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드캡 리포트]GC, 홍콩법인 매각 '수익률과 시기' 재평가①2010년 최초 출자 후 3500억 빅딜, 현지 파트너 빅딜로 사업 확장 기회까지
최은수 기자공개 2024-08-21 08:12:31
[편집자주]
유가증권시장(코스피)에선 상위 100개 기업이 시가총액의 80% 이상을 차지한다. 반대로 나머지 700여개 상장사의 비중은 10%대에 그친다. 코스피 내에서도 자본의 쏠림 현상이 강하게 나타나고 있다. 더벨은 이같이 상대적으로 소외된 미드캡 기업을 파악하고 그간 시장의 관심에서 한 발짝 비껴나 있던 중형 상장사의 가려진 재무 체력과 경영 역량을 들여다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09일 08:00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녹십자홀딩스(이하 GC)는 최근 홍콩법인을 정리하면서 글로벌 사업 보폭을 다소 조정했다. 시장에선 2010년 이후 야심차게 준비하고 키워오던 홍콩법인을 매각한 이유를 현지 사업이 부진했기 때문으로 이해했지만 내부 상황을 살펴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먼저 2010년 최초투자금액과 약간의 증자 대금 그리고 최종 현지법인 매각가액을 고려하면 1000% 이상의 내부수익률(IRR)을 기록했다. 그렇다고 해외 사업이 막힌 것도 아니다. 알부민 단가가 급등하는 시점에서 제품원가 공급을 효율화할 수 있는 파트너를 찾으면서 투자실익과 사업 효율화 두 마리 토끼를 잡은 셈이다.
◇'해외 사업 철수' 아닌 14년만 '텐베거' 투자 결실 초점
GC홍콩법인은 올해 상반기 말 기준 77.35%를 보유 중인 주요 종속법인이다. GC는 올해 7월 해당 지분과 함께 홍콩법인의 완전자회사인 녹십자생물제품유한공사(GC China)를 포함한 6개 회사도 모두 CR보야바이오에 넘기는 계약을 체결했다.
당초 시장에선 GC가 이 알짜 법인을 매각한다는 데에서부터 시각이 엇갈렸다. 특히 홍콩을 포함한 중국 혈액시장의 경우 충분히 GC가 경쟁력을 보일 수 있고 과점에 가까운 지위를 가질 수 있고 앞으로 성장세가 기대됐기 때문이다.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GC홍콩법인은 그룹 주요 종속회사 가운데서도 이목을 끄는 수익성과 사업 성과를 나타냈다. 시장에서 이 매각을 다소 아쉽게 바라보는 것 역시 이 부분과 닿아 있다. GC홍콩법인 2022년엔 24억원의 영업손실을 내기도 했지만 작년 곧바로 턴어라운드를 했고 작년을 기점으로 자산규모도 1500억원을 넘어선 점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해당 거래 규모를 뜯어보면 이야기는 달라진다. GC가 지주사 체제를 갖추기 전 GC홍콩법인에 최초 출자한 금액은 한화로 약 140억원이다. 이후 일부 추가 출자가 있었지만 홍콩달러(HK) 상승 등을 통한 환차익 등을 고려했을 때 해당 금액은 GC가 작년 말 CG홍콩법인에 책정한 장부가액 377억원보다 낮은 것으로 확인된다.
GC가 주요 알짜법인을 중국 파트너사에 넘긴 작업을 '투자'의 관점으로 바라보면 약 14년만에 내부수익률 1000%가 훌쩍 넘는 빅딜을 만들어낸 셈이다. 장부가액으로 살펴봐도 마찬가지다. 2023년 말 기준 377억원을 인식한 것과 대비하면 이번 거래에 약 10배 가량의 프리미엄이 붙은 셈이다.
◇알리글로로 대규모 알부민 수급 앞두고 '후한 값 쳐주는 中 사업 지속'
GC가 해당 법인을 매각한 이후에도 홍콩 및 중국 현지에서 사업을 여전히 지속하고 파트너십을 확보했다는 점도 주목할 사안이다. GC는 비록 지난달 17일 홍콩법인을 매각했지만 같은 날 화륜제약과 또 다른 주력 자회사인 GC녹십자·GC녹십자웰빙의 제품을 중국 현지에 공급하는 별도 유통계약(Distribution Agreement, DA)을 맺었다.
구체적으로 GC녹십자그룹이 중국 화륜(CR)제약그룹과 맺은 2건의 계약 중 1건은 GC녹십자 혈액제제에 대한 유통 계약이다. 구체적으로 알부민과 혈우병 치료제 '그린진에프'를 CR제약그룹을 통해 중국에 공급하게 된다. 이를 통해 기존 홍콩법인을 중심으로 한 직판 전략을 파트너십을 활용하는 형태로 선회했다.
이번 홍콩법인 매각과 DA 계약은 수급량과 가격이 지속적으로 요동치는 혈액제제 원료 가격을 고려했을 때 최적의 타이밍을 잡았다. GC는 그간 알부민의 잦은 품절로 인해 중국 현지에서 혈액제제를 공급하는 회사라는 덕을 보기가 어려웠다. 수출을 급격히 늘리지 못하는 상황에서 자체 법인을 운영하는 것도 일종의 비효율을 낳았다.
다만 이번 중국 현지 알부민 공급을 자체 생산 후 공급이 아니라 유통 계약으로 맺으면서 이야기가 달라졌다. 마침 올해 하반기 미국에 출시될 알리글로를 만들 때 쓰는 혈장에서 다시금 '알부민'을 추출해 미국보다 값을 후하게 쳐주는 중국에 공급할 기회도 만들었다.
그간 알부민의 잦은 품절은 GC가 혈액제제 사업 이익을 끌어올리는 걸 막는 장벽과 같았다. 그러나 앞서 알리글로가 미국에 출시만 되면 알부민 생산량을 늘릴 더 없이 좋은 기회를 맞는다. 국내 원료혈장만으론 공급 한계가 있었고 생산량을 늘리려면 혈장을 더 수입해야 했는데 수입 가격 대비 국내 약가가 낮아 수지타산이 맞지 않던 고민도 끝난다.
GC관계자는 "이번 전략적 제휴를 통해 그 동안 지속돼 온 중국 사업의 불확실성을 제거하고 그룹 차원에서 재무적인 내실을 제고할 수 있게 됐다"며 "미국시장과 함께 중국 시장에서도 글로벌 도약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하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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