비용을 낮춰주는 효과가 있다고 했다. 해외 자금이 유입되면서 국고채 금리가 낮아지면 크레딧 스프레드(국고채와 회사채 간 금리차)가 벌어져 회사채 시장으로 자금이 흘러갈 것이란 논리다. 그러나 크레딧 스프레드는 2년 전 레고랜드 사태 당시 170bp에서 올해 6월 42bp까지 일관성 없이 널뛰고 있다.
실질적인 자금 유입 없이 단순히 크레딧 스프레드 격차만으로는 회사채 시장의 온기를 장담하기 어렵다는 의미다. 올해 상반기 말 기준 우리나라의 채권 발행잔액은 2798조원으로, 외국인 보유 잔고는 251조5000억원이었다. 이 중 회사채 보유 잔고는 1650억원으로 0.1%가 채 되지 않는다. 올해 회사채 시장의 강세가 펼쳐지면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에서 조(兆) 단위 투자수요가 쏟아지고 있지만 ‘우물 안 개구리’들의 잔치인 셈이다.
막연한 장밋빛 미래를 말하기보다는 국채 시장을 넘어 회사채 시장의 선진화를 고민할 때다. 현재의 회사채 시장은 외국인 자금 유입이 되지 않을뿐더러 증권사 IB들의 대표주관 경쟁과 발행사들의 공공연한 '캡티브 물량' 요구로 수요예측의 가격 발견 기능이 왜곡돼 있다. 채권시장이라는 한 열차 안에서 앞 칸의 국채 시장이 대외신인도 제고를 자축하는 사이 뒷 칸의 회사채 시장은 방치돼 있는 모습이 마치 ‘설국열차’의 한 단면을 보는 듯하다.
왕관을 쓰려거든 그 무게를 견뎌야 한다. 영광스러운 자리에는 책임이 따른다는 의미다. 외국인의 자금이 유입될 수 있는, 투명하고 합리적인 회사채 시장을 만들어 채권시장의 머리부터 꼬리까지 완성도를 높이길 바란다. ‘월드 클래스’의 실력이 나올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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