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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B 풍향계]'더 촘촘해진' 감독당국 IPO 심사망, IB업계 '긴장모드'공모주 냉각기에 금감원 투자자 보호, 심사 강화…NH·KB 등 촉각

손현지 기자공개 2024-09-12 07:33:18

[편집자주]

증권사 IB(investment banker)는 기업의 자금조달 파트너로 부채자본시장(DCM)과 주식자본시장(ECM)을 이끌어가고 있다. 더불어 인수합병(M&A)에 이르기까지 기업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의 해결사 역할을 자처하고 있다. 워낙 비밀리에 딜들이 진행되기에 그들만의 리그로 치부되기도 한다. 더벨은 전문가 집단인 IB들의 주 관심사와 현안, 그리고 고민 등 그들의 생생한 이야기를 전달해 보고자 한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0일 15:15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9월들어 금융당국의 IPO 심사 벽이 한층 높아지고 있다. 공모주 시장이 다소 냉각되면서 개인 투자자 보호를 위해 수주 가능성, 미래이익추정치 등 밸류에이션 과정을 세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셀비온, 루미르, 와이제이링크 등 다수의 예비 상장사들이 당국으로부터 증권신고서 보완요구를 받으며 청약 일정을 미룬 상태다.

IB들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거래소 심사 보다도 금융당국의 심사를 통과하는 게 더 어렵다는 인식이 자리잡으면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하반기 IPO 실적이 리그테이블의 순위를 판가름할 중요 요소로 부각된 가운데 증권신고서를 꼼꼼하게 체크하고 있는 분위기다.

◇공모주 과열 식자…금융당국 IPO 더 세밀하게 검토

1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이달 들어 에이치이엠파마, 인스피언, 한켐, 와이제이링크, 셀비온, 루미르 등 총 6곳의 예비 상장사들이 수요 예측일을 순연했다. 이에 따라 추석연휴가 끝난 뒤 예정됐던 공모주 청약 일정도 모두 내달로 밀린 상태다.

금융당국의 심사가 7~8월 보다도 더 깐깐해진 영향으로 풀이된다. 아직 정정신고서를 내진 않았지만 고주파 반도체 전문기업인 웨이비스도 최근 금융당국의 정정요구를 받아 청약 일정을 미룬 것으로 알려진다.


파두 사태 여파로 올들어 금융당국은 IPO 심사에 세밀한 잣대를 들이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부턴 본격적으로 증권신고서를 반려하며 정정·보완을 요구하는 건수가 잦아졌다.

코스닥 상장을 준비하고 있는 한 기업 CFO는 "거래소를 설득하기 위해 상장심의위원회에 상장 주관사외에도 CEO와 CFO가 함께 참여했었다"며 "거래소의 높은 심사 허들을 넘었지만 더 깐깐한 금융감독원의 심사벽이 남아 있어 내부적으로 긴장의 끈을 놓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하지만 금융당국의 심사기준은 갈수록 더 높아지는 모양새다. 이달엔 상장 일정까지 미뤄가며 준비하는 기업들이 많아진 것이다. 지난 7~8월에도 M83, 이엔셀, 전진건설로봇, 제닉스 등 다수의 기업들이 당국의 정정보완 요구를 받은 바 있지만, 청약 일정까지 미루지는 않았다.

7~8월 중 당국의 신고서 보완요구로 청약일정을 미룬 회사는 티디에스팜과 케이쓰리아이 정도가 전부였다. 티디에스팜은 수차례 정정 요구로 청약 일정을 두차례나 미룬 바 있다. 케이쓰리아이는 기존 계획 보다 한달 정도 상장 완주가 연기됐다.

IB업계에선 최근 공모주 시장이 급격히 냉각된 영향도 적지 않다고 분석하고 있다. 지난달 상장한 케이쓰리아이, 넥스트바이오메디컬 등은 첫날부터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작년 12월과 올해 1월 공모주들마다 200%에 가까운 주가 상승률을 기록하며 공모주 과열을 일으킨 것과는 상반된다.

IB업계 한 관계자는 "IB업계에선 최근 공모주 시장의 변화를 두고 이제야 과열양상을 벗어나 정상적 범주에 들어섰다고 평가한다"며 "하지만 당국의 입장에선 달라진 공모주 성적표에 투자자들의 손실을 우려하는 모양"이라고 분석했다.

◇하반기 반전 노리는 NH·KB, 당국 심사 촉각

사실상 거래소가 밀린 심사를 재개하면서 하반기 증시 입성 기대주들은 꽤 많아졌다. 더본코리아, 케이뱅크, 씨케이솔루션, MNC솔루션, 에이스엔지니어링 등 코스피 기대주들이 금감원의 심사만을 남겨두고 있다.

코스닥 시장에도 증시 입성 대기자들이 꽤 많다. 추석 연휴가 지나고 내달 초에는 코스닥 입성 기업들의 청약 일정도 대거 몰려 있어 이른바 '슈퍼 위크'가 예상된다.


이런 가운데 몇몇 하우스들이 금감원의 심사기조에 촉각을 기울이고 있다. 특히 순위 반전을 꾀할 수 있는 NH투자증권과 KB증권, 삼성증권 내 긴장감은 고조되는 분위기다.

NH증권의 경우 10일 기준으로 IPO 주관순위가 3위다. 하지만 조단위 케이뱅크부터 시작해 더본코리아, 에이스엔지니어링 등 다수의 기업 IPO 가능성을 보유한 하우스인 만큼 순위 반전의 가장 유력한 후보자다.

특히 케이뱅크의 경우 몸값만 4조~5조원대로 거론돼 IPO가 성사된다면 NH는 단숨에 1, 2위를 넘볼 수 있게 되는 상황이다. 현재 주관순위 1위인 미래에셋증권의 공모실적은 5444억원으로 NH증권(3592억원)과 1852억원 밖에 차이 나지 않는다. 공모건수는 10건으로 같다. 미래도 산일전기 외에는 대형 IPO가 많지 않았다.

증권업계 한 관계자는 "사실상 거래소의 상장예심을 통과했더라도 증시 불확실성, 당국의 높은 심사벽은 가장 큰 변수로 작용할 수 있다"며 "금감원의 강화된 심사기조에 촉각을 기울이는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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