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활하는 애니메이션]CJ ENM 밀리언볼트, '국내 대신 해외' 전략 눈길기획 단계부터 글로벌 겨냥, 애니메이션 성장성 주목…디즈니 전략 벤치마킹
황선중 기자공개 2024-08-23 08:24:47
[편집자주]
국내 애니메이션산업은 오랫동안 성장이 더뎠다. 유통채널을 지상파 방송에 의존한다는 구조적 문제가 발목을 잡았다. 게다가 코로나19 이후 막이 열린 OTT 시대에 적응하지 못하면서 투자, 수익모델이 무너지는 이중고를 겪기도 했다. 하지만 새옹지마(塞翁之馬). OTT로의 플랫폼 이동은 결국 소비층과 장르 다변화로 이어졌다. 슬램덩크가 대표하는 '뉴트로(Newtro)' 트렌드 역시 부흥의 기회가 됐다. 변화하는 시장의 움직임, 국내 애니메이션사들의 현황을 더벨이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15:3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최근 해외 애니메이션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국내 애니메이션 제작업계 사업 전략이 변하고 있다. 그동안은 국내 시장을 평정한 뒤 해외 시장으로 발을 뻗는 전략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이제는 애니메이션 기획 단계부터 드넓은 해외 시장에 초점을 맞추는 전략을 구사하는 회사가 늘고 있다.대표적인 곳이 '밀리언볼트'다. 이 회사는 CJ ENM이 지배하는 국내 애니메이션 스튜디오(제작사)다. 세계적으로 사랑받은 국산 애니메이션 '라바(Larva)' 시리즈 제작진인 맹주공 감독이 2018년 12월 설립했다. CJ ENM은 2019년 밀리언볼트 성장 가능성을 눈여겨보고 지분 투자를 단행해 계열사로 편입시켰다.
밀리언볼트는 비좁은 국내 시장 대신 드넓은 해외 시장을 정조준하는 전략을 전개하고 있다. 지난해 선보인 애니메이션 <히어로 인사이드>가 상징적이다. 이 작품은 국내보다 해외에서 먼저 모습을 드러냈다. 구체적으로 미국의 TV채널 '카툰네트워크'와 OTT '맥스(Max)'에 선공개됐고 그다음 국내 TV채널 '투니버스'와 OTT' 티빙'에 공개됐다.
CJ ENM에 따르면 <히어로 인사이드>는 맥스에 유통되는 전체 작품 중 글로벌 시청 순위 5위를 기록했다. 구체적으로 포르투갈과 남아프리카공화국, 멕시코, 아르헨티나, 벨기에, 영국에서 시청 순위 5위권을 유지하고 있다고 한다. 올해에는 최소 수천만명의 애니메이션 소비자가 있는 중국 시장에 출시할 전망이다.
또 다른 애니메이션인 <씰룩>도 국내에서는 낯선 이름이지만 해외 인기는 적잖은 편이다. 2022년 12월 출시 이후 1년 반 만에 유튜브 구독자 800만명을 돌파했다는 점이 방증한다. 인구가 많은 중국과 북미, 동남아에서 인기몰이에 성공한 덕분이다. 업계 관계자는 "유튜브 구독자 100만명을 달성하기 위해서는 보통 3~5년이 소요된다"라고 했다.
◇ 월트디즈니 '히어로 전략' 벤치마킹
CJ ENM이 애니메이션에 주목하는 이유는 다양한 사업화가 가능하기 때문이다. 일단 애니메이션 팬덤이 형성되면 다양한 방식으로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사업다각화 전략이 가능해진다. 일례로 국산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 IP는 애니메이션을 넘어 극장판, 게임, 500개 이상의 굿즈 등으로 재탄생했다.
더군다나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은 비교적 빠르게 성장하는 양상이다. 한국콘텐츠진흥원이 발간한 '2023 애니메이션 산업백서'에 따르면 2022년 기준 글로벌 애니메이션 시장 규모는 3860억 달러(한화 약 529조원)에 이른다. 글로벌 OTT 플랫폼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핵심 콘텐츠인 애니메이션 시장이 수혜를 입고 있다는 설명이다.
CJ ENM이 밀리언볼트 대표작 <히어로 인사이드>제작에 직접 참여한 배경에도 애니메이션 속 다양한 영웅 캐릭터를 상품화하겠다는 구상이 담겨 있다. 미국의 월트디즈니가 자회사 마블코믹스를 통해 아이언맨, 스파이더맨과 같은 다양한 영웅 캐릭터를 상품화하는 것과 유사한 전략이다.
CJ ENM 관계자는 "밀리언볼트는 '글로벌 확장성'을 차별점으로 오리지널 콘텐츠를 제작한다"며 "탁월한 오리지널 IP 기획 제작 역량이 넷플릭스, 텐센트, 워너브라더스 등 글로벌 파트너를 만나 시너지를 내고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내년부터 매출 성장세가 본격화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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