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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업들의 유동화 조달전략]조달 대안 부재 LS네트웍스의 '사옥' 활용법LS용산타워 유동화 연장해 4600억 확보…차환 때마다 조달 규모 키워

이정완 기자공개 2024-08-02 13:17:10

[편집자주]

부채자본시장(DCM)에는 자금 마련이 필요한 기업에게 다양한 선택지가 있다. 회사채 발행을 통해 장기로 조달하거나 기업어음(CP)이나 전자단기사채를 활용해 단기로 현금을 확보할 수 있다. 직접적인 발행 외에도 회사가 가지고 있는 자산을 유동화하는 방안도 있다. 매출채권이나 소매채권을 특수목적법인(SPC)에 매각해 이를 바탕으로 자금이 유입되게 하는 구조다. 자체 신용도로 조달이 어려워진 기업이 신용보강을 받아 조달 대안으로 삼는 사례도 늘고 있다. 더벨이 기업들의 유동화를 통한 조달전략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7월 31일 15:49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LS네트웍스의 핵심 비즈니스는 부동산 임대업이다. LS용산타워를 임대해 1년에 200억원 가까운 영업이익을 벌어들인다. 프로스펙스로 대표되는 의류업과 원자재·중장비 유통업 실적이 주춤한 상황에서 임대업 의존도가 높아지고 있다.

LS용산타워는 캐시카우 역할만 하는 게 아니다. LS네트웍스는 10여년 전부터 이를 유동화해 수천억원대 자금을 확보하고 있다. 차환 때마다 조달 규모를 키웠는데 최근 4600억원을 마련했다. 사옥 하나가 이래저래 알짜 자산인 셈이다.

◇2015년 LS증권 풋옵션 해소 위해 사옥 담보로

3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이달 말 LS네트웍스는 특수목적법인(SPC) 엔에이치엘용산, 엘에스하나제일차, 우리엘용산제일차, 에스엘용산, 리치게이트용산을 비롯 중국은행, iM뱅크에 LS용산타워를 담보로 맡기고 4600억원을 조달했다. 만기는 2027년까지다.

SPC는 곧바로 유동화 절차에 돌입했다. 엔에이치엘용산은 이 같은 대출채권을 기초자산으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을 발행해 500억원을 조달해 LS네트웍스에 대출을 실행했다. 엘에스하나제일차, 우리엘용산제일차 모두 같은 구조로 각 500억원, 400억원씩 대출해줬다.

은행권에서 유동화 증권 매입 보장과 신용공여를 제공해 조달 안정성을 높였다. 엔에이치엘용산은 농협은행, 엘에스하나제일차는 하나은행, 우리엘용산제일차는 우리은행이 신용도를 지원했다.
LS용산타워(출처=LS그룹)
LS네트웍스가 LS용산타워를 바탕으로 대규모 조달에 나선 건 약 10년 전이다. LS네트웍스는 2008년 지앤에이사모투자전문회사(G&A PEF)를 통해 당시 이트레이드증권(현 LS증권)을 인수했다. 3350억원 펀드를 결성해 회사를 사들였는데 LS네트웍스는 이 때 1010억원을 출자했다. 나머지 투자자는 재무적투자자(FI)로 참여했다.

FI는 정해진 기한까지 투자금을 회수하지 못하면 LS네트웍스에 보유지분을 팔 수 있는 풋옵션을 가지고 있었다. 결국 만기 연장 끝에 2015년 풋옵션 행사 기한이 도래했고 LS네트웍스는 FI에 보장된 수익률을 더해 돈을 돌려줘야 했다. 이렇게 마련해야 하는 돈이 3000억원을 넘었다.

하지만 이 무렵 LS네트웍스는 주력 브랜드인 프로스펙스의 실적 부진과 유통업 수익성 저하가 맞물려 적자를 나타내고 있었다. 2015년 별도 기준 영업적자는 663억원이었다. 2013년과 2014년에도 영업이익은 각 36억원, 111억원을 나타냈다. 결국 2015년 7월 LS용산타워를 담보로 유동화해 2000억원을 마련했다.

LS네트웍스는 3년씩 만기가 돌아올 때 자산 유동화를 통한 조달 규모를 키웠다. 2018년 만기 도래 차입금 상환을 목적으로 3200억원을 확보했다. 2021년에는 4200억원, 이번에는 4600억원까지 늘린 셈이다.

◇사옥 담보 차입 외 조달 '미미'

LS용산타워는 사실상 유일한 대규모 차입 수단이기도 하다. 1분기 말 회사의 총차입금은 5209억원인데 이 중 단기차입금이 5181억원으로 단기차입 비중이 99%를 넘는다. 2021년 LS용산타워 담보 차입 만기가 도래해 장기 차입금이 단기 차입으로 전환됐기 때문이다. LS용산타워를 제외하면 이렇다 할 차입이 없다는 의미다.

기업어음(CP)와 단기사채를 통한 조달도 전무하다. 현금 보유고가 넉넉하지 않은 기업은 단기금융시장을 활용해 운용할 현금을 마련하곤 하나 LS네트웍스는 CP와 단기사채 모두 발행잔액이 전무하다.

부채비율과 신용등급을 관리하기 위해 LS용산타워 외에 다른 조달 수단을 택하지 않는 것으로 풀이된다. 지금까지 담보 차입 과정에서 유동화 회사와 맺은 대출 약정을 살펴보면 부채비율 200% 이하, 신용등급 'BBB-' 이상 유지 규정 등이 포함돼 있다. 이를 위반하면 기한 이익 상실이 발생해 대출금을 조기 회수 당할 수 있다.

LS네트웍스는 이달 초 나이스신용평가로부터 'BBB+, 안정적' 등급과 전망을 받아 이번 유동화 절차도 무리 없이 이뤄질 수 있었다. 부채비율도 127%를 나타내고 있다. 사옥을 담보로 하는 유동화 외 대규모 조달에 나서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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