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 오너가 분쟁]'임종윤-3자연합' 격돌, 패권다툼 '북경한미'로 전이된 이유한미약품 매출 27% 차지, 임종윤 룬메이캉 활용 최대 수익처 '이해상충' 소지
김형석 기자공개 2024-09-10 08:21:09
이 기사는 2024년 09월 09일 11:4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미약품그룹 오너가의 경영권 분쟁이 한미사이언스에서 한미약품 그리고 중국법인 북경한미로 전이되고 있다. 분쟁 중인 당사자들이 엇비슷한 지분율을 두고 격돌하고 있는 상황에서 핵심 사업법인의 패권을 누가 쥐느냐에 따라 성패가 달려있다고 보는 분위기다.송영숙-임주현 모녀의 대주주 3자연합과 임종윤 사장이 북경한미의 이사회 의장인 동사장 선임을 두고 부딪쳤다. 임종윤 사장 입장에선 개인회사인 코리그룹의 주요 매출처에 대한 지배력 상실을 어떡해서든 막아야 하고 반대측에선 이에 대한 주도권을 잡아 임종윤 사장을 무력화 시켜야 하는 복잡한 이해관계가 있다.
◇박재현 동사장 등기 불발, 화륜 측 서명 안해
북경한미는 한미약품이 1996년 설립한 자회사로 보유 지분율은 70%다. 설립 당시 중국 국영기업인 화륜자죽약업과 7대 3 비율로 출자한 합작회사다.
지난해 기준 북경한미의 매출은 3976억원이고 순손익 787억원에 달한다. 매출 규모만 보면 한미약품의 연결 매출 1조4908억원의 27%를 차지하는 핵심 자회사다.
최근 이 북경한미를 두고 3자 연합측과 임종윤 사장이 갈등을 빚고 있다. 북경한미가 동사회(이사회)를 열고 박재현 한미약품 대표를 동사장(의장)으로 등기하는 방안을 위한 절차를 진행했지만 무산됐다. 동사회에서 화륜자죽약업 측 이사 2인이 박 대표의 동사장 등기에 서명하지 않으면서다.
또 다른 이사인 임종윤 사장은 표결에 참여하지 않았다. 동사장 변경 등기를 위해선 동사회 전원의 서명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기존 동사장이었던 송영숙 회장의 지위가 유지됐다.
북경한미의 경영 최고 의결기구인 동사회 구성원은 한미약품 측 3명, 화륜자죽약업 측 2인이다. 한미약품은 최대주주로 동사장 임명 권한도 보유하고 있다. 현재 한미약품 측 이사회 멤버는 송영숙 회장과 임종윤 사장, 임해룡 북경한미약품 총경리(사장) 등 3명이다.
화륜자죽약업 측 이사들이 등기 변경에 동의하지 않은 건 한국에서 진행 중인 박 대표에 대한 소송 때문이다. 여기엔 임종윤 사장의 입김이 들어간 것으로 해석된다.
임종윤 사장은 4일 위계에 의한 업무방해 혐의로 박 대표를 서울 송파경찰서에 고발했다. 박 대표가 스스로 북경한미 동사장에 자신을 임명했다는 이유에서다.
◇임종윤 "박 대표 경영 안 돼" vs 3자연합 "문제 없어"…임종훈은 '방관'
이번 박 대표의 동사장 등기 실패에 대해 3자 연합 측과 임종윤 사장 측은 엇갈린 해석을 내놨다. 박 대표는 3자 연합 측으로 분류된 인물이다. 당연히 임종윤 사장과는 대척점에 있다.
임종윤 사장은 동사장 등기 실패는 곧 박 대표의 직무 정지라는 입장이다. 한 측근은 "본인 스스로 동사장에 임명한 건 공정성에 문제가 있다"며 "등기가 되지 않은 상황에서 북경한미 경영에 참여하는 것은 말이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3자 연합 측은 법적으로 문제될 것이 없다는 입장이다. 동사장 지명 권한이 최대주주인 한미약품에 있기 때문이다. 그간 한미약품이 지명한 인물이 동사장을 맡아왔다. 새로 도입된 신회사법 역시 유예기간이 만료되지 않았기 때문에 법적으로도 문제가 없다고 보고있다.
