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투자전문 VC 줌인]미시간벤처, 제작·배급사와 전략적 시너지 '눈길'⑤2004년부터 16개 콘텐츠펀드 결성…투자 역량 입증하며 '단골 LP' 확보
유정화 기자공개 2024-08-06 08:40:39
[편집자주]
문화콘텐츠 투자로는 큰 돈을 벌기 어렵다는게 VC업계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지난 23년 간 미시간벤처캐피탈의 뚝심은 빛났다. 문화 산업을 중심으로 투자를 이어오면서 영화와 공연 투자 생태계를 구축하는데 이바지했다. 메인투자자로 나서 영화산업 발전을 이끌었다. 천만 영화도 여러편 배출했다. 글로벌 페스티벌의 국내 유치를 주도하는 등의 족적도 남겼다. 올해는 한 발 더 나아간다. 문화 산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메타버스 펀드를 시작으로 3년 내 AUM 5000억원을 목표로 한다. 미시간벤처캐피탈의 성장 히스토리와 투자 전략, 청사진 등을 더벨이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2일 07:2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문화콘텐츠펀드는 결성부터 어렵다. 돈벌이가 안된다는 인식이 깔려 있어 출자자(LP)를 모집하기가 쉽지 않다. 영화, 전시, 공연 등의 성공 여부를 판단하기 어렵고 흥행에 실패할 경우엔 원금조차 회수하기 어렵다.벤처캐피탈(VC) 미시간벤처캐피탈은 23년 간 총 16개에 달하는 문화콘텐츠펀드 결성에 성공했다. 재무적 투자자(FI)를 상대로 돈을 끌어온다는 게 쉽지 않다 보니 제작사, 배급사, 콘텐츠 기업 등 전략적 투자자(SI) 유치에 주력했다.
특히 SI와의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콘텐츠 기업 또는 영화 프로젝트를 발굴해 '윈윈효과'를 내는 데 집중하고 있다. KT와 함께 결성한 민간 펀드가 대표적인 사례다. SI 입장에서도 미시간벤처 출자를 통해 사업 확장뿐 아니라 수익성 두 가지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
◇출자금액 모태펀드→제작·배급사→금융기관 순
미시간벤처는 지난 2004년 민간에서 출자자를 모집해 첫 펀드 '미시간글로벌컬처투자조합'를 결성했다. 당시만 해도 문화콘텐츠 분야에 전문으로 투자하는 펀드 자체가 많지 않아 업계 이목을 끌었다. 문화산업에 관심이 있던 기업들이 LP로 참여했다. 오리온의 공연 계열사 '롸이즈온', '인터파크', '현대카드' 등이다.
모태펀드가 출범하고 미시간벤처는 연이어 GP로 선정되면서 빠르게 펀드를 결성했다. 여태껏 운용한 20개 펀드 가운데 13개는 모태펀드가 출자한 펀드다. 이중 11개 펀드는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펀드다. 2006년 문화산업에 투자하는 '미시간글로벌컨텐츠투자조합'(100억원)을 시작으로 공연예술, 방송통신, CG 한국영화, 한국영화메인투자 등 분야에서 GP로 선정됐다.
이렇다 보니 미시간벤처가 운용하는 펀드에 가장 많은 자금을 출자한 건 모태펀드다. 이어 제작·배급사, 금융기관 순이다. LP별 출자 비중을 보면 모태펀드 60%, SI가 30%, 금융기관 10% 수준을 차지한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다. 문화콘텐츠 분야 펀드를 다수 결성하다 보니 VC 출자 '큰 손'인 금융기관 보다 제작, 배급사, 콘텐츠 기업의 출자 비중이 높았다.
가령 미시간벤처가 2020년 결성한 '미시간한국영화메인투자조합'을 보면 모태펀드가 210억원을 출자하고 미시간벤처가 10억원을 보탰다. 나머지 80억원은 콘텐츠 제작사 위지윅스튜디오, 콘텐트리중앙과 배급사 홈초이스, 메가박스중앙, 더콘텐츠온 등이 출자했다. 미시간벤처는 다수 영화에서 메인투자자로 참여해 흥행작을 배출한 점을 인정받고, 신설된 영화계정 한국영화메인투자 1호 GP로 선정됐다.
