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1월 07일 07시05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2025년 을사년 새해는 예년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가 감돈다. 어지러운 정국과 대형참사가 터지면서 희망찬 새해를 염원하기보단 서둘러 안정을 되찾기 바라는 모습이다. 건설업계에서도 조용한 새해맞이가 이어졌다.건설업계 새해맞이는 한마디로 '신년사 없는 시무식'이었다. 물론 임직원을 대상으로 한 시무식에선 대표이사가 마이크를 잡고 신년 메시지를 전했다. 그러나 대표이사의 신년사를 '대외비'로 지정한 건설사가 유독 많았다. 시공능력평가 순위 1·2위 삼성물산과 현대건설은 신년사를 내지 않았고 나머지 건설사도 전문이 아닌 짧은 보도자료 형식으로 갈음했다.
몇 해 전 건설업이 호황을 누렸을 때와 정반대다. 어디에 어떻게 아파트를 지어도 수익성이 워낙 좋았다. '공격적인 수익성 확보'를 신년 목표로 내걸고 주택 개발사업 확장에 너도나도 매진했다. 그러나 올해는 새해 키워드는 '내실경영'과 '안전경영'에 국한됐다. 공격보단 수비로 공수를 전환했다.
외부로 밝힐 수 없는 건설사 대표이사의 신년사 속에는 어떤 메시지가 담겼을까. 비상 경영, 원가 절감, 리스크 관리 등 무거운 경영 키워드들이 산적했으리라 본다. 어려운 업황을 다시금 강조하는 신년사를 오픈하지 않는 게 최선이라고 판단했을 수밖에 없었다.
게다가 새해를 맞은 지 일주일 만에 업계 위기가 닥쳤다. 시공능력 평가 58위 신동아건설이 서울회생법원에 법정관리를 신청했다. 2019년 11월 워크아웃을 졸업한 지 5년여 만에 두 번째 위기를 맞은 것이다. 신동아건설의 법정행은 건설업계 위기의 도화선이 될 수 있어 예의주시하고 있다.
특히 대형사로도 불씨가 옮겨붙을까 우려하는 목소리가 들려온다. 지금까지는 부채비율이 높은 중견건설사들이 휘청였다면 올해는 10대 건설사도 안전하지만은 않다는 전망이 나온다. 부동산 호황기 신규 사업에 적극적이었던 대형사일수록 부메랑을 맞을 위험이 크다. 롯데그룹은 랜드마크 롯데타워를 담보로 잡아야 했고, 든든한 뒷배가 있는 신세계건설에도 위기설이 제기됐다.
어떤 사업이든 사이클은 있고, 위기가 오면 기회도 있는 법. 10대 건설사 중 8곳이 대표이사를 전격 교체하며 쇄신을 택했다. 또 조직 슬림화를 위해 메스를 들었다. 지금의 뼈를 깎는 노력은 불황의 터널 속 빛을 발할 것이다. 건설업계의 숨겨진 신년 키워드는 '생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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