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CFO 스토리]인내 끝에 맺은 결실, 단단히 다져진 셀비온 내재가치②박재민 부사장 "주주에게 정확한 기업 상황 전달 노력"
이기욱 기자공개 2024-11-11 09:09:48
[편집자주]
기업의 곳간지기 최고재무책임자(CFO)의 역할은 비슷비슷해 보이지만 업권별로 그 역할과 무게가 다르다. 바이오텍 CFO는 단순히 재무·회계 등 숫자만 잘 알면 되는 정도가 아니다. 무르익지 않은 기술을 투자자들에게 선뵈며 투자를 이끌어 낼 수 있는 '스토리'를 만들어야 한다. 때로는 기술수출 현장을 직접 뛰며 사업 중심에 서기도 한다. 이 같은 바이오텍 CFO 역할은 투자 혹한기인 지금 시점에 그 중요성이 배가 된다. 기술이 바이오텍의 존재의 이유라면 CFO는 기술의 생존을 이끌어 내는 키맨이다. 최근 주목받는 바이오텍의 CFO를 만나 혹한기 생존전략을 물었다.
이 기사는 2024년 11월 08일 11:56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상장사에 있어 주가는 그 무엇보다 중요한 요소지만 시장 상황 등 외부 요인에 영향을 많이 받을 수밖에 없다. 묵묵히 기업의 내재 가치를 입증하고 알리는 것이 주주가치 제고를 위한 길이다."지난달 16일 코스닥 시장에 입성한 셀비온의 주가는 다음 날 종가 2만6800원을 기록했다. 그 다음날에는 장중 최고가 2만9450원까지 오르기도 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 주가는 공모가인 1만5000원 아래로 떨어졌다. 7일 종가 기준 셀비온의 공모가는 1만3430원이다.
기업 최고재무책임자(CFO) 입장에서는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상황. 그럼에도 박재민 부사장(사진)은 의연한 태도를 보였다. 상장까지 걸린 6년이라는 오랜 시간 속 다져진 셀비온의 내재가치를 확인했기 때문이다.
셀비온은 핵심 파이프라인 전립선암 치료제의 병기 확장과 기술 이전 등을 통해 기업 가치를 천천히 늘려나갈 방침이다. 직접 생산 체계 구축을 등 중장기 자금 활용 계획도 이미 구상돼 있다.
◇VC 떠나 생소한 바이오산업으로…성장 가능성·대표이사 진정성 고려
박 부사장은 1997년부터 2017년까지 20년동안 벤처캐피탈업계에 종사한 1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다. 전문 분야는 게임을 비롯한 콘텐츠 산업이다. 과거 한솔창업투자에서는 국내 최초로 게임전문 투자 펀드를 운용하기도 했다.
그에게 바이오는 생소한 산업이었다. 2017년 컴퍼니케이파트너스 부사장으로 있던 그는 자신 커리어의 마지막을 VC업계가 아닌 기업 현장에서 마무리하기로 마음먹었다. 20여년동안 쌓아온 경험과 능력들을 현업에서 발휘해보고 싶은 생각이었다.
박 부사장은 "기업들을 분석하고 네트워크를 쌓으며 익힌 것들을 현업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 발휘해보고 싶었고 VC업계를 떠나기로 마음먹었다"라며 "가능성이 있는 좋은 회사를 만나 성장에 기여하고 그 과정에서 보람을 느껴보고 싶었다"고 말했다.
행선지를 찾던 그에게 가장 중요한 조건은 산업 분야가 아니었다. 첫 째가 기업의 성장 가능성, 두 번째 대표이사의 진정성이었다. 한솔창투 시절부터 깊은 인연을 이어왔던 김명기 LSK인베스트먼트 대표로부터 소개받은 셀비온이 두 조건에 부합하는 곳이었다.
