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분쟁]소송에도 화합 꺼낸 신동국, 오너 삼남매 '배제' 아닌 '견제'3자연합 형제 해임안 없이 신규 입성만 요구, 전문경영인 중심 서로간의 '균형' 타진
정새임 기자공개 2024-09-12 08:03:23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1일 15: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신동국·송영숙·임주현' 대주주 3자연합이 지향하는 목표는 뭘까. 임종윤·종훈 형제를 몰아내고 직접 대표이사를 하거나 오너경영을 하는 걸까. 전문경영인을 내세우겠다는 분명한 메시지를 내세운 것으로 보아 그렇지도 않다. 신 회장 스스로가 2조원 규모의 한미약품 경영자로 우뚝 서는 그림을 그리는 것도 아니다.신 회장을 비롯한 3자연합이 요구하는 임시주주총회 역시 임종윤·종훈 형제의 이사직 해임이 아닌 자신들의 이사회 진입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언론 등 전면에 나서 적극적으로 3자연합을 강력하게 비난하는 형제와 다르게 신 회장 등 3자 연합은 소극적이고도 정제된 톤으로 소통할 뿐이다.
결국 3자 연합의 끝은 전문경영인을 앞세운 합리적인 경영에 있다. 그리고 신 회장은 스스로가 감시·감독 및 견제기능으로서 존재하기를 바란다. 오너의 경영 배제가 아닌 궁극적으로 화합을 얘기하는 이유다. 법적 분쟁까지 치닫고 있는 지금 이 상황에서도 신 회장은 형제를 만나 대화를 나누는 방안을 타진하고 있다.
◇신동국 회장 요구한 임시주총 목적, 해임 아닌 진입
신 회장이 한미사이언스 1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그는 대주주 3자연합의 중심축이 됐다. 신 회장의 전략이 곧 3자연합의 전략이 된다. 임주현 부회장은 앞서 더벨과의 만나 "신동국 회장 등 어른의 뜻에 따르겠다"며 경영권 분쟁에서 한발 물러난 입장을 피력했다.
3자연합은 현재 한미사이언스 임시주주총회를 열기 위해 법원에 소집허가 청구를 신청했다. 임시주총 안건이 그들의 요구사항이다.
안건은 총 2개, 정관 변경으로 이사 수를 최대 10명에서 11명으로 늘리는 건(1호 의안), 2명의 신규 이사를 선임하는 건(2호 의안)이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신 회장(2-1호), 사내이사로 임주현 부회장(2-2호)을 추천했다.
임주현 부회장을 대표이사로 올리기 위한 목적이라는 형제 측 비난과 달리 신 회장은 줄곧 전문경영인 체제 도입을 주장하고 있다. 실제 주총이 열리면 이사회에 입성할 가능성이 큰 인물은 임주현 부회장이 아닌 신 회장이다. 순서상 신 회장의 선임안을 먼저 다루게 된다.
만약 임시주총에서 특별결의 사안인 정관 변경 의안이 부결되더라도 독립된 안건으로 신 회장은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될 수 있다. 현재 이사회 수가 9명이므로 추가 1인 선임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그 스스로 사내이사가 아닌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 입성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도 주목할 지점이다. 사내가 아닌 외부인으로서 이사회에 입성하겠다는 의지다.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고 대표이사로 오르려고 한다는 의혹은 표면적으로만 보면 성립이 안된다.
신 회장은 줄곧 자신이 직접 직함을 갖고 경영을 지휘할 일은 없다고 밝혔다. 이사회 구성원으로서 의사결정에 일정부분 영향력을 행사할 뿐 실질 경영은 전문경영인에게 맡겨야 한다는 생각이 확고하다.
만약 시장의 의구심대로 신 회장이 경영권을 장악하고자 한다면 이번 임시주총에서 이사해임 안건 등을 올렸어야 한다. 신 회장 및 임주현 부회장의 이사회 입성을 방해하는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와 임종윤 사장 등 반대편에 있는 형제 등을 쳐내는게 맞다. 그러나 임시주총 안건 어디에도 기존 이사에 대한 해임안은 없다.
이사 해임은 정관 변경과 함께 특별결의 사항이다. 따라서 정관 변경으로 이사 수를 늘리는 것보다 대척점에 있는 기존 이사를 해임하는 것이 훨씬 효율적이다. 한미약품 이사회를 예로 들면 임종윤 사장이 대주주의 뜻을 따르지 않는 이사들을 해임하겠다는 것과 같다. 대주주의 뜻을 따르지 않는 이사를 굳이 이사회에 남길 필요는 없다.
신 회장은 임종윤·종훈 형제 혹은 그 측근들을 모두 이사회에 남기는 방향을 택했다. 초점이 '해임'이 아닌 이사회 '진입'에 맞춰져 있다는 얘기다.
◇창업주와 같은 길, 상호 견제 통한 성장…물밑 회동 추진
'기존 이사 해임은 없다'는 점에서 신 회장의 의중을 엿볼 수 있다. 배제가 아닌 견제, 딱 거기까지다. 대척점에 있는 형제들을 최대한 끌어안아보겠다는 의지가 여전히 남아있다.
서로 입장이 달라도 창업주 가족이 함께 이사회에 참여하면서 상호 견제와 균형을 맞춰야 한다는 생각이다. 이 과정에서 한미약품그룹이 건전한 성장을 할 수 있다고 본다.
실제로 신 회장은 최근 더벨과의 통화에서 "작은아버지 뻘인 내가 반대 입장을 낸다고 해서 그들을 내치는 건 말이 안된다"며 "최대한 대화도 해보고 만남도 가지면서 힘의 균형을 갖는 방안을 생각하고 있다"고 말했다.
형제가 이사회에서 제외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는 얘기다. 형제든 모녀든 어느 한 편이 완전하게 축출돼야만 이 분쟁이 끝날거라는 주변의 호소에도 신 회장의 생각은 흔들림이 없다. 이 같은 생각을 갖고 있는 건 외부 투자기관처럼 투자수익이 아닌 창업주의 오랜 지인으로서 가족 화합을 최우선으로 삼고 있기 때문이다.
신 회장은 임성기 회장이 어떻게 한미약품을 일구고 후계방안을 고심했는지 지근거리에서 본 인물이다. 임성기 회장 살아 생전에도 종윤·주현·종훈 남매를 모두 경영수업을 받게했다. 영업과 BD, 투자, 해외사업 등 3남매가 누구 하나 빠짐없이 역할을 했다. 일반적으로 후계구도가 장남에 쏠린 경우가 많지만 임성기 회장은 모두에게 경영의 기회를 열어놨다.
이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는 신 회장은 가족 간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와중에도 누군가를 축출하는 방식을 원치 않고 있다. 대신 소통을 통한 합의의 가능성을 타진하고 있다.
지금도 신 회장은 임종윤·종훈 형제와 만남을 갖기 위해 다각도로 타진하고 있는 중이다. 임종윤 사장이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고발하는 등 갈등이 극에 치닫고 있지만 신 회장은 물밑 소통을 논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 역시 신 회장에 대한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낸다. 신 회장과의 관계에 대해 "우리 모두 실제 장사를 해 본 사람들이라 말이 잘 통한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한미약품그룹 내부 사정에 정통한 관계자는 "3자연합과 형제 측 갈등이 이어지지만 신 회장은 형제와 함께 갈 수 있는 방안을 계속 고민하고 있다"며 "조만간 양측의 만남이 성사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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