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 사전협상제도 성과 점검]동서울터미널 현대화, '교통개선' 고심 끝에 해결신세계프라퍼티 공공기여 1382억…핵심은 강변북로 버스 전용차로
박새롬 기자공개 2024-11-29 07:59:01
이 기사는 2024년 11월 28일 07:2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서울 광진구 구의동 동서울 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민간사업자 신세계프라퍼티(신세계동서울PFV)와 서울시의 사전협상을 통해 난관을 해결한 사례로 꼽힌다. 서울시는 사전협상을 통해 강변북로 진출입 버스전용도로 설치 등으로 지역교통체계를 개선할 수 있게 됐다.1987년 문을 열어 노후화로 인해 오랜 기간 재개발 필요성이 제기됐던 이곳은 오피스와 쇼핑몰, 전망대 등이 결합된 복합 여객시설로 재탄생을 앞두고 있다. 토지비를 제외한 총 사업비만 1조8790억원에 달한다.
◇노후화된 터미널 현대화하고 교통혼잡 대폭 개선
동서울터미널은 고속터미널, 남부터미널과 함께 서울시내 3대 버스터미널 중 하나다. 하루 평균 1000대 이상의 고속·시외버스가 운행되고 있다. 경기와 강원, 충청 등 112개 노선을 운행 중이며 하루 이용객이 3만명에 달한다.
그러나 30년 넘게 운영되면서 심각한 시설 노후화로 터미널 이용자들에게 불편을 초래하고 주변 도시미관을 저해하고 있다는 지역 주민들의 불만도 높아졌다. 무엇보다 비효율적인 차량동선으로 터미널에 진출입하려는 버스와 택시 등 주변차량이 뒤엉키며 일대에 상습적인 교통혼잡을 유발해왔다.
서울시와 민간사업자 입장에서는 일반 업무시설, 상업시설 등의 용도뿐 아니라 광역버스터미널 시설을 복합개발하는 사업이다보니 교통개선대책을 현실화하는 데 많은 논의가 필요했다. 신세계동서울PFV와 서울시 간 사전협상은 2022년 하반기부터 지난해 하반기까지 약 1년 넘게 총 5회에 걸쳐 진행됐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사업은 서울 광진구 강변역로 50번지(연면적 4만7907㎡) 일대 터미널 부지를 재개발해서 교통·문화·상업시설로 이뤄진 복합시설을 짓는 프로젝트다. 터미널은 대형 쇼핑몰과 오피스, 한강 전망대 등을 갖춘 지하 7층~지상 최고 39층 규모로 조성된다.
자동차정류장인 터미널을 복합화할 수 있도록 도시계획을 변경해 지하 7층~지상39층(196.8m) 규모의 건축을 허가한다. 대신 개발 이득 일부를 공공기여(26.25%, 약 1382억원)로 확보한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 사전협상을 통해 민간사업자의 공공기여 규모는 총 1382억원으로 결정됐다. 공공기여 세부 내용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다만 △구의공원 상부 재조성과 하부에 체육시설 등 주민편익시설 조성 △노후화된 강변역 경관 개선 △한강 연결데크 조성 등이 주요 공공기여 내용으로 구상됐다. 현금 공공기여분은 100억원가량이며 터미널 인근 구의 유수지 배수펌프 용량 증설에 쓰일 예정이다.
◇사전협상 '키 포인트'는 버스 전용차로 신설
서울시와 신세계프라퍼티 사전협상 과정에서 핵심은 '강변북로 직결램프' 현실화 작업이었다. 기존 일반 차량과 터미널을 이용하는 버스가 혼잡되며 교통체증을 유발했던 점을 이번 개발사업을 통해 해결하기 위해서였다.
동서울터미널을 복합개발하면서 강변북로에서 지하 직결 램프를 통해 버스 전용 차로를 만들게 된다. 기존처럼 버스가 일반도로를 통해서 들어오는게 아니라 강변북로에서 개발사업 부지(지하)로 들어갔다가 나가게 돼서 일반 도로에 끼치는 교통 과부하가 크게 줄어들게 된다. 구리 방향은 지하에서 나와서 바로 연결되고, 일산 방향은 별도 상부 램프를 통해 강변북로 쪽으로 도로가 생긴다.
