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ompany & IB]연이은 '미매각' 흥국화재, 메리츠 아닌 한투 손잡았다신종증권 미매각 후 2년만 복귀, 역대 최대 모집액 설정…파트너 전격 교체 '강수'
윤진현 기자공개 2024-08-23 07:39:43
[편집자주]
증권사 IB들에게 대기업 커버리지(coverage) 역량은 곧 왕관이다. 이슈어와 회사채 발행이란 작은 인연을 계기로 IPO와 유상증자 등 다양한 자본조달 파트너로 관계를 맺을 수 있다. 기업들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기준은 뭘까. 탄탄한 트랙레코드를 기반으로 한 실력이 될 수도 있고, 오너가와 인연 그리고 RM들의 오랜 네트워크로 이어진 돈독한 신뢰감 등 다양한 요인이 영향을 미친다. 기업과 증권사 IB들간 비즈니스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스토리를 좀 더 깊게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1일 15:5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국화재가 2년 만에 자본성증권 시장에 복귀한다. 흥국화재는 역대 최대치의 모집액(2000억원)을 계획 중이다. 흥국화재는 이례적으로 조달 파트너를 전격 교체했다. 그간 모든 공모 자본성증권 조달을 함께한 메리츠증권이 아닌 한국투자증권을 단독 기용했다.흥국화재는 앞서 두 차례의 자본성증권 수요예측에서 연이어 모집액을 못 채운 경험이 있다. 2020년과 2022년 각각 후순위채와 신종자본증권 수요예측을 치렀지만 미매각됐다. 투자자 IR을 비롯한 모집전략 선회를 위해 흥국화재가 결단을 내린 것으로 풀이된다.
◇2년만 자본성 증권 복귀전…후순위채 통한 K-ICS 비율 제고 '전망'
21일 투자은행(IB) 업계에 따르면 흥국화재가 역대 네 번째 자본성 증권 발행을 준비 중이다. 후순위채의 모집액은 2000억원으로 설정했으나 최대 3000억원까지 증액 한도를 열어뒀다. 트랜치는 10년 단일물이며 발행일로부터 5년이 경과하면 일정 조건 충족시 중도상환할 수 있는 콜옵션(Call Option)도 붙인다.
흥국화재의 이번 발행은 2년만 처음이다. 앞서 2022년 5월신종자본증권을 통해 300억원을 조달한 후 더이상 공모 시장을 찾지 않았다. 대신 같은 해 8월 사모 신종자본증권으로 700억원을 추가 조달했다.
2019년 발행했던 후순위채도 이미 상환을 마쳤다. 총 1000억원 규모의 후순위채 콜옵션 만기 도래 시점이 올 5월이었다. 이 시점에 맞춰 차환에 나설 것이란 시장의 예상과 달리 흥국화재는 전액 상환을 택했다.
흥국화재가 자본성 증권을 다시 꺼내든 배경으론 역시 자본 확충이 꼽힌다. 흥국화재는 지난 2023년 말 기준 선택적 경과조치를 활용해 K-ICS 비율이 229.22로 집계됐다. 만일 경과조치를 적용하지 않으면 158%로 추산되는데 이는 손해보험 업계 평균치를 하회하는 수준에 해당한다.
금리 수준 역시 사모시장과 비교해 메리트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현재로선 5.9~6.3%대의 금리 수준을 계획 중이다. 앞서 발행한 자본성증권의경우 6.44~6.5%대로 금리가 형성된 바 있다.
흥국화재는 이번 발행에서 주관사단을 교체했다. 그간 단 세 차례의 공모 자본성증권을 발행했는데, 이 과정을 모두 메리츠증권과 함께했다. 다만 이번에는 한국투자증권에 단독 대표주관 직을 부여했다.
공모 흥행을 위한 변화를 택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도 그럴 것이 앞선 발행에서 흥국화재가 목표액을 채우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 2020년에 이어 2022년 공모 자본성증권 수요예측 당시 미매각이 발생했다.
2020년의 경우 보험업 실적 불확실성으로 인해 장기 보험 비중이 높은 국내 손해보험사에 대한 투심이 불안정했던 영향이 컸다. 이후 2022년 심기 일전해 수요예측에 돌입했으나 이 시기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이 몰리며 수요가 다소 부진했다.
게다가 흥국화재는 역대 최대치의 발행액을 계획 중이다. 과거 공모 신종자본증권과 후순위채로 최대 1000억원을 조달한 경험이 있다. 이번에는 2000억원의 모집액을 계획하고 있다.
흥국화재의 입장에선 주관사 교체로 변화를 택할 필요성이 커졌다. 이에 조달 파트너를 변경하는 방향을 택했다. 한국투자증권이 최근 보험사의 후순위채 발행에서 두각을 드러내고 있는 만큼 전략적 조달에 도전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최근 보험사의 자본성 증권 수요는 기업에 따라 분위기가 확 나뉘는 편이다. 미매각을 경험하는 보험사가 있는 반면, 교보생명, 메리츠화재 등은 모집액을 상회하는 수요를 모으며 흥행했다.
IB 업계 관계자는 "보험사에 대한 투심이 갈리고 있는 분위기"라며 "흥국화재와 흥국생명은 주로 메리츠증권과 조달을 함께하는 편이었는데 이 전략을 과감히 선회한 것도 앞선 수요예측 성적과 현재 시장 분위기 등의 영향을 받은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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