미시간벤처가 대표적으로 SI와 시너지를 낸 펀드는 2013년 결성한 'KT-미시간글로벌콘텐츠펀드'(320억원)다. 'KT', 'KT스카이라이프', '예스24' 등이 출자자로 나섰다. 당시 KT그룹은 통신망이나 올레TV 등 가입자 수가 늘어나려면 양질의 콘텐츠가 공급돼야 한다는 인식하에 미시간벤처 펀드에 전략적 투자를 진행했다.
미시간벤처는 펀드 운용을 주도하며 KT그룹과 시너지를 기대할 수 있는 콘텐츠 기업도 포트폴리오에 편입했다. 북미 웹소설 플랫폼 '래디쉬'에 투자해, 7배 멀티플 성과를 냈다. 200만달러를 투자해 1400만달러로 회수했다. 박기덕 미시간벤처 파트너가 투자를 주도했다.
미시간벤처는 콘텐츠 제작사나 배급사와 전략적 시너지 효과를 내 투자를 성공으로 이끈다는 방침이다. 가령 펀드 출자자가 제작하거나 배급하는 작품에 투자한 경우에 제작 과정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신속하게 해결하거나, 배급 과정에서의 마케팅 전략을 최적화할 수 있다.
◇'LP풀 구축' 비결은 경험·성과·신뢰
미시간벤처가 LP풀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은 23년간 업계에서 쌓아 온 문화콘텐츠 투자 노하우와 성과로 풀이된다. 미시간벤처의 문화콘텐츠 투자 펀드 규모는 2814억원 수준이다. 영화, 공연, 전시 등 분야에서 블라인드 및 프로젝트펀드로 약 400건 이상, 약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집행했다.
과거 문화콘텐츠 펀드는 회수까지 걸리는 시간이 6개월~1년으로 짧아, 재투자를 하는 게 일반적이었다. 펀드 규모 보다 투자금액이 더 큰 이유다. 이후 2016년부터는 모태펀드에서 문화콘텐츠 펀드별로 재투자가 가능한 펀드와 그렇지 않은 펀드로 구분하고 있다.
투자 성과도 나쁘지 않았다. 미시간벤처는 멀티플 1.5배가 넘는 영화만 25편을 배출했다. 1000만 관객을 넘긴 '서울의봄', '도둑들', '암살', '괴물'을 비록해, 영화 '아이캔스피크', '청년경찰', '1987', '악인전', '랑종', '육사오' 등에서 50% 이상의 수익을 냈다.
업계에서 미시간벤처는 LP와 좋은 관계를 유지하는 하우스로 정평이 나 있다. 'CJ ENM', '위지윅스튜디오', '예스24' 등 LP는 미시간벤처가 결성한 펀드에 3번 이상 출자에 참여했다. 회사는 펀드 운용 중 발생하는 사소한 이슈라도 투명하게 LP들과 공유하고 영화 프로젝트펀드나 콘텐츠 스타트업 투자에서 높은 수익률을 기록하며 신뢰를 쌓았다.
미시간벤처는 현재 500억원 규모 '메타버스 펀드' 출자자 모집에 돌입했다. 설립 이래 최대 규모다. 회사는 모태펀드 수시 출자사업에서 GP 지위를 따내면서, 300억원을 확보했다. 주목적 투자대상은 메타버스로, 문화콘텐츠 산업과 맞물려 있는 투자 섹터가 많다. 콘텐츠 기업 네트워크가 뛰어난 하우스인 만큼 자금 조달 작업이 순항할 것으로 전망된다.
미시간벤처 한 관계자는 "정책금융 뿐 아니라 다양한 민간 자본과도 협업을 해오고 있다"며 "앞으로도 다양한 펀드 조성을 통해 시장에 기여하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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