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interview/삼양식품, '라면 종주국' 공략기]홍범준 삼양재팬 법인장 "3년간 매출 3배 확대 목표"불닭볶음면 주력 소비층 타겟 마케팅 강화, 불닭소스 활용 콜라보레이션 적극 추진
도쿄(일본)=정유현 기자 공개 2024-11-12 07:41:29
[편집자주]
한국 인스턴트 라면의 원조라 불리는 삼양식품이 일본 열도 공략을 위해 고군분투 중이다. 2012년 출시된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시장에서 주목을 받자 매운맛에 취약한 일본 소비자들도 제품을 찾기 시작했다. 수출 규모가 매년 유의미하게 증가하자 라면 종주국이자 주요 메이커들의 본거지인 일본 지역에 첫 해외 판매 법인을 설립했다. 최근 K푸드의 위상이 높아지며 삼양식품의 현지화 전략도 힘을 받고 있다. 더벨은 삼양재팬의 설립 후 성과와 사업 방향 등을 살펴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7일 15:43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난공불락(難攻不落)'. 공격하기가 어려워 쉽사리 함락되지 않는다는 의미의 사자성어는 일본 시장을 설명할 때 가장 단골로 등장하는 수식어다. 일본은 변화가 느릴 뿐 아니라 자국의 제품, 혹은 잘 알려진 익숙한 상품을 소비하는 경향이 뚜렷하다. 새로운 것을 받아들이지 않는 보수적인 성향이 짙다.특정 수요 계층의 수요에 맞추면 평타 이상의 수익을 거둘 수 있는 구조인 것도 영향을 미친다. 자동차, 게임 등 IT 기업들이 타당성 조사부터 글로벌 시장 진출 전략을 일본 시장에 맞춰 다시 짜는 배경이다.
혁신 혹은 트렌디(trendy)라는 단어와는 거리가 느껴지는 일본 시장에서 글로벌 시장에서 MZ들의 핫템(Hot item)으로 꼽히는 '불닭볶음면'이 인기를 끌고 있는 것은 주목할 만한 부분이다. 매운맛에 취약한 일본인들의 기호에 맞춘 것이 아닌 한국식 매운맛의 '오리지널리티(고유성)'를 내세운 것이 인기의 비결로 꼽힌다. 제4차 한류 붐과 전 세계적으로 진행된 불닭 챌린지 콘텐츠 덕분에 삼양식품 일본 법인(삼양재팬)도 연착륙에 성공한 모습이다.
삼양재팬의 진짜 시험은 이제부터다. 시장에 안착하면 중장기적으로 꾸준하게 성장을 기대할 수 있는 특성을 활용해 성장의 가속 페달을 발을 계획이다. MZ를 넘어 기성세대까지 아우를 수 있도록 제품 라인업을 확장하고 소스를 활용해 B2B(기업간 거래) 시장 진출을 준비하고 있다. 삼양식품이 글로벌 종합 식품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도록 '라면 종주국'인 일본에서 군불을 지피고 있다.
◇법인 매출 확장세 맞춰 도쿄역 부근으로 이동, 매운맛 수요층 확대 기대
지난 2일 도쿄역 부근에 위치한 삼양식품의 첫 해외 판매 법인인 삼양재팬 사무실을 찾았다. 삼양재팬 사무실은 도쿄역과 한 정거장 거리인 오테마치역에서 도보로 15분 정도 이동하면 나온다.
오테마치는 사무실 건물이 즐비한 곳으로 한국으로 보면 여의도와 같은 비즈니스 지역이다. 첫 번째 법인의 사무실은 코리아 타운인 신오쿠보 지역에 가까운 신주쿠에 위치했지만 법인 매출이 늘고 현지 거래선 비중이 높아지면서 현재의 위치로 둥지를 옮겼다.
조용한 건물로 들어가 엘리베이터를 타고 12층으로 올라가면 불닭볶음면 컵라면 형상이 손님을 맞이한다.
삼양재팬 사무실에서 더벨과 만난 홍범준 삼양재팬 법인장(사진)은 "일본 시장은 한국 기업 입장에서 타국가 대비 높은 진입장벽, 현지 메이커와 치열한 경쟁, 복잡한 경쟁 구조로 인해 상당히 시간과 노력이 필요한 시장이다"며 "라면의 종주국이자 주요 메이커들의 격전지인 일본 시장에서 다양한 시도를 해본 것이 미국, 중국 등 해외 법인 설립에 큰 자산이 됐다"고 설명했다.
