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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업가 트럼프' 거래의 방식]군함 건조는 장기전…정치 변수에 즉각 영향 없어[방산] 컨트롤타워 부재, 일정 지연은 불가피…한화오션 가장 앞서 있어

이호준 기자공개 2024-12-13 13:02:16

[편집자주]

정치인의 유전자와 사업가의 유전자는 다르다고들 한다. 하지만 도널드 트럼프가 미국 대통령 자리를 재탈환하면서 정치인이자 사업가이고 엔터테이너인, 혼합 DNA를 지닌 독특한 인물을 우리 산업계도 다시 마주하게 됐다. 협상이 아닌 거래를 추구하고 보상 없는 비호는 하지 않겠다는 게 트럼프 당선인의 기조다. 사업가의 마음을 지닌 미국 최고의 권력은 국내 산업계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우리는 달라진 거래 방식에 어떻게 대응해야 할까. 더벨이 '사업가 트럼프'가 국내 산업에 끼칠 영향과 기업들의 대응법을 분석하고 앞으로를 전망해 본다.

이 기사는 2024년 12월 11일 15:28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방산업계는 미국 군함 시장을 별개의 독립된 시장으로 본다. 미국산 선박만이 항구 간 운송을 허용하는 존스법(Jones Act) 탓에 미국에 함정이나 잠수함을 판매하려면 우선 현지에 진출부터 해야 거래나 판매 가능성을 가늠할 수 있다.

접근조차 쉽지 않지만 우리 기업들은 꾸준히 전진 중이다. 한화오션은 지난 8월 4만톤(t)급 미국 군수지원함 윌리 쉬라호의 MRO(유지·보수·정비)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11월에는 3만1000t급 미국 해군 7함대 소속 급유함 유콘호함의 정기 수리 사업을 따냈다. 국내 기업이 처음으로 미국 군함 MRO 사업을 수주한 사례다.

이러한 분위기에 기대감을 더한 건 트럼프 2기의 러브콜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11월 초 윤석열 대통령과의 통화에서 "한국의 뛰어난 군함 및 선박 건조 능력을 높이 평가한다"면서 "수출뿐만 아니라 보수와 정비에서도 협력을 강화해야 한다"고 덧붙이며 구체적인 논의를 희망했다.

◇"컨트롤타워 부재, 일정 지연 불가피"

미국에 군함을 수출한다는 건 우리 방산·조선 업계의 '꿈'이다. 군함은 일반 상선보다 훨씬 더 높은 수준의 첨단 기술력을 요구한다. 선체는 물론 탑재되는 무기와 전투체계도 적성국의 군함에 뒤처지지 않아야 한다. 게다가 상대는 글로벌 패권국인 미국이다. 진입장벽과 기술, 신뢰 수준의 요구가 그만큼 높다.

도전적인 상황에서 트럼프 당선인이 한국과의 협력을 강조한 점은 미 군함 수출의 가능성을 열어준 긍정적인 신호다. MRO 분야에서 일단 신뢰를 쌓는다면 군사 동맹의 유대를 기반으로 한 군함 수출의 가능성을 충분히 기대해볼 수 있다.

다만 업계는 지난 3일 비상계엄 사태에서 시작된 정치적 혼란이 이제 막 물꼬를 튼 대미 MRO 사업 및 군함 수출에 차질을 빚을까 우려하고 있다. 이는 방산 수출에서 정부의 역할이 기업 역량보다도 더 중요하다는 사실 때문이다.

실제 방위산업은 한 국가의 국방력과 직결되는 만큼 정부의 외교적 지원이 필요한 영역이다. 이에 당초 국내 방산업계에서는 윤석열 대통령이 첫 한미 정상회담에서 미 존스법 유예를 요청해야 한다는 주장이 나오기도 했다. 트럼프 1기 행정부가 과거 허리케인 대응 과정에서 "(존스법 유예를) 고려하고 있다"고 언급한 전례 등을 근거로 한 주장이다.

양욱 아산정책연구원 연구위원은 "윤석열 대통령이 방산을 자신의 성과 중 하나로 여겨왔기 때문에 트럼프와의 첫 통화에서 군함에 관한 이야기가 오간 것에 대한 나름의 준비를 했을 것"이면서 "그러나 현재는 그 동력이 사라졌고 존스법처럼 유예가 필요한 영역에서도 업계의 입장을 적극적으로 대변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장원준 산업연구원 연구위원은 "적어도 군함이나 선박 등은 트럼프 당선인 입장에서도 일종의 재건(rebuilding)을 위한 과정이고 한국을 파트너로 인식했을 가능성이 크다"면서 "정상 간 합의가 필요한 상황에서 컨트롤타워가 부재한 만큼 일정 지연은 불가피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군함 건조는 장기전…정치 변수에 즉각 영향 없어"

갑작스러운 정치적 불확실성이 부담으로 작용하는 가운데 물론 업계에서는 군함의 특수성 덕에 비교적 안정적이라는 위안 섞인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군함 발주에는 최소 2~3년, 이후 한 척을 건조하는 데 수 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특히 대통령의 하야와 탄핵 논의가 정치권에서 진행되고 있다. 만일 대통령이 탄핵될 경우 최대 5개월 안에 새 행정부가 구성될 것이라는 전망도 있다. 지상 무기처럼 단기에 제작과 납품이 이뤄지는 구조와 달리 군함은 발주와 협력이 장기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현재의 혼란이 정리되면 즉각적인 중단을 우려할 필요는 없다는 평가다.

이러한 상황에서 MRO 사업 및 군함 수출 노력에 가장 적극적인 기업은 한화오션이다. 한화오션은 미 군함 2척을 수주하며 MRO 사업에 진출했고 연내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 인수를 목표로 현지 거점을 확보 중이다. 필리조선소는 미 본토 2~4함대 물량 수주가 가능한 전략적 거점으로 평가받는다.

HD현대는 올해 상반기 미국 함정 MRO 사업에 필요한 자격인 미 해군 함정 정비 협약(MRSA)을 확보한 상태다. 역시 미 해군 MRO 사업 진출을 위해 준비를 이어가고 있다.

조선업계 관계자는 "자주포 같은 지상 무기는 단기간 제작·납품 구조라 영향을 크게 받을 수 있다"며 "하지만 함정 사업은 장기적인 호흡이 필요한 산업이라 사업이 지연될 수는 있어도 보다 장기적으로 본다면 여전히 긍정적"이라고 설명했다.

미국 필리조선소 전경. 출처 : 한화오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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