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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유업 '사업전환' 중간점검]HD현대오일뱅크, 신사업 1순위 수소보다 바이오④수소 사업 '장기적으로', 사업전망·조달계획 변화에 로드맵 영향

김위수 기자공개 2024-08-08 09:52:04

[편집자주]

지난 몇년간 정유사들의 화두는 신사업이었다. 사업 연관성이 상대적으로 큰 석유화학 사업부터 모빌리티 및 친환경 에너지까지. 정유업 의존도를 낮춰 실적 안정성을 높이고 미래 에너지 전환 패러다임 속에서도 사업을 지속하기 위한 움직임이었다. 정유사들의 사업구조 전환은 순항하고 있을까. 더벨이 정유사들의 사업구조 전환 현황을 짚어보고 앞으로의 전략 및 전망에 대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6일 15: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HD현대오일뱅크는 7년 내 정유업 매출 비중을 45%까지 낮추겠다는 공격적인 비전을 밝혔다. 국내 정유사 중 정유업에 대한 구체적인 매출 비중 전망을 제시한 것은 HD현대오일뱅크가 유일하다.

정유업 매출 비중의 축소는 느리지만 진행 중이다. HD현대오일뱅크에 따르면 2020년 당시 정유업 매출 비중은 85% 정도였다. 지난해 기준 연결 조정을 제외한 HD현대오일뱅크의 정유업 매출 비중은 81%로 2020년 대비 4%포인트(p)가량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자회사 HD현대케미칼을 통해 진행 중인 석유화학 올레핀 설비 HPC(Heavy-feed Petrochemical Complex) 가동 등의 요인으로 석유화학 및 윤활유 사업의 비중이 오른 결과다.

HD현대오일뱅크는 수소 사업 및 화이트 바이오, 친환경 소재 사업을 추가적으로 확대하겠다는 구상이다. 계획을 발표할 당시에만 해도 수소 사업이 신사업의 핵심으로 받아들여졌지만, 최근 HD현대오일뱅크의 움직임을 살펴보면 우선순위를 바이오 사업에 두고 있는 모습이다.

◇후순위로 밀린 수소 사업

HD현대오일뱅크가 미래 성장동력으로 발표한 사업 중 가장 주목을 받은 사업은 수소다. 신사업 중 항상 '1번'으로 언급돼오던 사업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5년부터 블루수소 10만톤을 생산, 수소 사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단 이같은 계획에 변동이 생긴 것으로 파악된다.

현대오일뱅크가 2021년 공개한 신사업 계획

HD현대오일뱅크는 최근 수소 사업을 언급할 때 '2025년', '블루수소 10만톤'과 같은 구체적인 내용을 포함하지 않고 있다. 지난 6월 발간한 HD현대오일뱅크의 2023 ESG 통합보고서의 수소 사업 계획 역시 '해외 청정암모니아를 도입해 수소로 전환해 무탄소 연료 내지는 모빌리티·산업용으로 공급하는 사업을 검토 중', '이산화탄소를 포집·저장해 청정수소를 공급하는 사업을 검토 중' 등으로 명시돼있다.

보고서의 수소 사업에 대한 언급 역시 현저히 줄어든 점도 눈에 띈다. 2021 ESG 통합보고서에는 '수소'라는 단어가 총 93회 사용됐지만 최근 공개된 2023 ESG 통합보고서에서는 사용 횟수가 47회로 나타났다. 2년 전과 비교해 수소에 대한 언급이 절반 줄어들었다. 또한 친환경 신사업 중 수소 사업이 언급되는 순위도 마지막으로 밀렸다.

2021년 HD현대오일뱅크가 신사업 로드맵을 공개했을 때 예상했던 것과는 달리 수소 시장의 개화가 느리게 진행되며 계획에 변동이 생기게 됐다. HD현대오일뱅크 관계자는 "수소사업의 경우 장기 로드맵으로 접근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수소 사업 대신 HD현대오일뱅크가 최근 집중하고 있는 사업은 화이트 바이오다. 화이트 바이오는 옥수수·콩과 같은 재생 가능한 자원을 화학제품이나 연료를 생산하는 사업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이미 올초 연산 13만톤(t) 규모 바이오디젤 공장을 상업 가동을 시작하고 국내 최초로 일본에 지속 가능 항공유(SAF)를 수출을 시작했다. 실제 2021 ESG 통합보고서에서 총 57회 포함됐던 바이오는 2023 ESG 통합보고서에서 총 86회 언급됐다.

실제 HD현대오일뱅크에 조직된 친환경 사업 조직을 살펴보면 바이오 사업 관련팀이 △바이오에너지사업팀 △바이오사업운영팀 △바이오생산팀 등 3개로 나타났다. 수소 사업은 수소에너지사업팀, 순환경제 사업은 순환경제사업팀, 친환경 화학 소재 및 온실가스 감축 사업은 화학소재사업팀 등 각각 1개 팀에서 맡고 있다. 이와 더불어 전기차 충전 및 주유소 복합개발을 담당하는 팀 역시 3개였다.

◇신사업 계획 일부 변동

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 연 70만톤 규모의 화이트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계획이다. 과거 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까지 100만톤 규모의 바이오 생태계를 구축하겠다는 구상이었다. 블루수소 생산계획을 미룬 것과 더불어 미래 사업비전을 수립했던 당시보다 목표치를 축소했다.

추가된 계획도 있다. 이를테면 폐플라스틱 열분해유 등 자원 재활용 사업은 비전 2030년 발표 당시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은 내용이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30년 폐플라스틱 열분해유를 연간 40만톤 처리할 수 있는 설비를 갖추겠다는 계획을 더했다.

중장기 성장 로드맵을 대대적으로 발표한 2021년과 현재의 상황이 다른 만큼 이를 토대로 계획을 조정했다는 설명이다. 특히 당시 발표했던 로드맵의 경우 기업공개(IPO)를 염두에 두고 공개한 측면이 컸다. HD현대오일뱅크는 2021년 세번째로 IPO 추진을 시작하다가 이듬해인 2022년 IPO 추진을 철회했다.

업계 관계자는 "2020년대 초반에만 해도 태양광·수소 등 친환경 에너지 사업이 부각됐지만 현재의 상황과 시장 전망은 또 다르다"며 "시장상황과 조달 계획 등이 모두 변한 만큼 당시 세워둔 계획을 수정하는 일은 불가피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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