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블러 시대, 텔코와 금융의 만남]'15년차 혈맹' SKT·하나, 지분 구조 개편 '협력 확장'①2022년 SK스퀘어 포함 주식 맞교환, 장부상 이익 효과도
이민우 기자공개 2024-09-27 07:03:48
[편집자주]
SKT와 KT, LG유플러스 이동통신 3사는 빅블러(Big Blur) 시대 최전선에 있다. 희미한 산업 경계 속 선택한 전략은 홀로서기보다 우군 확보다. 첫 손에 꼽은 동반자는 금융사다. 양측은 서로의 위기와 시장 변화에 공감대가 있다. 생성형 AI 등 첨단 ICT를 매개로 새로운 관계를 형성하거나 기존 협력 범위를 확대하는 추세다. 지분 교환, 사업적 결합을 바탕으로 고객 공유와 서비스 공급, 기술 발굴 등 공동 생존 모색이 한창이다. 교집합 확대를 통한 활로 찾기에 나선 통신·금융사의 연결고리와 그 의미를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09월 25일 09:2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SKT는 2009년부터 이어온 하나금융그룹과의 혈맹을 새롭게 재단하는 모습을 지속해 보여주고 있다. 하나금융은 막대한 금융데이터와 고객을 보유하고 있고 글로벌 사업에도 적극적이다. SKT의 통신 사업 한계 돌파에 필수불가결한 요소들을 하나금융그룹 사업들이 갖고 있다.하나금융그룹 역시 텔코(Telco)의 조력이 미래 사업 전략을 짜는데 유리하다. 빅테크의 공격적인 금융사업 진출에 대응해 AI 등 첨단 IT기술과 데이터 활용 사업 경쟁력을 높여야 한다. 양사가 15년간 이어온 관계를 '단순 유지'로만 만족하지 않고 협력 범위 확대에 지속해 나서고 있는 배경이다.
특히 하나금융그룹과의 협력은 SKT에게 상당한 장부상 평가 이익도 가져다줬다는 점이 주목된다. 올해 국내 금융지주사 주가는 정부 주도의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영향으로 상당한 오름세를 기록 중이다. 하나금융지주 주가도 마찬가지로 크게 오르면서 저점에 지분을 보유했던 SKT가 수혜를 받았다.
◇2009년 출범 파트너십, AI 시대 속 전방위 협력으로 진화
SKT와 하나금융그룹은 2009년 지분교환을 통해 맺은 혈맹을 지금껏 이어오고 있다. 2009년 설립된 하나카드가 시발점이었다. SKT가 전략적 투자를 결정하며 하나카드의 페이스메이커로 나섰다. 4000억원 규모 하나카드 지분을 SKT에서 가져갔고 사명도 하나SK카드로 변경하며 합작법인(JV)을 만들었다.
2014년 외환카드 합병으로 SKT 측의 하나카드 지분율은 낮아졌지만 양측 협력 관계는 깨짐 없이 공고했다. SKT의 하나카드 지분이 하나금융 신주로 교환돼 연결고리가 오히려 강화됐다. 2016년엔 모바일 기반 생활금융플랫폼 사업을 목표로 JV인 ‘핀크’를 함께 설립하기도 했다.
양사 혈맹은 2019년 SKT 하나금융지주 지분 매각으로 잠시 희석됐지만 2022년 확장된 형태로 재부활했다. SKT는 3300억원으로 평가된 하나카드 지분을 넘기고 하나금융 지분 3.1%를 가져왔다. 이어 합산 1000억원 규모 SKT·SK스퀘어 지분이 하나카드 쪽으로 인수됐다. 하나카드와 SKT의 관계로 시작됐던 파트너십이 4개사 연결체제로 확장된 셈이다.
특히 SKT와 SK스퀘어가 분사한지 얼마 안 된 시점이었다. 각자 통신, ICT 계열에서 새로운 먹거리와 투자처를 찾아야 했다. 각종 산업계부터 실생활까지 밀접한 사업 영역, 서비스를 가진 하나금융과의 전방위 협력 확대는 통신·금융데이터 시너지부터 신규 비즈니스 발굴에 큰 도움이 됐다.
하나금융 역시 AI와 마이데이터 등 첨단 IT 활용과 신규 먹거리 탐색을 지속해온 만큼 풍부한 경험을 지닌 SKT와의 협력을 진화시킬 필요가 있었다. 특히 AI의 경우 금융사 특화 모델 구축으로 금융사 비용 효율성을 크게 개선해줄 키 포인트로 꼽힌다. SKT는 국내 이통사 중 가장 공격적인 AI 투자, 전략을 보유한 곳이다.
하나금융은 하나은행의 출자를 통해 SK스퀘어를 지원 사격하는 모습도 보여줬다. SK스퀘어가 투자사로 처음 결정한 온마인드 투자에 참여하고 사업 협력에도 나서며 힘을 보탰다. SK스퀘어가 투자할 당시 온마인드 기업가치는 200억원 수준이었지만 하나은행 투자 참여를 통해 1년만에 300억원으로 늘어난 밸류 평가를 받았다.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 본 하나금융지주, SKT도 낙수효과 '방긋'
하나금융그룹과의 협력은 SKT에게 회계 수치 상 상당한 이득도 가져다 주고 있다. 2022년 단행했던 하나금융과의 지분 관계 개편으로 획득한 하나금융지주 주식 덕분이다. 현재 하나금융지주 주식 가치가 습득 시점 대비 크게 오르면서 큰 평가이익을 반영하게 됐다.
2022년 7월 말 SKT로 간 하나금융지주 주식은 주당 3만8234원 정도로 평가됐다. 같은 달 15일에 주당 3만3200원까지 내려가는 등 당시 주가는 근 1년간 가장 낮은 수준에 형성돼 있었다. SKT 입장에선 상당한 저점에서 하나금융지주 주식을 보유하게 됐던 셈이다.
이후 하나금융지주 주가는 지난해까지 등락을 반복하면서도 바닥을 계속 높여왔다. 특히 올해는연초부터 크게 반등해 가파른 상승세를 기록하며 주당 5만원, 6만원선을 거듭 돌파했다. 지난달엔 장중 최고 6만93000원을 기록하며 정점을 찍었다. 정부 기업 밸류업 프로그램 수혜에 따른 기대감이 시장에 반영된 덕분이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융지주 등 은행 관련 종목은 주가순자산비율(PBR)에서 보듯 그동안 수익성이나 실적 대비 상대적으로 시장에서 저평가됐었다”며 “하나금융지주를 비롯해 상당수 금융지주 종목이 크게 오름세를 기록 중이고 PBR 등을 미루어보면 향후 더 높은 가치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설명했다.
2022년 7월 말 3300억이었던 SKT의 하나금융지주 지분 가치는 올해 초 3746억원까지 증가했다. 이어 올해 상반기 말에는 5239억원으로 수직 상승하며 SKT에게 1493억원에 달하는 평가이익을 선사했다. 이는 같은 기간 SKT가 카카오 보유 주식 가치 하락으로 입은 1477억원 상당 평가손실을 메워주는 역할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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