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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코퍼레이션을 움직이는 사람들]정몽혁 회장 "반짝 일등보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핵심"①보수적 색채 딛고 M&A 준비...실적 우상향 자신감

박완준 기자공개 2024-08-26 10:28:22

[편집자주]

현대코퍼레이션의 사업 다각화 움직임이 심상치 않다. 종합상사에게 수출 역군은 옛말이 된 지 오래인 데다 '상사 무용론'까지 나오면서 차세대 먹거리 발굴은 선택이 아닌 필수가 됐다. 특히 현대코퍼레이션은 올해 초부터 대규모 지분 투자와 인수합병(M&A) 등의 변화를 예고하며 기초 체력을 탄탄히 쌓아왔다. 현대코퍼레이션의 승부수는 조직력이다. 올해 정몽혁 회장을 중심으로 전면에 배치된 전문가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해졌다. 더벨은 현대코퍼레이션의 올해 성장을 주도할 리더들의 면면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2일 16:12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근심엽무.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이 추구하는 경영 키워드다. 기업의 뿌리가 깊으면 언젠가는 성공한다는 의미로, 상사 본업인 트레이딩을 구심점으로 삼아 천천히 발전해 나가겠다는 의미다.

정 회장은 보수적인 색채가 강한 인물로 알려졌다. 수십 년 넘도록 무역 트레이딩 중심의 사업으로 기업을 일군 경험 탓이다. 그는 종종 임직원들에게 "반짝 일등보다 지속가능한 기업이 더 좋은 가치"라며 화려한 외형보다 튼튼한 내실을 다지는 방향성을 주문하고 있다.

◇야심 찬 '계열 분리'…매출 6조 상사로 '부활'

정 회장은 현대종합상사 부활의 주역으로 꼽힌다. 그는 1961년생으로 서울 경복고를 졸업한 후 미국 캘리포니아 대학교에서 수리경제학을 전공했다. 2009년 워크아웃을 끝내고 현대중공업 품에 돌아온 현대종합상사의 회장 자리를 맡으며 15년째 경영을 이어오고 있다.

현대종합상사는 1976년 현대그룹의 수출입 전문 기업으로 설립됐다. 대그룹의 종합상사로서 '수출 대한민국'을 이끄는 선봉장 역할을 했다. IMF 외환위기 사태가 일어났던 1990년대 후반에도 현대종합상사는 1996년 매출 21조9438억원, 1997년 26조5193억원, 1998년 35조1329억원, 1999년 38조8662억원 등을 거두며 성장 가도를 달렸다.

현대종합상사는 2000년부터 흔들리기 시작했다. 매출 외형은 유지하고 있었지만 영업이익률이 재무건전성을 받쳐줄 만큼 창출되지 못했다. 결국 2002년 완전자본잠식 상태에 빠지면서 이듬해 워크아웃에 돌입했다.

하지만 현대종합상사는 다시 살아났다. 워크아웃 돌입 후 1조원대를 머물던 매출이 자원개발사업에서 성과를 얻으며 2008년 3조4860억원으로 회복해 이듬해 현대중공업그룹 품으로 다시 돌아갔다. 현재 수장인 정 회장도 이때 회장에 올랐다.

안정적인 수익 사업군을 구축해 성장세를 이어가던 현대종합상사는 2016년 큰 변화를 겪었다. 정 회장이 독자 경영을 위해 현대중공업과 계열 분리를 결정하면서다. 든든한 그룹 배경이 사라지고, 새로운 사명 현대코퍼레이션이 등장하며 정 회장은 지배구조 최상단에 올랐다. 자율 경영의 시험대가 시작된 순간이다.

'두 번의 실패는 없다.' 정 회장이 계열 분리를 통해 독립 경영 체제를 구축하며 세운 결심이다. 앞서 그는 1993년 32살의 나이로 현대정유(현 HD현대오일뱅크)와 현대석유화학 대표이사 자리에 오른 경험이 있다. 하지만 외환위기로 인해 9년 만에 대표이사에서 물러난 뼈아픈 과거를 갖고 있다.

정 회장은 빨리 가는 토끼보다 묵묵히 길을 걷는 거북이 정신을 강조했다. 임직원들에게대규모 투자가 수반되는 위험한 사업보다는 수익성에 주력할 것을 주문했다. 이에 현대코퍼레이션은 지난해 매출 6조5804억원, 영업이익 993억원을 거두며 역대 최대 실적을 거뒀다.

◇미래 결정짓는 정 회장, 창사 첫 M&A 준비

정 회장은 올해를 인수합병(M&A) 원년으로 삼았다. 그동안 위험 부담을 줄이며 보수적인 경영을 펼치던 정 회장의 행보에 큰 변화가 나타난 것이다. 계열 분리된 이후 꾸준한 호실적으로 두둑한 실탄이 마련됐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결정이다. 실제 계약 성사 시 현대코퍼레이션의 첫 M&A가 될 예정이다.

실제 현대코퍼레이션은 현금 확보에 공들이면서 곳간을 채우고 있다. 올 2분기 현대코퍼레이션의 현금 및 현금성자산은 2423억원으로, 2019년(1729억원)보다 늘어났다. 단기금융상품 등 기타금융자산을 포함한 금액이다.

유입된 현금은 신사업 확장에 활용될 전망이다. 현대코퍼레이션은 현재 트레이딩과 연계한 생산·유통사업과 기존 사업과 무관한 신사업 분야의 바이아웃 딜(다른 기업을 대상으로 50% 이상의 지분을 사들여 경영권을 확보하는 것)을 준비하는 등 성장 동력 확보에 힘쓰고 있다.
정몽혁 현대코퍼레이션 회장이 2024년 글로벌전략회의 개회사를 발표하고 있는 모습.

정 회장의 발걸음도 바빠지고 있다. 정 회장은 직접 M&A 기업을 물색하는 등 임직원과 소통에 적극적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특히 리스크점검 회의는 매달 팀별로 정 회장이 직접 주관하며, 팀장급까지의 인원 모두 회의에 참석한다는 후문이다. 아울러 글로벌 권역별 회의도 주최해 2~3개월 주기로 미주와 호주 등 5개국 이상의 지역을 직접 방문한다.

정 회장은 철강과 자동차 부품, 석유화학 등 기존 사업과 연계된 강소 기업을 발굴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상사 본업인 트레이딩을 구심점으로 장점을 극대화하기 위한 목적이다. 정 회장은 경쟁사 대비 규모가 작기 때문에 과감한 투자보다는 위험 부담을 덜 수 있는 합작법인(JV) 설립도 유력하게 검토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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