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 에너지 CEO 인사 코드]케미칼·태양광 묶은 한화솔루션, '전략' 오너 옆 조력자①김동관 부회장으로 이어진 전략부문 대표직…실행력 갖춘 전문경영인 기용
김동현 기자공개 2024-08-09 14:51:54
[편집자주]
그룹의 현재이자 미래인 에너지 사업이 부진에 빠지자 한화그룹이 칼을 빼들었다. 종합 에너지 솔루션 기업을 지향하는 한화솔루션과 전통의 석유화학 사업을 영위 중인 여천NCC의 대표이사를 교체하며 쇄신 작업에 나섰다. 예년보다 1~2달 정도 이른 조기 인사였다는 점에서 위기 상황에 빠르게 대응하겠다는 그룹의 의지가 엿보인다. 더벨이 한화그룹의 에너지 사업을 구축한 계열사 CEO의 면면을 살펴보며 인사 코드를 분석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7일 16:2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화그룹은 1990년대 말 IMF 외환위기로 구조조정에 분주하던 시기, 재계의 첫 사례 하나를 남긴다. 1998년 상법 개정으로 기업분할이 도입된 후 한화종합화학이 가공부문을 떼어내 한화석유화학(원료 부문)과 한화종합화학(가공 부문) 등 2개 회사로 분할했다. 상장사 첫 물적분할 사례로, 존속회사가 된 한화석유화학은 이후에도 분할과 합병을 거듭하며 지금의 한화솔루션으로 성장했다.회사의 중대한 변화가 있을 때마다 한화솔루션에는 오너가가 직접 대표이사로 회사를 이끌며 성장의 기틀을 마련했다. 김승연 회장과 김 회장의 장남 김동관 부회장이 전략부문 대표이사로 미래 에너지 사업의 청사진을 그렸다. 전문경영 CEO는 그 옆에 조력자로 그 그림을 실행하는 역할을 맡았다. 올 하반기부터 새롭게 케미칼부문과 큐셀부문을 이끌 새로운 대표들 역시 전임자 못지않은 신사업 추진 능력을 갖췄다는 평가다.
◇변화 때 등장한 중장기전략 담당 김승연 회장
1999년 한화석유화학으로 재출범할 당시 회사는 김승연 회장, 박원배 부회장, 신수범 사장 등 3인 대표이사 체제로 운영됐다. 1990년대 말~2000년대는 한화그룹에 생존과 도약을 위한 구조조정기로 기록됐는데 김 회장(그룹 총괄), 박 부회장(사업 총괄), 신 사장(원료부문 대표) 등이 각자 역할을 맡아 대외 위기를 극복했다. 분할 전 가공부문 대표를 맡던 추두련 사장이 한화종합화학으로 이동했다.
3인 대표이사 체제는 길진 않았다. 김 회장 등 대표이사 3인은 2002년까지 한화석유화학 대표직을 수행하다 그룹 운영에 집중하기 위해 그 자리에 당시 전무 승진 1년 차이던 허원준 전무를 선임했다. 석유화학을 넘어 신소재 시장 진출에 속도를 내도록 대표 1인에게 힘을 실어준 결정이다.
허원준 1인 대표이사 체제는 2008년까지 이어지다 2009년 김 회장의 복귀로 마무리됐다. 유화 중심의 사업구조에서 태양광, 전지 소재, 바이오 등으로 포트폴리오 확대 의지를 다지며 김 회장은 '중장기전략 담당'을 맡았다. 허 대표는 부회장 승진과 함께 그룹으로 이동하고 그 자리를 김 회장의 1950년대생 '또래' 경영인인 홍기준 사장(업무총괄)이 채웠다. 신수범 사장(한양대), 허원준 사장(연세대), 홍기준 사장(서울대)으로 이어진 전문경영인은 모두 화학공학 전공자라는 공통점이 있기도 하다.
한화석유화학은 김 회장 복귀 이듬해 사명을 한화케미칼로 바꾸고 본격적으로 태양광 사업을 일궈간다. 2010년 태양전지 상업생산, 중국 솔라펀 인수 등을 진행하고 이듬해에는 한화솔라아메리카·한화솔라에너지를 설립했다. 지금의 한화솔루션 태양광 사업이 된 독일 큐셀 인수는 2012년 이뤄졌다. 이 기간 김 회장이 중장기전략 담당 대표이사로 사업 밑그림을 그렸다.
한화케미칼은 오너십 중심으로 미래 사업 기반을 마련한 뒤에 다시 단독대표 체제로 돌아갔다. 김 회장은 2013년을 끝으로 한화케미칼 대표직을 내려놓았고 그 뒤에 방한홍 대표를 거쳐 2015년부터 약 5년간 김창범 부회장 단독대표 체제가 이어졌다.
◇'전략부문' 김동관 부회장, 익숙한 새얼굴 기용
김창범 부회장의 단독대표 체제는 2020년 한화케미칼과 한화큐셀앤드첨단소재의 합병으로 한화솔루션이 출범하며 막을 내렸다. 김 부회장이 대표직을 내려놓고 이사회 의장으로 경영에 참여하긴 했으나 케미칼·큐셀·첨단소재 부문의 각 대표가 세워졌다. 같은해 말 오너 3세 김동관 부회장도 전략부문 대표로 합류했다.
부친 김승연 회장과 마찬가지로 김 부회장이 회사 미래 성장전략을 구상한다면 부문별 대표가 각 사업총괄을 맡는 구조다. 현 사명의 한화솔루션 초창기에는 케미칼의 이구영 사장, 큐셀의 김희철 사장, 첨단소재의 류두형 사장, 갤러리아의 김은수 사장 등으로 꾸려졌다.
한화솔루션 초창기 태양광 사업의 주역인 이구영 사장이 2021년 8월 큐셀부문 대표로 선임되며 한차례 변화가 생겼고 이듬해에는 미등기임원이던 케미칼부문 총괄의 남이현 사장이 대표로 올랐다. 이후 갤러리아 부문의 인적분할, 첨단소재 부문의 물적분할 등 사업구조가 일부 바뀌었지만 전략 김동관, 큐셀 이구영, 케미칼 남이현 등 3인 체제는 유지됐다.
그동안 공들인 태양광 사업을 비롯해 전 사업군에서 적자를 낸 올해, 한화그룹은 한화솔루션 부문별 대표를 교체하며 또한번의 변화를 시도한다. 다만 각 사업에서 잔뼈가 굵은 인물을 기용해 전략부문 김 부회장을 안정적으로 지원하도록 했다는 점에서 이전과 크게 다르진 않다.
우선 한화솔루션의 현재이자 미래인 큐셀부문은 내부 시스템 전문가인 홍정권 전략실장을 대표로 내정했다. 홍 내정자는 합병 한화솔루션 출범 이후 큐셀부문 BD&Tech 사업부장, 시스템사업부장를 역임하며 에너지저장장치(ESS), 주택에너지관리시스템(HEMS) 등 소프트웨어·시스템 관련 조직을 이끌었다. 올해 큐셀부문 대표 내정 전까진 미국법인에서 근무하며 큐셀부문의 핵심 시장의 현지 경험도 쌓았다.
케미칼부문 대표로 내정된 인물 역시 내부 각 사업부를 경험했다. 신임 대표로 내정된 남정운 여천NCC 대표의 경우 케미칼부문 내 PO사업부, PVC사업부 등 사업부서뿐 아니라 기획조정팀, 인사팀 등을 지원·전략 조직을 두루 돌았다. 지난해 9월 여천NCC 대표로 선임된 지 1년 만에 한화솔루션 케미칼부문 대표로 돌아와 전 사업영역을 이끌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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