또 부지 주변에 있는 광역버스 정류장도 사업부지 내로 유도하기로 했다. 광역버스도 동서울터미널 부지에서 강변북로 직결 램프로 출입하게 해 인근 지역의 버스로 인한 교통 혼잡이 절감되는 효과를 볼 수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동서울터미널 사업은 일반 업무시설 등 단일용도 건물이 아니라 광역버스터미널이 있는 복합개발사업이다보니 기술적 검토에 시간이 상당히 많이 소요됐다"며 "강변북로 직결 램프도 구상 단계에서 현실화할 수 있는지 교통성 검토가 가장 중요한 작업이었다"고 말했다.
이같은 교통개선 대책도 신세계프라퍼티의 공공기여 방안에 포함된다. 단 서울시는 민간의 버스터미널 사업이다보니 전체 비용의 75%가량을 공공기여로 인정해주기로 했다.
강변역 연결데크를 설치해 대중교통과의 연계를 강화하고, 터미널을 이용하는 시민들에게 한강 접근성을 높여주는 내용도 공공기여에 담겼다. 강변북로에 가로막혀 있었던 한강~강변역~터미널을 연결하는 '보행데크'를 조성할 예정이다.
동서울터미널 현대화 사업은 서울시 지구단위계획이 확정되고 나면 사업자가 건축허가 등 절차를 거쳐 착공에 들어가게 된다. 신세계프라퍼티는 2026년도에 착공하겠다는 의지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다만 아직 시의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 일정이 확정되지 않았다. 지구단위계획 결정고시에 앞서 진행된 입안 과정에서 구의공원을 임시터미널로 활용하는 것 대해 주민 민원이 발생했기 때문이다. 변경된 지구단위계획이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심의를 통해 확정돼야 신세계프라퍼티도 건축허가를 신청할 수 있다.
신세계프라퍼티 관계자는 "서울시 사전협상 제도를 통해 터미널로만 사용되던 낙후된 시설을 복합시설로 현대화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며 "지구단위계획 의견수렴 후 확정 및 건축 인허가 등을 절차대로 진행한 뒤 착공에 들어가 오픈 시점은 2030년으로 예정하고 있다"고 말했다.
◇2009년 사전협상 대상지 선정…한진중공업→신세계프라퍼티 사업자 변경
앞서 서울시는 이곳을 2009년 사전협상 대상지로 선정해 사업 추진을 검토해왔다. 과거 토지소유주였던 한진중공업이 2011년 동서울터미널 부지에 대한 개발구상 및 사전협상 제안서를 서울시에 접수했지만 보상 문제 등 갈등으로 진전이 없었다. 이후 2017년 서울시와 한진중공업이 사전협상에 착수하기로 하면서 이르면 2019년에는 착공이 가능하다는 계획도 나왔다.
하지만 2019년 한진중공업(현 HJ중공업)에서 신세계동서울 PFV로 사업주체가 변경되면서 사전협상도 잠정 중단됐다. 2022년부터 다시 사전협상을 진행, 지난해 말에야 협상이 완료됐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 2019년 10월 동서울터미널 부지 지분을 나눠 총 4025억원에 인수하기로 하고 신세계동서울PFV를 설립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지난달 1일 HJ중공업(한진준공업)에게 잔금 2012억5000만원을 완납하며 자산 양수도계약을 맺은 지 5년 만에 동서울터미널 인수 작업을 완료했다. 신세계프라퍼티는 신세계동서울PFV 지분 85%를 가진 최대 주주다. HJ중공업과 KDB산업은행, 이마트 등도 일부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과거 한진중공업이 부지 매각을 추진할 때부터 터미널 상인들과 반대가 거세지기도 했다. 부지 매각을 이유로 강제철거를 당해 보상을 요구했기 때문이다. 현재는 대다수 상인들이 사업자와 보상 합의를 통해 터미널에서 퇴거한 상태다.
최근에는 신세계프라퍼티와 서울시가 터미널 공사 기간 동안 인근 구의공원 부지를 활용해 임시터미널을 건설할 계획이었다. 다만 이같은 내용이 담긴 지구단위계획 입안 도서가 열람공고된 지난 6월 이후 일부 지역 주민들이 반대하고 있다. 서울시 관계자는 "임시터미널 관련 반대 민원이 제기됐지만 동시에 사업 속도를 당기기 위해 찬성한다는 민원도 다수 들어왔다"며 "현재 민간사업자가 주민 우려 사항을 보완하는 조치 계획을 수립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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