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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트업 키우는데도 온 마을이 필요하다 [thebell desk]

박상희 기자공개 2024-10-10 08:50:16

이 기사는 2024년 10월 07일 07:44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아프리카 속담이 있다. 단순히 엄마, 아빠를 비롯한 가족뿐만 아니라 이웃과 사회라는 울타리 속 많은 사람들의 도움이 있어야 비로소 한 아이가 어른으로 성장할 수 있다는 의미다.

이 말은 종종 한 아이를 스타트업에 비유해 확장 사용되곤 한다. 이제 갓 출범한 스타트업이 제대로 된 역할과 기능을 하는 온전한 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정부 등 유관기관과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많은 금융기관의 도움이 필요하다.

이 말은 특히나 우리나라에 들어맞는 측면이 있다. 스타트업을 키우기 위해 정부는 물론 모든 유관기관이 정성을 기울이는 게 현실이다. 정부기관은 저금리에 자금을 대출해준다. 해외로 사업을 확장하는데 교두보 역할을 자청한다.

액셀러레이터(AC) 및 벤처캐피탈(VC)은 단순 유동성을 지급하는 역할에서 한 걸음 더 나아가 스타트업이 정상적인 기업 기능을 하기 이전까지 필요한 역할을 보조 및 대리해준다.

이같은 측면은 한국만의 독특한 현상이다. 스타트업에 투자하는 자금의 상당 부분이 정책자금으로 이뤄지기 때문이다. 유니콘으로 성장한 기업 가운데 정책 자금의 도움을 받지 않은 곳이 없을 정도다.

데스 밸리를 지나 어느 정도 성장 궤도에 오른 스타트업 대표를 만나면 종종 물어본다. 지금까지 회사를 일구는 과정에 있어서 누가 가장 고마웠냐고. 열에 아홉 명은 남들이 투자하기를 주저할 때 베팅해 준 벤처캐피탈을 꼽는다. 신뢰에 대한 고마움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파운더 개인의 부 축척이나 그 스타트업에 투자한 벤처캐피탈이나 투자기관의 수익 창출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장기적으로 멀리 확장하면 대한민국의 산업 축이 튼튼해진다는 측면이 있다. 정부를 비롯한 정책자금은 물론 민간 자금이 손실 가능성을 감안하고 스타트업 투자를 감행하는 배경이다.

이같은 재무적 투자자(FI)의 도움 없이도 기업을 꾸려갈 수 있는 스타트업은 극소수에 불과하다. 그마저도 유니콘(기업가치 1조원 이상 비상장기업)으로 성장하기 위해선 벤처캐피탈의 자금 유치가 필수적이다. 스타트업의 성장은 모험자본의 유입과 함께 한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일부 파운더는 본인이 창업한 기업의 성장을 본인의 공으로만 돌리려는 경향이 있다. 물론 창업 아이템의 선정과 기업을 키우는 과정에서 가장 큰 공은 파운더에게 돌아가기 마련이다. 그 공을 무시하려는 의도는 아니다. 그러나 대부분의 스타트업은 이윤을 창출하지 못하는 상황에서도 성장 가능성에 베팅한 모험자본에 의해 기업의 영속이 결정된다. 그 점을 간과해선 안된다.

최근에 만난 퍼스널 모빌리티 공유 서비스 지쿠(GCOO) 운영사인 지바이크 창업자는 회사가 상장한 이후 소방공무원을 위해 일정 금액을 기부하겠다고 말했다. 대부분의 창업자는 외부 인사를 만나면 회사를 어떻게 키우겠다는 비전만 강조하기 마련이다.

그런데 이 창업자는 성장하는 과정에서 벤처캐피탈을 비롯한 사회에서 많은 도움을 받은만큼 향후 어떻게 되돌려 베풀 것인지를 강조했다. 두 아이의 아빠인 그는 아내와도 사회 환원에 대한 일정 부분 합의를 이뤘다고 했다. 한 스타트업을 키우는데 온 사회가 필요하다는 말의 순 기능을 실감한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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