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니콘 이사회 분석]우아한형제들 '6→3명' 축소, 독일 모회사 임원 일색'전원 외국인' 딜리버리히어로 인사 포진…실적 관리, 자금 조달처 '경영 집중관여' 판단
박동우 기자공개 2024-10-23 08:15:05
[편집자주]
'유니콘(Unicorn)'은 밸류 1조원 이상의 비상장기업을 의미한다. 유니콘 기업은 설립 이후 투자금을 유치하고 사업을 확장한다. 인수·합병(M&A)이나 증시 상장 준비로 도약 국면을 맞기도 한다. 성장 변곡점마다 달라지는 경영환경에 부응해 이사회 인적구성 역시 변화를 거듭했다. THE CFO는 국내 주요 유니콘 기업의 이사회 변화를 시계열로 조명하면서 중심으로 창업자와 개별 이사의 관계, 경력과 전문성, 선임 배경 등을 살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0월 16일 07:1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배달의민족' 플랫폼 운영사 우아한형제들 이사회는 구성원 숫자가 줄어드는 흐름을 보였다. 4년새 총원이 6명에서 3명으로 축소됐다. 독일 모회사 딜리버리히어로(DH)의 인수가 분기점이었다.인수 전만 하더라도 우아한형제들은 이사회 구성원의 절반을 사외이사로 배치했다. 사세 확장에 일조한 국내외 재무적 투자자(FI)들이 이사회에 참여해 '경영 감시자' 역할을 수행했다.
DH 산하로 편입된 뒤 사외이사 직위는 사라졌고 외국 국적을 지닌 모기업 임원들이 이사회를 장악했다. 계열사 가운데 우아한형제들의 실적이 가장 양호한데다 배당을 매개로 자금 확보 파이프라인 역할을 담당하는 만큼 경영에 '집중 관여'할 필요성이 대두됐기 때문이다.
◇사내 1인, 기타비상무 2인 '단출한 구성'
현재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총원은 3명이다. 사내이사 1인과 기타비상무이사 2인의 단출한 구성으로 이뤄졌는데 모두 외국인이자 모기업 딜리버리히어로(DH) 인사로 채워졌다. 유일한 사내이사 피터얀 반데피트(Pieter-Jan Vandepitte)는 벨기에 국적을 지닌 인물로 2015년 이래 DH에서 최고운영책임자(COO) 직책을 수행해 왔다.
피터얀 반데피트 사내이사는 2021년 3월에 DH가 우아한형제들 지분 일체를 57억유로(7조6735억원)에 인수하는 거래를 마무리하는 국면에서 기타비상무이사로 이사회에 처음 합류했다. 이후 올 7월 배달중개 수수료 인상을 둘러싼 논란과 맞물려 이국환 전 대표가 취임 16개월 만에 돌연 사임하자 반데피트 이사는 임시 대표로 취임했다.
나머지 기타비상무이사 2명은 독일인으로 DH 임원을 겸하고 있다. 크리스티안 요하네스 워커(Christian Johannes Walker) COO실 전무는 아시아 시장에서 진행 중인 사업에 관여해 왔다. '배달의 민족' 플랫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 외에도 동남아시아 배달 앱 운영사 푸드판다 역시 DH의 자회사다. 안드레아스 크라우제(Andreas Krause) 고문은 인수·합병(M&A), 지분 투자, 근로자 고용 등의 주요 사안을 둘러싼 법률 자문을 총괄하고 있다.
독일 프랑크푸르트 증시 상장사인 DH는 세계 70여개국에서 외식 배달중개 플랫폼을 운영하는 기업이다. 2021년 싱가포르에 설립한 법인 '우아DH아시아'를 거쳐 우아한형제들을 지배하는 구조를 형성했다. 지난해 말 기준 우아한형제들의 최대주주가 우아DH아시아로 소유 지분율은 99.07%(1098만2685주)다.
DH가 우아한형제들 이사회에 전면 참여하는 건 필연적 수순이었다. 2023년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우아한형제들의 순이익이 3억2726만유로(4857억원)를 기록해 계열사를 통틀어 단연 많았다. 유동성 조력 창구 역할도 우아한형제들을 겨냥한 경영 관여 필요성을 한층 끌어올렸다. 지난해 우아한형제들이 지급한 배당금 4127억원을 발판 삼아 DH는 자금 조달처를 다변화하는 성과를 얻었다.
◇사외이사 직위폐지, 올 7월 김봉진 창업자 '사내이사 사임'
DH에 인수되기 전과 견줘보면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구성원 수는 확연하게 줄었다. 2020년 말 이사회는 6명으로 이뤄졌는데 김봉진 창업자를 비롯해 초대 최고재무책임자(CFO)를 역임한 박일한 조직문화혁신부문장, 설립 초창기인 2012년에 자금을 유치하며 연을 맺은 알토스벤처스 김한준 대표 등 3명이 사내이사로 등기됐다.
지금과 달리 4년 전에는 사외이사 직위가 존재했던 점도 주목할 부분이다. 이재현 전 골드만삭스PIA 한국담당 대표, 김상헌 전 네이버 대표, 데이비드 성진 리 힐하우스캐피탈 매니저가 우아한형제들 이사회에 참여했었다. 자금을 조력한 재무적 투자자(FI) 일원인 만큼 경영실태를 점검하고 사업을 원활히 수행하는지 살펴보는 취지가 반영됐다.
골드만삭스PIA는 2014년 11월에 400억원을 투자한 이력을 갖췄는데 원금의 18배 넘는 수익을 실현하고 엑시트(자금 회수)했다. 중국계 투자사 힐하우스캐피탈 역시 2016년 5000만달러(540억원)를 투입하고 2018년 후속 출자를 단행했다. 2017년 350억원을 지원했던 네이버는 인공지능(AI) 기술을 접목한 스피커 '클로바'에 외식 주문 기능 탑재를 추진하는 등 우아한형제들과 협업도 모색했다. 이후 인수 과정에서 보유 주식을 DH로 넘겼고 2200억원의 회수 성과를 실현했다.
창업자 김봉진 전 대표는 회사 설립 이래 줄곧 사내이사 직위를 지켰으나 올 7월 사임했다. 앞서 2023년 7월에는 우아한형제들 이사회 의장직을 내려놓고 보유하던 우아한형제들 지분 8.35%(92만5143주)를 우아DH아시아로 넘겼다. 이후 김 창업자는 스타트업 그란데클립을 세워 서울 성수동에 '뉴믹스커피' 카페를 개업하고 골프웨어 브랜드 '어메이징크리' 운영사를 인수하는 등 새로운 사업에 나섰다.
임시대표 체제가 이어지는 가운데 창업자마저 회사를 완전히 떠나면서 DH는 우아한형제들 내부 조직을 쇄신할 필요성을 절감했다. 최근 신임 대표로 김범석 전 트렌디욜고 최고경영자(CEO)를 내정한 배경이다. 트렌디욜고는 튀르키예 현지 전자상거래 플랫폼 트렌디욜에서 운영하는 외식 배송 서비스로 김 전 CEO가 론칭을 주도했다. 해외 사업 경험이 두터운 만큼 모회사와 원활히 소통을 해낼 거라는 기대감이 투영됐다.
우아한형제들 관계자는 "김범석 신임 대표이사 내정자는 올 연말이나 내년 초에 열릴 이사회 의결을 통해 대표이사 겸 사내이사로 정식 선임될 예정"이라며 "이후 이사회 인적 구성의 변동에 관해서는 정해진 바가 없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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