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사 인사코드]신한투자증권, 끝나지 않은 '인사 실험'④쓸 수 있는 카드는 다 써봤다…다음 선택에 주목
조은아 기자공개 2024-08-30 12:39:13
[편집자주]
기업 인사에는 '암호(코드, Code)'가 있다. 인사가 있을 때마다 다양한 관점의 해설 기사가 뒤따르는 것도 이를 판독하기 위해서다. 또 '규칙(코드, Code)'도 있다. 일례로 특정 직책에 공통 이력을 가진 인물이 반복해서 선임되는 식의 경향성이 있다. 이러한 코드들은 회사 사정과 떼어놓고 볼 수 없다. 주요 금융지주 인사의 경향성을 살펴보고 이를 해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8월 27일 11:08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한투자증권은 그룹 내 주요 계열사 가운데 우여곡절을 많이 겪은 곳 중 하나다. 출범 이후 안착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 건 물론 '라임 사태'의 악몽에서 벗어나는 데도 오랜 기간이 걸렸다. 이런 굴곡은 대표이사 인사 역사에서도 고스란히 엿볼 수 있다.지금의 신한투자증권은 신한증권과 굿모닝증권이 합병해 2002년 출범했다. 역대 대표들을 살펴보면 증권 명가로 자리잡기 위한 그간의 노력 역시 짐작할 수 있다. 공동대표와 단독대표 체제를 오갔고, 업계 내로라하는 증권맨부터 내부 출신, 부행장 출신 등 말 그대로 쓸 수 있는 카드는 모두 한 번씩은 써봤다.
◇초반 5년 대표만 4명…각자의 이유로 중도하차
2002년 이후 지금까지 대표를 지낸 인물은 모두 10명이다. 이들은 크게 셋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신한은행 출신, 내부 출신, 그리고 외부 영입 인사다. 비교적 공통점이 많았던 신한금융지주나 신한은행과 달리 이들 10명에게서 공통점을 찾기란 쉽지 않다. 선임 당시 나이대부터가 40대에서 60대로 다양하다. 학력 역시 서울대, 연세대, 고려대를 두루 찾을 수 있다. 영남대 출신이 2명이라는 점 정도만 다른 곳과 차별화되는 지점이다.
신한투자증권은 출범 초반 상당 기간 혼란을 겪었다. 외국계 이미지가 강했던 굿모닝증권과 은행 계열인 신한증권의 보수적인 조직 문화는 쉽게 융합되지 못했다. 직원들 간 반목도 매우 심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한동안은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졌다. 출범 이후 5년 동안 대표를 거친 인물만 4명이다. 평균 1년3개월만 자리를 지켰다는 계산이 나온다.
초반엔 합병된 두 회사의 기존 대표가 그대로 대표를 맡아 각자대표 체제를 구축했다. 규모가 훨씬 작았던 신한증권 대표이자 1942년생으로 당시 이미 60세를 넘겼던 이우근 전 대표는 이사회 의장을 맡아 측면 지원에 나섰고, 굿모닝증권 대표였던 도기권 전 대표가 사실상의 대표 역할을 했다.
다만 이 체제는 오래가지 못했다. 2년이 채 되지 않아 도 전 대표가 물러나고 이강원 전 대표가 그의 자리를 대신했다. 도 전 대표는 경영 방향과 실적을 놓고 대주주인 신한금융과 갈등을 빚어왔던 것으로 전해진다.
후임 이강원 전 대표는 전통 증권맨은 아니지만 은행권과 증권가, 학계를 아우른 인물이었다. 그는 선임 1년여 만에 한국투자공사 사장으로 선임되며 회사를 떠났다.
초반의 어수선한 분위기를 끝낸 인물이 KDB산업은행 회장을 지낸 이동걸 전 대표다. 그는 한일은행에 입행해 17년 동안 근무하다 1987년 신한은행으로 자리를 옮겼다. 신한은행에서 부행장까지 지낸 뒤 신한캐피탈 대표로 선임됐고 다시 신한투자증권 대표로 선임됐다. 이 전 대표 체제에서 신한투자증권은 연간 순이익 1500억~1700억원대를 내는 업계 3~4위권의 증권사로 성장했다.
이 전 대표의 후임 역시 신한은행 부행장을 거친 이휴원 전 대표가 선임됐다. 증권사에서 근무해 본 적은 없지만 직전에 4년 넘게 IB담당 부행장을 지내며 관련 경험을 조금이나마 쌓았다. 다만 유종의 미를 거두지는 못했다. 총선 출마를 이유로 사임했다.
◇은행 출신 거쳐 '외부 영입' 인사로 눈길
다음 주자인 강대석 전 대표는 증권업계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신한투자증권 대표를 맡아 화제의 중심에 섰다. 그는 신한증권 출신으로 2004년 회사를 떠났는데 2012년 금의환향했다. 처음으로 연임에도 성공하며 5년 동안 회사를 이끌었다.
안정을 찾은 신한투자증권의 선택은 다시 은행 출신이었다. 강 전 대표가 물러난 자리는 은행 부행장을 지낸 김형진 전 대표가 채웠다. 5년 만의 은행 출신의 복귀였다. 김 전 대표는 인사부장 등 신한은행 내 요직들만 두루 거친 인물이다. 다른 은행 계열 증권사들 보다 상대적으로 지주의 지원을 받지 못했던 신한투자증권이 지주의 지원을 든든히 받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커졌으나 별다른 성과를 남기지 못하고 자리에서 물러났다.
이후 대표를 맡은 3명의 공통점은 외부 영입 인사라는 점이다. 김병철 전 대표는 동양종합금융증권(현 유안타증권) 출신으로 2012년 영입돼 7년 만에 대표로 올랐다. 외부 영입이지만 신한투자증권 근무 기간도 짧지 않다.
이후엔 대우증권 출신 거물을 잇달아 영입하면서 'IB 명가'를 목표로 내세웠다. '이영창 대표는 리테일, 김상태 대표는 IB'의 투톱 체제로 가닥을 잡았으나 현재는 이영창 전 대표가 물러나면서 김상태 대표 홀로 회사를 이끌고 있다. 둘 모두 대우증권 출신이라는 인연이 있다.
업계의 시선은 다음으로 쏠리고 있다. 그 어느 곳보다 다양한 선택을 보여준 신한투자증권이 돌고 돌아 다시 은행 출신으로 갈지, 지금의 외부 영입 기조를 이어갈지, 혹은 신한증권이나 굿모닝증권 등 내부 출신을 선택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김상태 대표의 임기는 2025년 말까지로 아직 한참 남았고 연임도 가능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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