그는 "물론 오랜 기간 몸담았던 게임, 콘텐츠 산업 쪽으로 가면 보다 수월하게 적응할 수 있었겠지만 그 보다 중요한 것은 기업의 성장가능성이라고 생각했다"며 "두 번째로 믿을 수 있는 창업자, 대표이사가 있는 곳을 원했고 셀비온을 만났다"고 회상했다.
김권 셀비온 대표이사는 서두르지 않는 경영자였다. 기술성평가 탈락과 예비심사 자진 철회 등을 겪으며 예상보다 상장이 지연됐지만 본인들의 기술력을 믿으며 연구·개발과 임상 시험 등을 묵묵히 수행해 나갔다.
박 부사장은 "2017년 당시만 해도 2~3내 상장이 이뤄질 것으로 예상됐지만 계속 지연됐다"며 "목표했던 일정이 지연되면 조급해질 수밖에 없고 기업의 가치를 부풀리고 무리해서 기술이전 계약을 맺는 등 유혹도 일게 된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권 대표와 나는 있는 그대로를 투자자들에게 보여줬고 다행히 좋은 평가를 받아 임상 2상까지의 재원을 마련할 수 있었다"며 "전임상 단계까지 주어졌던 국가신약개발 비용 지원 기간이 2상까지로 늘어나는 정책적 변화도 시기적으로 잘 맞아 떨어졌다"고 말했다.
◇전립선암 치료제 병기 초기까지 확장 계획…중장기 목표, 자체 생산 기지 구축
상장에 성공한 지금도 이러한 기조는 동일하게 유지되고 있다. 기관투자가에서 일반 투자자들로 그 범위가 넓어졌을 뿐 여전히 주주들에게 정확한 정보를 제공하고 신뢰를 쌓는 것을 최우선으로 여기고 있다. 박 부사장은 이를 위해 최근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과 자주 소통하며 기업 가치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박 부사장은 "큰 기업과는 달리 IR 조직이 잘 갖춰져 있지 않기 때문에 주주들과 소통을 하는데 한계가 있다"며 "증권사 애널리스트 등 다양한 창구를 통해 주주들에게 기업의 상황을 전달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고 설명했다.
특히 지금까지 셀비온이 다져온 내재가치를 알리는데 집중하고 있다. 셀비온의 핵심 파이프라인 전립선암 치료제 'Lu-177-DGUL'은 예정대로 내년 상반기 중 임상 2상이 완료될 예정이다.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조건부 허가가 계획대로 이뤄지면 하반기 본격적인 매출이 발생한다.
시판 이후에는 임상 3상을 진행하면서 병기 확장도 추진할 예정이다. 현재 치료 대상인 전립선암 말기뿐만 아니라 1~3기까지 그 범위를 넓혀나갈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표적 항원 PSMA(전립선막특이항원)은 암 초기 단계에 있는 환자한테 동일하게 나타나는 특징이 있다"며 "어떤 신약들은 말기암에만 제한적으로 사용할 수 있지만 셀비온의 치료제는 모든 병기에 적용 가능하다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어 "물론 각각 임상을 실시해야 하지만 이미 말기암 환자에게 효과, 안전성이 검증된 약물이기 때문에 빠른 진행이 가능하다"며 "시장 범위를 크게 넓힐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국내 시장에서 실적이 입증되면 기술이전 작업도 자연히 이뤄질 것"이라며 "고형암 치료제 신약 개발 등과 함께 기업 미래 먹거리를 이미 준비 중"이라고 설명했다.
중장기적으로는 직접 생산 체제도 구축할 예정이다. 방사성의약품 치료제는 유통 기간이 5~6일로 짧다는 단점이 있다. 아시아 시장 전체 공급을 소화할 수 있는 생산 기지를 국내에 구축해 나갈 계획이다.
박 부사장은 "지금의 공모자금으로 진행할 수는 없기 때문에 생산 기지 구축에는 추가 투자 유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며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없지만 중장기적 관점으로 추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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