일본 사람들은 간장(소유), 된장(미소), 소금(시오), 야키소바로 상징되는 전통적인 맛 외에는 즐기지 않는 편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나 매운맛에는 취약하다. 그래서 한국인 입맛에도 매운 불닭볶음면이 일본에서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이 매우 흥미로웠다. 불닭볶음면의 성공 비결에 대해 물었다.
홍 법인장은 "일본은 한국에 비해 더 보수적이고 자국산에 대한 충성심이 강해서 공략하는 것이 쉽지 않았다"며 "전통적인 맛을 고수하는 소비자 특성이 있기에 장수 브랜드들의 아성이 쉽게 흔들리지 않는 것이다"고 말했다.
그는 "특히나 기성세대의 경우 거의 성인이 될 때까지 매운맛 자체를 접해본 적이 없는 경우가 대부분이다"며 "이에 한국식 매운맛을 우선 접해보게 하는 것이 가장 어려운 과제였다"고 복기했다.
2019년 삼양재팬 설립 후 제4차 한류 붐이 불기 시작하면서 불닭볶음면을 찾는 소비자들이 많아지기 시작했다. '너무 맵지만 너무 맛있다'는 콘셉트로 다양한 마케팅 활동을 전개하면서 존재감을 키우기 시작했다.
홍 법인장은 "불닭볶음면의 주력 소비층이 10~30대의 여성들이라는 점에 착안해서 SNS 채널에서 지속적인 이벤트를 진행하는 동시에 전국 73개 대학 축제에 제품을 협찬을 진행했다"며 "주력 소비층이 불닭 브랜드를 체험하고 바이럴로 확산될 수 있도록 공을 들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올해는 현지 SNS 크리에이터를 활용해 웹광고를 제작해 유튜브 등에서 방영하면서 인지도가 더 향상됐다"며 "지금 세대는 더 어린 나이에 매운맛을 접하기 때문에 이런 흐름이 지속된다면 일본 시장에서 매운맛에 대한 수요층이 해가 갈수록 두터워질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국물면 출시로 제품 라인업 확장 준비, 불닭소스 사업 강화 추진
일본 유통업은 다양한 플레이어들이 복잡하게 분산된 소매 채널을 놓고 치열하게 경쟁을 하는 구조다. 시장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영업망을 구축하고 판매 채널을 확장시키면서 존재감을 키우는 것이 필요하다. 삼양재팬은 한 발 더 나아가 새로운 시도를 하면서 글로벌 시장에 내놓을 신제품의 '테스트 베드' 역할도 해내고 있다.
홍 법인장은 "지난해 일본 시장에서 출시한 야키소바 불닭이 큰 화제가 되면서 국내에도 출시가 됐다"며 "탱글 시리즈와 일본에서만 판매하고 있는 불닭감자칩 등 기존 불닭면 외의 카테고리를 적극적으로 개척한 사례가 향후 타국가에도 적용되면 그룹 전체 성장에도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고 평가했다.
불닭소스를 활용해 사업 포트폴리오 확대도 준비하고 있다. 일단 시작으로 도쿄 시부야에 1호 직영점을 낸 국내 브랜드인 '맘스터치'와의 콜라보레이션을 진행했다. '불닭소스 하모교'와 '불닭 싸이버거' 등을 출시했다.
홍 법인장은 "일본 시장은 이종(異種)업종간 컬래버레이션이 활발한 지역으로 관련 활동도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며 "예를 들어 피자 별첨 소스, 야끼니꾸 식당, 불닭 소스를 찍어먹는 방식 등 다양한 메뉴가 나올 수 있도록 준비를 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삼양재팬은 올해 설립 6년 차다. 그동안 일본 유통 시장에 적합한 영업조직, 인프라 기반 구축에 많은 노력을 기울였고 시장에 안착했다. 본격적으로 외형 확장을 위한 전략을 가동할 계획이다.
홍 법인장은 "내년에 새로운 국물면 브랜드를 신규로 출시하고 탱글 제품 리뉴얼 및 신제품도 선보일 계획이다"며 "안정적인 기반을 발판 삼아 향후 3년 간 매출을 작년 매출의 3배 이상으로 볼륨을 키우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인터뷰를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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