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심 앞둔 이노그리드]사상 초유 '효력 불승인' 번복 가능성 있나①'고의성' 없어도 '중요성' 따라 조치 가능…"처음부터 거래소에 의견 구했어야"
안준호 기자공개 2024-08-08 07:53:08
[편집자주]
토종 클라우드 1호 상장을 노렸던 이노그리드의 예심 취소 재심이 이달 진행된다. 거래소 개장 이후 최초의 '효력 불승인' 사례인 만큼 금융투자업계의 이목이 모일 전망이다. 더벨은 거래소 시장위원회 재심사의 쟁점을 짚어보고, 향후 회사의 대응 방안을 살펴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07:4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노그리드의 상장 일정은 시장위원회의 효력 불승인 결정 이후 미궁 속에 빠진 상태다. 경영권 재편 과정에 이의를 제기했던 전 대주주가 최근 회사 전·현직 경영진을 고소하며 분쟁 가능성이 구체화됐다.이달 중 재심이 예정되어 있지만 번복 가능성은 낮다. 회사 측은 공모 과정에서 불거진 내용이 상장예비심사청구서에 고의 누락된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다만 심사 기준에 따르면 허위기재가 아니더라도 '중요성' 기준에 따라 조치 대상이 된다.
이 기준은 거래소가 심사 청구서 검토 단계에서 고려하는 핵심 지표 가운데 하나다. 시장을 운영하고 감시하는 주체가 거래소인 만큼 당연한 기준이기도 하다. 법조계에서도 애초에 예심 과정에서 관련 내용을 사전 보고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사상 초유의 '효력 불승인', 이달 재심 예정
6일 증권업계에 따르면 한국거래소 코스닥시장위원회는 이달 중 이노그리드의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 불인정 의결에 대한 재심을 진행한다. 심의 일정은 확정되지 않았으나 이노그리드 측은 사실관계 수집 등 준비를 진행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재심은 지난 6월 내려진 시장위원회 의결 이후 회사 측 신청에 의해 진행되는 절차다. 당시 시장위는 이노그리드의 코스닥시장 상장예비심사 승인 효력을 불인정하기로 결정했다. 결정 근거는 상장규정 제 8조 2항, ‘예비심사 결과의 효력불인정’ 요건이었다.
이 요건에 따르면 거래소는 신청서 또는 첨부서류 내용을 거짓 기재하거나 중요 사항을 빠뜨린 사실이 확인된 경우 승인 효력을 불인정할 수 있다. 이노그리드의 경우 문제가 된 내용은 증권신고서 검토 과정에서 추가된 ‘소송 등 법적 분쟁 발생 가능성 위험’이었다.
이노그리드는 수차례 손바뀜을 겪은 회사다. 현 대주주인 김명진 대표이사 이전에는 박종철 씨와 에스앤알코퍼레이션, 그 이전에는 코스닥 상장사 핫텍(현 에코바이브) 계열사였다. 김 대표이사의 경영권 확보는 과거 회사가 경영 위기를 겪던 시기 이뤄졌다.
이 과정에서 이뤄진 주식 거래와 무상감자, 유상증자 과정이 본인 동의 없이 이뤄졌다는 것이 전 대주주 박 씨의 입장이다. 2022년 즈음 관련 내용증명(내용확인 요청서)이 회사로 송부된 바 있다. 공모 과정에선 유사한 내용을 담은 투서가 관계 기관에 전해지며 사상 초유의 효력 불인정 사태가 발생했다.
거래소는 회사 측이 해당 사안을 신청서에 적었어야 한다는 입장이다. 반면 이노그리드는 소송 등 분쟁 사안으로 보기 어렵다고 반박하고 있다. 최근 박종철 씨가 전·현직 경영진을 사기·횡령 동 혐의로 고소했으나, 이 역시 회사를 대상으로 한 소송은 아니라는 설명이다.
◇"일부러 누락한 것은 아니다" 해명…고의 아니어도 '중요성' 따라 불승인 가능
이노그리드 측이 강조하고 있는 쟁점은 '고의성' 여부다. 전 대주주인 박 씨가 현 경영진의 지분 확보 과정에 대한 내용증명을 보낸 것은 사실이나, 알면서도 일부러 이를 예심 신청서에 누락시킨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이는 예비심사 청구서 및 첨부서류 검토 과정의 핵심 기준 중 하나다. 거래소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예심 신청서와 첨부서류에 허위기재 또는 누락이 없도록 정하고 있다. 허위기재인지, 단순 누락인지 가르는 기준이 '고의성'이다.
상장심사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이 두 가지는 원칙적으로 인지 여부에 따라 구분된다. 관련 사실을 알고도 ‘해당사항 없음’이라 적으면 허위기재로 본다. 부주의로 알지 못한 상태에서 빠졌다면 단순 기재누락이라고 판단한다.
거래소와 회사 측이 평행선을 달리는 것도 이 지점에서다. 이노그리드는 과거 입장문에서 “경영권 ‘분쟁’으로 판단하기 어려웠고, 향후 분쟁 가능성이 있으리라 예측하는 것도 어려웠다“며 ”결코 중요한 사항임을 알고도 고의로 중요한 기재 사항을 누락한 건 아니다“라고 밝혔다.
단 이런 주장이 받아들여져도 시장위 결정이 번복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거래소는 고의성과 함께 ‘중요성’ 기준을 적용해 심사를 진행한다. 부주의에 의한 누락일 경우 내용이 무엇이냐에 따라 조치가 결정된다. 정성적 판단인 만큼 심사 주체가 판단할 수밖에 없다.
코스닥시장본부 상장부는 지난 6월 보도자료를 통해 향후 상장 신청서 서식개정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작성요령에 필수기재 사항에 대한 자의적 판단을 지양해야 한다는 내용을 명시하겠다는 것이다. ‘중요성’은 심사 주체가 판단해야 한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분쟁 가능성 낮더라도, 거래소와 논의했어야 맞다"
법조계에서는 해당 사실이 뒤늦게 알려진 것 자체가 의아한 일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분쟁 가능성이 없더라도, 법원이 아닌 거래소에 예심을 청구한 만큼 심사역 등과 논의를 진행해야 맞다는 것이다.
과거 경영권 이전에 대한 법적 다툼의 여지가 적은 것은 사실이다. 상법 제429조에 따르면 신주발행에 관련된 무효소송은 발행일로부터 6개월 이내에 제기해야 한다. 전 대주주가 행동에 나서기 위한 법적 유효기간은 지나간 셈이다.
단 주식 발행을 무효화하는 것이 불가능할 뿐, ‘문제제기’는 가능하다. 이 때문에 로펌의 기업공개(IPO) 법률 실사에서 가장 먼저 확인하는 내용도 과거의 주식 거래, 주식 발행 내역이다. 회사와 주관사가 거래소와 의논을 진행했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한 기업공개(IPO) 전문 변호사는 "결과론이긴 하지만, 금융감독원 검토 과정에서 위험 요인으로 추가될 내용이라면 거래소 예심 단계에서 누락되면 안된다"며 "1차적으로는 회사와 주관사가 논의하고, 이후엔 거래소에도 의견을 구했어야 하는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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