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행장 빅뱅]이재근 국민은행장, 탄탄한 리테일 기반으로 '리딩금융' 뒷받침②영업 속도 조절에도 그룹은 1등…비은행·리테일 기초 체력 감안 '과당 경쟁' 지양
최필우 기자공개 2024-08-05 12:55:03
[편집자주]
은행권 리더십이 변화 기로에 섰다. 연말 5대 은행장 임기가 일제히 만료되면서 CEO 연임 또는 교체 결정을 앞두고 있다. 금융감독원 지배구조 모범관행이 적용되는 첫 CEO 승계 시즌으로 임기 만료 3개월 전부터 프로세스를 가동해야 한다. 지주 회장과의 역학관계, 임기 중 경영 성과, 금융 당국의 기준이 변수로 작용한다. 은행장들의 재직 기간 성과를 돌아보고 리더십 교체 가능성을 점검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1일 15:1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재근 KB국민은행장(사진)은 취임 후 나무랄 데 없는 실적을 내고 있다. 재임 기간 매년 역대 최대 순이익을 갱신했다. 다만 다른 시중은행을 뛰어넘는 수준의 순이익을 올리진 않았다.본인의 단기 성과보다 그룹 중장기 계획을 우선시하는 이 행장의 의중이 반영된 영향으로 풀이된다. KB금융은 탄탄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춘 '리딩금융'으로 추후 수익성·건전성 악화로 이어질 수 있는 은행권 과당 경쟁에 참전할 필요성이 떨어진다. 은행 차원에서는 탄탄한 리테일 기반으로 꾸준히 성장하는 게 바람직하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취임 후 2년 연속 순익 증가, 무리 없는 성장 목표 달성
이 행장은 취임 첫해부터 전임 행장의 최대 실적을 뛰어넘었다. 2022년 순이익은 2조9960억원으로 전년 대비 16% 성장했다. 2년차인 2023년에도 성장세는 멈추지 않았다. 2023년 순이익은 3조2620억원이다. 1년차에 비해 9% 증가한 금액이다. 취임 후 2년 연속으로 KB국민은행의 역대 최대 순이익을 경신했다.
호실적에도 불구 은행권 환경은 이 행장에게 '리딩뱅크 수장' 칭호를 허락하지 않았다. 그의 임기 중 하나은행이 공세적인 영업에 나서면서다. 하나은행 순이익은 2022년 3조1117억원, 2023년 3조4874억원을 기록하며 2년 연속 시중은행 1위 타이틀을 거머쥐었다. KB국민은행보다 약 1200억원, 2300억원 많은 순이익을 냈다.
올해도 리딩뱅크 도전은 녹록지 않다. 라이벌 신한은행이 지난해 리더십 전환기를 마치고 올들어 영업 고삐를 당기고 있다. 신한은행은 상반기 2조535억원으로 시중은행 중 가장 높은 순이익을 올렸다. 이어 하나은행(1조7509억원), 우리은행(1조6735억원), KB국민은행 순이다. 신한은행과 우리은행은 올들어 기업금융 영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융권에서는 KB국민은행이 영업 속도를 의도적으로 조절하고 있다는 해석에 무게가 실린다. KB금융은 준수한 비은행 포트폴리오를 갖춰 은행 의존도가 다른 은행지주보다 낮다. 지난해 KB국민은행 순이익은 1위가 아니었지만 KB금융은 은행지주 1등에 올랐다. 이 행장은 리딩뱅크를 만들지 못했지만 그룹이 리딩금융이 되는 데 일조한 것이다.
이 행장이 임기 중 단기 실적을 극대화하기보다 그룹 차원의 역할을 우선시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는 KB금융지주에서 비서실장, 재무기획 담당 임원을 지내며 그룹 사정 전반을 꿰뚫고 있다. 리딩뱅크 타이틀에 집착해 순이익 경쟁을 벌이면 중장기적인 수익성 및 건전성 관리에 어려움이 있다는 계산이 깔렸다.
◇'쟁탈전' 안해도 실적 이상 무…올 상반기 부침 만회는 과제
KB국민은행의 속도 조절은 기업금융 실적에서도 드러난다. 신한은행, 하나은행, 우리은행 등은 법인 대출 확대를 최우선 과제로 삼고 영업에 임하고 있다. 부동산 가격 급등과 정부 규제로 가계대출이 포화 상태에 이르고 있다는 점을 고려했다. 반면 KB국민은행은 최근 기업금융 성장세가 상대적으로 더디다.
이 행장 재임 기간인 2022년, 2023년, 2024년 상반기 중소기업 대출 성장률을 보면 6.8%, 2.7%, 1.2%로 오히려 하향 조정되고 있다. 2022~2023년 연간 두자리수 성장률을 기록한 대기업 대출도 올 상반기에는 8.3% 성장하는 데 그쳤다. 현재까지는 기업금융 영업을 강화하는 추세로 보기 어렵다.
법인 대출 노마진 또는 역마진을 감수할 필요가 없는 것도 기업금융 확대에 매달리지 않는 요인으로 꼽힌다. 은행은 임직원 월급통장 개설, 자산관리 자금 유치, 주택 및 신용대출 등 부대 효과를 염두에 두고 법인 대출을 추진한다. KB국민은행은 국내 최고 리테일(소매금융) 강자로 꼽히는 만큼 무리하면서까지 기업대출을 늘릴 동기가 없다.
단기 실적이지만 하반기는 순이익 확대는 이 행장의 과제로 남아 있다. 올 상반기 순이익 1조5060억원으로 전년 동기 1조8590억원에 비해 3530억원(19%) 감소했다. 그룹 차원의 성장 목표과 주주환원 계획에 발맞추려면 하반기 순이익 성장을 달성해 상반기 부침을 만회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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