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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 오너가 분쟁]손내민 신동국, 화답한 임종훈…두인물 만남이 갖는 의미1시간여 소통, 추가 대화 가능성…서로간의 반감 해소, 의사결정 시스템 공유

김형석 기자공개 2024-09-13 08:28:37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16:3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국이 손 내밀고 임종훈이 화답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어른으로서 먼저 만남을 타진했다. 그간 답이 없던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그의 손을 잡았다. 신 회장이 찾아가고 임종훈은 기다렸다.

분쟁 아닌 화합을 논하던 신 회장 입장을 고려하면 임종훈 대표를 다독이고 설득하는데 초점을 뒀을 것으로 보인다. 그리고 합의점이 될만한 포인트를 찾는데 주력했다. 배제가 아닌 화합, 축출이 아닌 견제를 이룰 수 있는 공동경영시스템도 제안했다.

◇12일 본사 찾은 신동국, 날선 비방 한풀 꺾은 임종훈

12일 신 회장과 임종훈 대표가 한미약품 본사에서 만난 건 여러모로 의미가 크다. 신 회장은 7월 송영숙 회장, 임주현 부회장과 함께 공동의사결정체를 구성한 후 꾸준히 임종훈 대표에 만남을 청했다.

하지만 임종윤 사장과 다르게 임종훈 대표는 그간 신 회장을 만나지 않았다. 대척점에 서 있을 뿐 아니라 이미 지주사 대표이사라는 자리에 앉아있는 입장인 만큼 상황을 지켜봤던 것으로 보인다. 표면적으로 분쟁 전면에는 형인 임종윤 사장이 있었기 때문에 한발 물러서 있었다.

신동국 한양정밀 회장이 12일 한미약품 송파구 본사를 찾았다.

임종훈 대표가 전면에 나서 3자 연합을 비방하고 나선 건 한미사이언스 이사회 교체를 위한 임시주총을 요구하고 나선 때부터다. 임종훈 대표가 지주사 수장인 만큼 입지를 흔들만한 큰 이벤트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이 때부터 회사 홈페이지에 공식 입장을 밝힌데 이어 소액주주까지 만나 3자 연합을 비판했다.

이에 더해 한미약품 박재현 대표가 나서 독립경영을 외쳤다. 자체적으로 인사 및 법무팀을 따로 두고 지휘하겠다는 선언이었다. 사실상 지주사 더 나아가 임종훈 대표의 지휘를 받지 않겠다는 의미로 임종훈 대표 입장에선 상당한 도전으로 받아들였다.

이 때 임종윤 대표가 박 대표의 독자경영을 저지하고 나섰다. 자신의 생명줄과도 같은 북경한미가 한미약품 지배 하에 있기 때문에 박 대표가 독자경영에 나서게 되면 자신이 북경한미 경영에서 배제될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실제로 임종윤 사장의 개인회사 룬메이캉과 북경한미간의 부당 내부거래 등을 박 대표 중심으로 한미약품이 내부감사를 하고 있다.

임종훈 대표는 사실 임종윤 사장과 같은 듯 다른 노선을 타고 있다. 각자의 이해관계에 따라 주판을 튕긴다. 현재로선 모든 화살이 임종윤 사장과 박 대표 그리고 한미약품에 쏠려 있는 이 상황에서 대화를 시도하는 신 회장의 손을 임종훈 대표는 잡게됐다.

◇배제 아닌 화합, 축출 아닌 견제 제안…추후 만남 가능성 '솔솔'

이날 신 회장과 임종훈 대표는 1시간 이상의 대화를 나눴다. 임시 주총 안건과 외자유치 등 구체적으로 합의한 사안은 없다. 다만 오랜만에 대면한 만큼 둘 사이의 오해 간극을 해소하는데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신 회장과 임종훈 대표가 강조해온 '한미 철학'은 공통점이 크다. 신약개발 중심의 한미 고유의 경영철학과 가족 간의 연대를 통한 안정적인 운영이다. 이는 8월 임종훈 대표가 소액주주와의 면담 이후에 더벨과 만나서도 얘기했던 내용이다. 신 회장 역시 가족 간에 화합을 줄곧 강조해왔다.

신 회장은 임종훈 대표에 형제들을 '배제'가 아닌 '화합' 그리고 오너경영이 아닌 전문경영인으로의 전환이 필요하다는 점을 피력했다. 신 회장 본인을 포함한 오너들은 전문경영인이 잘 할 수 있도록 지원을 하며 견제하는 역할만을 해야 한다는 설명이었다.

신 회장을 비롯한 오너들간에는 공동의사결정체제를 제안했다. 송영숙 회장을 포함해 신동국-임주현-임종윤-임종훈까지 함께 중요 의사결정을 해보자는 얘기다. 그 누구도 배제하지 않고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하자는 취지다.

임종훈 대표는 신 회장의 진정성에 대해 상당한 의구심을 내보였다는 후문이다. 신 회장이 형제측에 섰다가 모녀측에 섰다는 점에 대한 반감이었다. 그러나 신 회장은 이 역시 당시 상황에서의 합리적 판단이었다고 설명했다. OCI그룹으로 넘어가는 것을 좌시할 수 없었고 이후 형제들이 경영권을 쥔 상황에서는 주가 폭락, 해외펀드로의 매각 등을 막았어야 했다는 얘기다.

경영체계에 대한 이견도 있었다. 신 회장은 전문경영인체제 구축을 위해선 한미사이언스는 물론 전 계열사 경영 일선에서 오너일가가 제외돼야 한다는 입장이다. 임종훈 대표도 한미사이언스 대표 자리에서 내려와야 한다는 의미다.

반면 임종훈 대표는 전문경영인체제에 동의하지만 지주사인 한미사이언스의 대표직은 오너일가 중 한명이 맡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각 계열사의 경우 사업 전문성을 확보하기 위해 전문경영인 선임엔 이견이 없다.

이 점에 대한 조율이 필요하지만 신 회장은 전문경영인 체제의 필요성에 대해 피력했다. 임종훈 대표는 "생각해보겠다"는 말을 남긴 것으로 전해진다.

두 사람은 대척점에 있지만 임성기 철학을 지지한다는 공통점을 확인하고 건강한 한미로 도약할 수 있는 방안에 대해 공감대를 나눴다. 유한양행이 렉라자라는 글로벌 신약을 탄생시킨 배경에도 '전문경영인' 체제가 있다는 점을 신 회장은 강조했다는 후문도 들린다.

임종훈 대표는 이날 대화에서 "검토하겠다"는 대답을 통해 추후 소통 가능성을 남겨뒀다. 신 회장의 진정성, 모녀와의 화합 가능성을 고민해보겠다는 얘기다. 언론 등을 통한 소통이 아닌 통화 및 만남 등으로 직접 소통하는 방안도 공유했다고 전해진다.

신 회장은 임종훈 대표를 만난 이후 더벨과의 통화에서 "2조원의 한미약품그룹이 아닌 더 큰 한미약품그룹으로 도약하는 데 모두의 뜻이 모여야 한다"며 "나를 포함해 오너 누구 한사람이 독식하는 경영이 아닌 모두가 함께 참여하는 공동의사결정시스템 그리고 전문경영인 체제를 만들고자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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