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4년 12월 18일 07:17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건설업계의 요즘 대세는 플랜트다. 주택사업을 중심으로 건설부동산 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매출공백을 메우기 위해 너나 할 것 없이 플랜트 분야에 집중하고 있다. 시공사들은 앞다퉈 관련 조직을 확대개편하거나 해당 조직의 수장을 승진시키는 등 다양한 형태로 플랜트 역량을 강화하는 중이다.문득 오래전 일이 뇌리를 스친다. 2013년부터 2014년까지 이뤄진 건설업계의 빅배스(Big Bath) 사건이다. 빅배스는 장기간 누적된 부실요소를 한 회계연도에 모두 반영해 위험요인을 일시에 제거하는 회계기법을 의미한다.
당시 빅배스의 원인은 플랜트였다.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수년간 해외 플랜트 수주경쟁이 심화되면서 수익성을 고려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일감을 받은 것이 원인이 됐다.
부실을 야기했던 수주경쟁 심화의 원인은 쏠림이다. 당시에도 국내 주택경기 침체가 지속되면서 시공사들은 대체 먹거리 확보를 위해 경쟁적으로 플랜트 시장에 뛰어들었다. 10년도 더 전의 일이지만 인과관계와 구도는 지금과 별반 다르지 않다.
건설업계가 당시의 사건을 바탕으로 사전에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체계를 수립했다면 빅배스가 머릿속을 스치지는 않았을 것이다. 하지만 현재 진행되고 있는 주택경기 침체에 대한 시공사들의 대응을 보면 리스크 관리체계가 없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금융위기 때와 마찬가지로 대부분의 시공사들은 주택경기 과열 국면에서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했다. 면밀한 사업성 분석없이 마구잡이로 신용보강을 제공했고 뒤늦게 시장에 합류한 중견 시공사들은 공급과잉에 대한 검토 없이 주택 수요가 작은 지방 사업장에 뛰어들었다.
결과도 반복됐다. 지방 사업장 채무인수를 시작으로 시공사 법정관리와 워크아웃이 발생했다. 기업집단 소속 대형 시공사들은 그룹의 아픈손가락으로 전락해 눈칫밥을 먹고 있다. 리스크 관리체계가 제대로 작동했다면 이같은 일이 재연되지는 않았을 것이다.
사이클은 돌고 돌아 다시 플랜트로 돌아왔다. 당장은 먹거리가 마땅치 않으니 플랜트 집중은 피할 수 없는 선택이다. 다만 지나친 쏠림으로 인한 대규모 부실이라는 결과를 그대로 재연하는 것만큼은 피해야 한다.
겨울이 끝나면 봄이 오듯 침체 이후에는 회복이라는 새로운 기회의 장이 온다. 기회가 왔을 때 다시 달리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리스크 관리를 통한 체력 보존이 필수적이다. 플랜트 분야에 집중된 연말 인사와 조직개편을 보며 머릿속을 스쳐간 빅배스의 추억이 그저 기우라면 얼마나 좋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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