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풍-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사모펀드 손잡은 영풍, 새 전략 필요한 최씨 집안최고위층 간 협의 직후 전격 결정… 고려아연 "지분 절반 넘긴 상태"
이호준 기자공개 2024-09-19 08:14:36
이 기사는 2024년 09월 12일 19시21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영풍이 사모펀드 운용사 MBK파트너스의 손을 잡았다. 고려아연 지분을 둘러싼 최씨 집안과 장씨 집안의 갈등이 지속되는 가운데 영풍이 먼저 선수를 친 셈이다.고려아연으로서는 상황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MBK파트너스는 영풍의 고려아연 지분을 받아 최대주주로 올라설 가능성이 크다.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사모펀드를 상대로 집안 사람들이나 우호 세력을 끌어들이는 방식으로는 독립을 시도하기 쉽지 않다.
◇MBK파트너스가 1대주주로…"공동경영 가능하지 않아"
이번 입장문의 핵심은 MBK파트너스가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된다는 것이다. 기존에는 고려아연 지분 25.40%를 보유한 영풍이 최대주주였으나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장씨 일가와의 주주간계약을 통해 영풍보다 1주를 더 보유하게 돼 1대주주가 된다.
MBK파트너스는 영풍과 특수관계인(장씨 일가)과의 주주 간 계약을 통해 고려아연의 최대주주가 돼 MBK파트너스 주도로 의결권을 공동행사하기로 합의했다"며 "영풍 및 특수관계인 소유 지분 일부에 대한 콜옵션을 부여받기로 했다"고 입장문에서 밝혔다.
이번 결정은 상당히 전격적으로 이뤄진 것으로 전해진다. 논의는 최씨 집안과 장씨 집안의 지분 갈등이 본격화된 올 초부터 시작됐으며, 이번 주 장형진 영풍 고문과 MBK파트너스 최고위층 간의 협의가 이루어진 직후 곧바로 발표된 것으로 알려졌다.
75년간 유지해 온 1대 주주 지위를 포기할 만큼 장씨 일가가 현 상황에 승부수를 던진 것으로 보인다. 2022년 말 두 집안의 지분율 격차는 영풍 측이 5% 이상 우위를 점하는 상황이었지만, 현재는 그 격차가 1% 이내로 좁혀진 것으로 파악된다.
만일 최씨 일가가 외부 지분을 동원하고 지분 매집에 더욱 속도를 냈다면, 영풍 측은 고려아연의 경영권을 완전히 빼앗길 위험이 있었다. 영풍도 자체 자금만으로 지분 매집을 지속하기 어려웠기 때문에 차라리 선제적인 대응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장형진 영풍 고문은 입장문에서 "3세까지 지분이 잘게 쪼개지고 승계된 상태에서 그들이 공동경영한다는 것은 가능하지도 적절하지도 않다" "MBK 파트너스와 같은 기업경영 및 글로벌 투자 전문가에게 지위를 넘기는 것이 책임 있는 대주주의 역할"이라고 했다.
◇최씨 일가, 자금력에서 한계…경영 체제 변화 주목
현재 고려아연 이사회는 최씨 집안을 중심으로 구성돼 있다. 시장은 MBK파트너스의 등장으로 최씨 중심의 경영 체제가 앞으로는 변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
MBK파트너스는 막대한 자금력을 가진 글로벌 사모펀드로, 지난해 한국앤컴퍼니 주식 공개매수를 시도한 바 있다. 이번에도 이사 선임이나 배당과 같은 보통 결의(출석 주식의 2분의 1 이상, 발행주식의 4분의 1 이상 찬성)를 주도하기 위해 비슷한 행보를 보일 수 있다.
독립을 목표로 했던 고려아연으로서는 상황이 상당히 복잡해졌다. 최씨 일가는 그동안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을 비롯해 집안사람들 대부분을 동원해 지분 매입에 나섰다. 그러나 개인의 자금력으로는 사모펀드와 맞서기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우호 지분을 추가로 확보하는 것도 부담스럽다. 앞서 고려아연은 현대차, 한화 등 우호적인 지분으로 확보했지만 이는 사업 정관에 위배될 소지가 있다. 또 실적 등 경영 환경에 따라 언제든지 돌아설 수 있는 우호 지분을 계속 늘리는 것도 리스크가 크다.
고려아연 측은 "영풍이 주식의 절반가량을 MBK파트너스에 판 것 외에 특별한 사정변경은 없는 것으로 파악된다"며 "이번 일에 대해 회사가 드릴 말씀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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