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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이사회 평가]흥아해운, 입김 센 경영진…내부거래 견제 '낙제점'총점 255점 만점에 118점 획득, 감사위 부재…활동 평가제도 전무

손현지 기자공개 2024-11-21 07:44:40

[편집자주]

기업 지배구조의 핵심인 이사회. 회사의 주인인 주주들의 대행자 역할을 맡은 등기이사들의 모임이자 기업의 주요 의사를 결정하는 합의기구다. 이곳은 경영실적 향상과 기업 및 주주가치를 제고하고 준법과 윤리를 준수하는 의무를 가졌다. 따라서 그들이 제대로 된 구성을 갖췄는지, 이사를 투명하게 뽑는지, 운영은 제대로 하는지 등을 평가할 필요가 있다. 하지만 국내에선 이사회 활동을 제3자 등에게 평가 받고 공개하며 투명성을 제고하는 기업문화가 아직 정착되지 않았다. 이에 THE CFO는 대형 법무법인과 지배구조 전문가들의 고견을 받아 독자적인 평가 툴을 만들고 국내 상장기업을 대상으로 평가를 시행해 봤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08:46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흥아해운은 아시아지역 내 액체석유화학제품의 해상운송을 담당하는 선박운송 업체다. 자산이 3000억원 안팎 수준으로 규모 자체가 크진 않지만 이사회 내에 '내부투명경영위원회'라는 소위원회를 설치할 정도로 표면적 선진화에 힘써왔다.

다만 모범규준에 의거하면 운영체제는 미진한 수준에 그쳤다. 총 6개 평가 지표 중 경영성과를 제외하고 대부분 평균 2점대 이하의 성적을 거뒀다. 특히 주요 소위원회에는 사내이사의 입김이 세고 감사위원회도 별도로 두고 있지 않아 '견제기능' 부문은 최하점을 기록했다.

◇사외이사 의결권 40%…감사위도 부재

THE CFO는 자체 평가 툴을 제작해 '2024 이사회 평가'를 실시했다. 올 5월 발표된 기업지배구조보고서와 2023년 사업보고서, 2024년 1분기 보고서 등이 기준이다. 6대 공통지표(△구성 △참여도 △견제기능△정보접근성 △평가 개선 프로세스 △경영성과)로 흥아해운의 이사회 운영 및 활동을 분석한 결과 255점 만점에 118점으로 산출됐다.


모든 평가 지표가 평점 1~3점대에 그쳤다. 상장사지만 자산이 2조원을 밑돌아 이사회 운영에 대한 규제가 상대적으로 느슨하다 보니 모범적 기준에 미달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중에서도 낮게 채점된 지표는 '구성'과 '견제기능' 부분이다. 각각 1.8점과 1.9점을 얻었다.

특히 이사회 구성 측면에서 흥아해운만의 특징이 두드러진다. 흥아해운은 이환구 대표 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하고 있다. 이사회 정원은 총 5명이다. 사내이사와 사외이사의 비율은 3대 2다. 사내이사는 이환구 대표를 포함해 전주호 특수선영업본부 담당임원, 김광연 재무관리총책임자(CFO) 등 3인으로 구성돼 있다.

사내이사가 이사회 의석과 의결권을 과반수 넘게 확보한 셈이다. 사외이사는 2인 체제다. 국토해양부 해사안전정책관과 해양수산부 서기관 출신인 이장훈 이사와 해군사관학교장을 지낸 적 있는 최윤희 이사 등이다. 다만 두 인물 모두 사실상 경영과 회계 등에서 전문성을 지니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관련 안건에 대해선 입김이 약할 수 밖에 없는 대목이다.

실제 이사회 다양성 측면에서도 낮은 점수를 받았다. 국적이나 성별, 연령, 경력 등이 다양하지 않아 감점요인이 됐다. 효과적 토의가 가능한지를 평가하는 항목에서도 이사회 규모 5인으로 적은 편이라 5점 만점에 2점을 받았다.


◇내부투명경영위원회 내 사외이사 2인…5개 지표 대부분 모범기준 '미달'

눈에 띄는 점은 유동신 상근감사는 이사회에 참여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사회 내 감사위원회가 별도로 설치되지 않은 만큼 사실상 견제기능이 약하다고 평가됐다. 유 감사는 전 한국산업은행 심사부 부장(SCO), 한국산업은행 강남지점 팀장 등을 지낸 인물이다. 사외이사들끼리 진행하는 회의도 전무하다는 점에서 견제기능은 1.8점을 받았다.

게다가 소위원회 중 내부거래를 감시하는 '내부투명경영위원회'도 사내이사가 절반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는 점도 문제다. 전주호 특수선영업본부 담당임원과 김광연 CFO가 참여해 의결권 과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내부거래 관련 소위원회는 주요 주주나 특수관계인, 계열회사 등과의 거래 적절성과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설치된 기구다. 그러나 핵심 내부 경영진들이 참여를 한다는 점만으로도 적절한 감시가 불가능한 구조라는 분석이다.

결과적으로 흥아해운은 이사회 평가에서 좋은 점수를 받지 못했다. 이밖에 '참여도'도
평점 1.9점을 기록했다. 별도로 진행된 사외이사 교육은 없었다는 점, 다른 소위원회의 회의가 적은 편이라는 점 등이 감점요인으로 작용했다.

이밖에 '평가개선프로세스' 지표의 경우 2.1점을 받았는데 대부분의 문항에서 최하점인 1점을 받았지만 사회적 물의를 일으키거나 사법 이슈에 연루된 이사회 구성이 없다는 부분에서 평점이 다소 높아졌다.

가장 높은 점수를 받은 지표는 '경영성과'로 3.3점을 받았다. THE CFO는 KRX 300을 구성하는 종목을 기준으로 기업들의 경영성과를 평가하고 있다. 비금융기업 277개사에서 상·하위 10%를 걸러내고 계산한 가중 평균치와 비교한다.

흥아해운의 경우 주가수익률이나 총주주수익률(TSR) 등 투자 관련 항목에선 최고점을 받았다. 지난해 2000원대에 머물렀던 주가가 올초 4000원대로 뛰는 등 주식시장에서 선전한 덕분이다. 다만 매출 성장률이나 배당수익률, 이자보상배율 등의 지표는 최하점에 머물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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