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캐즘' 뚫는 선봉장, 현대차의 캐스퍼 일렉트릭 충전 중 이상 징후 주기적으로 감시…내년엔 유럽과 일본에 출시
파주(경기)=이호준 기자 공개 2024-08-23 08:21:05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08:3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전기차 시장이 캐즘(일시적 수요 정체)과 마주했다는 건 이제 완성차업계에서 일반적으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다만 그것을 이겨내느냐 아니냐의 차이가 있다. 전기차 판매량이 둔화되고 있는 것은 숫자로 확인되지만 전기차 업계에서는 시장 점유율을 둘러싼 경쟁이 더욱 뜨겁게 벌어지고 있어서다.불황과 별개로 한 번 확보한 시장 지위는 다가올 전기차 대중화 시대에 전략적 우위로 작용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전기차 가격을 공격적으로 인하하는 움직임이 늘고 있다. 미국의 테슬라가 대표적이다. 테슬라는 최근 4개 분기 연속 영업이익 감소에도 불구하고 판매 부진을 메우기 위해 중국과 미국에서 공격적인 할인에 나섰다.
중국 비야디(BYD)의 진격도 주목할 만하다. BYD의 세단 전기차는 테슬라 모델3보다 주행거리와 가속 성능에서 우위를 보이지만 가격은 약 20% 더 저렴한 것으로 알려졌다. 중국 시장을 장악한 BYD는 이제 우리나라뿐 아니라 세계 시장으로 본격적인 전기차 공략에 나설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국내 자동차 업계의 대장주인 현대차도 전기차 라인업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하려는 움직임을 가속화하고 있다. 현대차는 지금까지 아이오닉5·5N·6, 코나 등 다양한 전기차를 생산해 왔다. 그러나 가장 저렴한 아이오닉5도 4000만원부터 판매되는 만큼 가격 경쟁력에는 여전히 개선이 필요했다.
캐스퍼 일렉트릭이 흥행에 성공한다면 동급 차량보다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이었던 현대차의 전기차가 가격 경쟁력을 확보할 가능성이 제기된다. 이달 출시된 캐스퍼 일렉트릭은 보조금 등을 적용하면 2000만원 후반대에 구매할 수 있다. 저렴한 가격이지만 탑재되는 배터리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가 높고 출력이 강한 삼원계 니켈·코발트·망간(NCM) 배터리가 적용된다.
이 가격·품질 경쟁력은 수직계열화된 전기차 생태계를 기반으로 한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에 LG에너지솔루션과 공동으로 설립한 회사인 HLI그린파워의 배터리 셀을 탑재한다. 전기차 원가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배터리와 관련한 생산 공정을 내재화함으로써 비용 절감 효과를 거뒀단 평가다.
21일 현대모터스튜디오 고양에서 파주 임진각 근처 카페까지 시승하며 직접 확인한 느낌도 긍정적이었다. 소형 SUV(스포츠유틸리티차)인 캐스퍼 일렉트릭은 2021년 출시된 내연기관(휘발유) 경차 캐스퍼를 기반으로 한다. 현대차의 전기차 라인업 가운데 가장 작은 차로 정의되지만 안정적인 주행 느낌과 넉넉한 SUV의 공간을 모두 갖춰 근거리 캠핑이나 다양한 야외 활동을 충분히 소화할 수 있다.
제원은 전장 3825㎜, 전폭 1610㎜, 전고 1575㎜, 휠베이스 2580㎜로 기존 내연기관 모델보다 더 크고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1회 완충 주행거리는 최대 315km로 '마의 500㎞' 벽을 넘은 테슬라 모델 Y 등 다른 전기차보다 다소 짧을 수 있으나 국내 자동차의 1일 평균 주행거리가 약 40㎞임을 감안하면 주에 한두 번 정도만 충전하면 된다.
충전 속도와 안전성도 현대차가 특히 내세우는 강점 중 하나였다. 120kW 급속충전기 기준으로 약 30분이면 배터리를 10%에서 80%까지 충전할 수 있다. 또 배터리관리시스템(BMS)이 충전 중에 이상 징후를 주기적으로 모니터링하며 과충전을 원천 차단하는 시스템을 갖추고 있다.
현대차가 전기차 시장에 얼마나 맞춤형으로 대응하는지를 보여줄 척도가 될 것으로도 보인다.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은 지난해 신년사에서 '전기차 리더십'을 강조했다. 올해 기아가 소형 전기차 EV3 출시로 포문을 연 만큼 캐스퍼 일렉트릭이 현대차의 저가 전기차 영역에서 선봉장 역할을 맡을 전망이다.
현대차는 캐스퍼 일렉트릭을 내년 유럽에 출시해 글로벌 소형 전기차 SUV 시장에서 점유율을 확대하는 데 속도를 낼 전략이다. 특히 유럽은 도로와 주차 공간이 협소해 소형차의 인기가 높다.
일본에도 내년에 선보일 예정이다. 현재 캐스퍼 일렉트릭에 적용된 페달 오조작 안전보조(PMSA) 기술을 일본의 안전 규제를 고려해 적용하는 방안을 고심하고 있다. PMSA는 고령 운전자나 초보 운전자의 조작 실수를 방지하기 위한 기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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