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미술품 감정 사각지대]진위 감정 논란의 핵심 '프로비넌스'"출처 확인이 가장 객관적 근거" vs "소장 이력에 과한 의존으로 허위 증빙 나돌기도"

서은내 기자공개 2024-12-09 08:21:07

[편집자주]

미술품 물납제 시행, 미술품 담보대출 수요 등 작품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하기 위한 감정 서비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미술품 감정은 미술시장 활성화에 중요한 인프라다. 그럼에도 여전히 국내 미술품 감정체계의 구조적인 문제는 업계의 오랜 난제로 되풀이되는 중이다. 때마침 감정 관련 법이 개정되며 정부가 감정체계 손질을 예고하고있다. 더벨은 현재 미술품 감정과 관련된 업권의 논쟁과 구조적 문제를 짚어보고 제도 변화의 방향성을 조명해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06일 08:00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이우환 작품의 위작 논란이 곳곳에서 진행 중인 가운데 '프로비넌스(Provenance)'가 감정업계에서 또다른 논쟁의 중심에 서고 있다. 프로비넌스는 작품의 소장 이력을 뜻하는 단어다. 작품이 작가로부터 시작해 어떤 곳을 거쳐 현재 소장자에게 이르렀는지 알 수 있는 출처를 가리킨다. 진위 여부 판단의 핵심이 되는 증거다.

작품의 진위 혹은 시가 감정 둘다에 있어 프로비넌스의 중요성은 점차 크게 인식돼왔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프로비넌스에 대한 과한 의존 역시 감정의 신뢰성을 떨어뜨릴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최근 이우환 작품을 놓고 양대 감정기관의 진위 소견이 엇갈린 사례에서도 프로비넌스에 대한 가중치 차이가 어느정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전해진다.

한 감정기관의 대표 감정전문가는 "글로벌 선진 감정 서비스의 추세와 마찬가지로 국내에서도 전문가들의 안목 자체 보다 객관적인 작품의 이력 자료들을 중요시 하는 흐름이 대두돼왔다"며 "하지만 프로비넌스 자체만을 너무 고집한 나머지 증거를 위한 증거로서 프로비넌스를 허위로 만드는 사례도 나타나고 있어 주의해야 한다"고 말했다.

해당 작품이 진품인 경우라 해도 프로비넌스 자료가 부족하면 감정기관으로부터 위작 소견을 받을 가능성이 생겼다는 의미다. 때문에 이같은 경향을 감지한 감정 의뢰인들이 가품 소견을 피하고자 프로비넌스를 증명할 자료를 만들기도 한다는 얘기다.

앞선 전문가는 "소장 이력이 분명한 작품이라면 굳이 전문 기관에 감정을 의뢰할 필요가 있었겠는가"라며 "프로비넌스도 물론 중요하지만 전문 감정기관은 그 너머를 판단할 수 있는 보다 깊은 전문성을 가져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지난해 프리즈 기간 북촌 한 팝업전시에 진열된 이우환 화백의 '다이얼로그' 작품.

그럼에도 현재로서 프로비넌스는 작품의 경로를 확인할 가장 정확하고 강력한 요소임은 분명해보인다. 대표 감정기관 중 하나인 한국화랑협회가 기본적으로 취하고 있는 진위 조사 절차 역시 그와 같은 흐름을 띠고 있다. 진위 확인시 이전 소장 또는 유통자를 찾아 확인하고 그로부터 이전 경로를 되짚어 확인해나가는 방식이다.

위작 논란을 빚고 있는 이우환 화백의 작품 다수 역시 프로비넌스 부족으로 위품 소견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같은 작품 중 몇몇은 이를 유통한 화랑이 경찰 조사를 받는 등 위작 의혹을 강하게 받고 있다. 위작으로 문제가 된 이우환 작품을 유통한 곳으로 한남동의 J갤러리, 청담동 A갤러리 등 특정 화랑이 꼽히고 있다.

이우환 위작 시비에 관계된 한 미술품 딜러는 "위작 제작은 어느 한 개인이 할 수 있는 일이 아니며 더 큰 조직과 연관됐을 가능성이 높다"며 "현재 위작 의혹으로 경찰 조사가 진행 중인 작품 다수가 특정 몇 곳에서 비롯됐다는 점을 볼 때 조직적인 시도가 있다고 판단된다"라고 말했다.

한 미술품 거래 전문 변호사는 "프로비넌스는 이력 자료 자체만으로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그 이력을 확인하는 절차를 거쳐 확인이 증명될 때 효력을 갖는다"며 "또 신뢰할만한 기관이나 소장가가 확인된 프로비넌스와 달리 개인들로 구성된 경우라면 프로비넌스 존재만으로 그 가치가 입증되기 어렵다"라고 설명했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