2020년부터 중국에서 시행된 신회사법은 기업의 동사장 임명 시 동사회를 거치도록 하고 있다. 동사회 구성원의 동의가 없으면 동사장에 취임할 수 없다. 그러나 유예기간을 5년으로 뒀다. 북경한미 입장에선 내년초까지는 별도의 동사회 없이 동사장 선임이 가능하다.
3자 연합과 임종윤 사장이 북경한미 경영권을 두고 갈등을 벌이고 있지만 임종훈 한미사이언스 대표는 별다른 입장을 내지 않고 있다. 임종훈 대표가 3자 연합에 대응하기 위해 형인 임종윤 사장과 손을 잡았지만 북경한미 건에서는 그가 얻을 실익이 없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임종훈 대표 측근은 "북경한미 건은 임종윤 사장과 관계된 사안"이라며 "입장은 없다"고 말했다.
◇'북경한미' 상징성, 한미약품 매출 비중 27%…임종윤 경영수업도
3자 연합과 임종윤 사장 측이 동사장 선임을 두고 격돌하고 있는 데는 그룹에서 북경한미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기 때문이다. 특히 임종윤 사장과 북경한미는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라는 데 주목된다.
임종윤 사장은 경영수업을 위해 2004년 북경한미에 근무해 2006년 사장, 2008년 동사장을 역임했다. 이후 임종윤 사장은 코리그룹을 운영하며 중국 사업에 주력했다. 이 역시 북경한미에서 성장한 이력이 밑거름이 됐다.
코리그룹은 임종윤 사장이 100% 소유하고 있는 코리홍콩(COREE HK)을 지주사로 한 기업집단이다. 코리홍콩이 직접 보유한 자회사 오브맘홍콩(Ofmom HK)을 통해 핵심계열사인 룬메이캉을 보유하고 있다.
룬메이캉은 코리그룹에서 유일하게 수익을 내는 계열사다. 북경한미에서 생산하는 의약품을 매입한 뒤 수수료를 붙여 판매하는 CSO(영업대행) 방식으로 수익을 확보하고 있다. 임종윤 사장 입장에선 북경한미가 절대적으로 중요한 입장이다.
◇북경한미-룬메이캉 의존성, 분쟁시 '임종윤·한미약품' 모두 타격
한미약품은 최근 룬메이캉과 북경한미와의 부당 내부거래를 감사하고 있다. 북경한미가 지분관계가 없는 룬메이캉에 일감을 몰아줬다는 이유에서다. 외부적으로는 부당 내부거래이지만 사실상 임종윤 사장이 소유한 코리그룹의 돈줄을 죄겠다는 의도도 엿보인다.
세부 실적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북경한미와 룬메이캉은 매년 2000억원 이상의 일감을 몰아주고 있다. 한미약품 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말 기준 북경한미가 룬메이캉을 통해 확보한 매출액은 1804억원이다.
향후 현금으로 환산할 수 있는 매출채권 351억원까지 합하면 북경한미와 룬메이캉의 거래 규모는 2156억원에 달한다. 이는 북경한미 총 매출의 54.2%에 달하는 액수다.
룬메이캉은 코리그룹의 주요 수익원이다. 코리그룹이 올해 1월 밝힌 연결기준 매출액은 3억2400만 달러(4339억원)다. 룬메이캉의 매출이 코리그룹 매출의 절반에 달한다.
코리그룹을 소유한 임종윤 사장 입장에선 룬메이캉이 북경한미로 통한 매출을 상실할 경우 큰 타격이 불가피하다. 코리그룹의 수익 없이는 임종윤 사장은 수천억원의 상속세를 마련할 길이 사라진다.
리스크는 한미약품과 북경한미에도 전이된다. 북경한미가 룬메이캉을 대신할 새로운 거래를 할 수 있는 기업을 확보하지 못할 경우 매출 하락을 막기 어렵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 현지의 특성상 허가를 받지 않은 기업은 의약품 유통이 불가한 만큼 단기간 확보하기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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