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배터리 '캐즘' 돌파 전략]에코프로머티, 비중국산 '전구체' 주도권 확보 관건⑥에코프로비엠 의존도 낮추기 과제...IRA FEOC 규정 적용 2025년이 기회
정명섭 기자공개 2024-08-12 07:48:06
[편집자주]
멈춤 버튼이 없을 것 같았던 글로벌 전기차 산업이 암초를 만났다. 2023년 들어 고금리 기조에 따른 경기 침체 여파와 주요국의 전기차 보조금 축소 등으로 전기차 수요가 부진해지자 완성차 업체들은 전기차 투자 계획을 축소하기 시작했다. 여파는 국내 배터리 업계로 향했다. 합작투자가 무산되거나 지연되거나 생산기지 확장 계획을 재검토하고 있다. 단기적 부진일까 아닐까. 그보다 더 중요한 건 K-배터리는 당장 눈앞의 보릿고개를 견뎌야 한다는 점이다. 더벨은 전기차 '캐즘' 속 배터리 기업들의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코프로그룹 배터리 소재 밸류체인에서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를 생산해 에코프로비엠에 공급하는 역할을 맡고 있다. 전구체는 양극재 제조 과정에서 원료가 되는 화합물로 원가의 70~80%를 차지한다. 니켈과 코발트, 망간 등을 조합해 만들어진다. 여기에 리튬을 가미하면 양극재가 된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하이니켈 계열의 전구체 합성기술에 특화됐다.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주요 고객사는 에코프로비엠과 배터리 셀 업체, 완성차 업체 등이다. 에코프로비엠향 비중이 80% 이상이라 에코프로비엠의 영업 성과가 에코프로머티리얼즈에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는 사업상의 한계가 있다.
실제로 에코프로비엠은 전기차 수요 둔화가 본격화한 2023년부터 실적이 저하하기 시작했는데 이 기간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매출과 영업이익이 같이 떨어지는 강한 상관관계를 보였다. 최근 3년간(2021~2023년) 에코프로비엠과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연평균 이익 성장률은 각각 186%, 122%였다.
그러나 올 들어 분기당 에코프로비엠의 영업이익이 100억원 이하로 줄자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적자(상반기 -166억원)로 돌아섰다. 1분기 전구체 판매량이 전분기 대비 40% 줄었고 2분기에는 이보다 44% 추가로 줄어든 영향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포항 영일만 일대에 전구체 3공장(CPM3)과 4공장(CPM4) 증설 투자를 추진하다 보니 차입금이 늘어 작년 말 30%대였던 부채비율이 올해 40%를 넘어서는 등 재무부담이 커졌다. 증설 일정은 현시점에서 예정대로 추진되고 있다. 작년 11월 기업공개(IPO)에 따른 자금 유입으로 3700억원 규모로 불어난 현금성자산은 약 6개월 만에 1269억원까지 줄었다.
결국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과제는 '내부거래 의존도 줄이기'로 귀결된다. 공급처를 다변화해 2025년까지 에코프로비엠향 매출 비중을 50%까지 낮추는 게 1차 목표다.
지난 3월 미국 완성차업체와 전구체 중장기 공급계약을 맺은 건 근래 가장 큰 성과다. 아직 회사명과 공급수량, 계약금액 등 세부 내용은 공시되지 않았다. 업계는 테슬라일 것으로 추정한다. 테슬라는 최소 보증물량을 정하지 않고 계약을 하는 것으로 잘 알려졌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전구체 3·4공장 완공 시기를 전후로 외부 판매 고객을 더 늘려나간다는 방침이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의 중장기 목표는 비중국산 전구체 1위 기업으로의 도약이다. 전구체를 양산하는 기업 중 상당수는 중국 기업이다. GEM, CNGR, 화유코발트, 브런프 등이 2022년에 글로벌 시장점유율 상위 5위 안에 들었다. 당시 에코프로머티리얼즈 순위는 8위였다.
에코프로머티리얼즈는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 해외우려집단(FEOC) 규정에 따른 비중국산 전구체 수요에 기대를 걸고 있다. FEOC 규정은 중국과 러시아, 북한, 이란 정부 관할에 있는 기업으로부터 생산된 광물과 부품 등을 사용한 전기차에 보조금 수취를 제한하는 안을 담고 있다.
이미 배터리 셀과 모듈, 분리막 등에는 올해부터 적용됐고 핵심광물로 분류되는 양극재와 음극재, 리튬 등의 경우 내년부터 적용된다. 내년부터 중국산 전구체가 들어간 전기차는 미국에서 보조금을 받을 수 없는 얘기다.
중국 전구체 기업을 제외하면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가장 돋보일 수밖에 없다. 회사는 2027년까지 전구체 생산능력을 21만톤까지 확대할 예정인데 중국 경쟁사를 제외하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이다.
포스코퓨처엠과 LG화학 등 국내 주요 양극재 생산업체들이 합작사 형태로 전구체 생산시설을 확보하고 있으나 당장 2025년부터 공급을 시작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평가다. 투자업계 일각에선 에코프로머티리얼즈가 되레 생산능력 목표치를 더 상향할 가능성도 있다고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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