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 가상자산 글로벌 지도]바이낸스, 창업자 구속 최대 위기 2년 '부활 날갯짓'①신임 CEO·공동설립자 위주 리더십 재편…사법 리스크 순차 해결
노윤주 기자공개 2025-01-20 08:09:26
[편집자주]
가상자산과 블록체인 기술의 가장 큰 특징은 무국경·무국적이다. 전 세계 어느 곳에서나 접근해 사용할 수 있는 플랫폼을 지향한다. 그만큼 탈중앙화를 내세우며 무국적 글로벌 프로젝트를 자처하는 기업이 많다. 해외만의 이야기가 아니다. 대형 거래소, 프로젝트들의 필수 공략 사용자는 바로 한국인이다. 글로벌로 시야를 넓혀야 할 때다. 해외 가상자산 시장 플레이어들의 2025년 사업 전략을 점검해 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15시43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바이낸스에게 지난 2년은 고난의 연속이었다. 미국 규제 당국의 집중 단속 타깃이 돼 조단위 벌금을 받았고 창업자이자 CEO였던 창펑 자오가 법정 구속되는 사태까지 벌어졌다. 다국적 기업을 지향하는 바이낸스에 있어 시장 규모가 큰 미국 사업 차질은 큰 타격이었다.창업자 사법 리스크에 대응하기 위해 바이낸스는 빠르게 새 리더십을 꾸렸다. 규제 전문가인 리차드 텅을 CEO로 새로 선임했고 이사회도 재편했다. 여기에 공동설립자인 허 이(사진)가 전면에 나서면서 흔들리는 조직 구성원들의 결속을 다시 다졌다.
이에 외풍에도 불구하고 단 한번도 글로벌 점유율 1위 거래소 자리를 뺐기지 않을 수 있었다. 하지만 아직 리스크가 완전히 해소된 건 아니다.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소송은 현재 진행형이다. 이에 올해도 바이낸스의 1차 목표는 시장 신뢰도, 투명성 제고일 것이란 관측이 나온다.
◇미국서 겹소송…수조원 벌금 납부
바이낸스 오너 리스크가 처음 불거진 건 2023년 3월이다. 미국 상품선물거래위원회(CFTC)는 바이낸스, 바이낸스US 두 법인과 자오 개인을 기소했다. 주요 혐의는 미등록 파생상품 거래 서비스 제공, 자금세탁 방지 절차 미준수, 미국인에게 규제 회피 방법 제공 등이었다.
같은 해 6월에는 SEC가 바이낸스와 자오를 기소했다. CFTC는 가상자산을 상품으로 해석했다면 SEC는 증권이라고 봤다. 이에 바이낸스 자체 스테이블코인인 바이낸스USD를 미등록 증권으로 간주했다. 바이낸스가 개발한 BNB 토큰도 증권이라며 미등록 증권거래 혐의를 적용했다. CFTC와 SEC의 가상자산 규제 주도권 싸움에 바이낸스가 휘말렸다는 해석도 있었다.
설상가상 바이낸스와 자오는 미국 법무부로부터 자금세탁방지 혐의 형사 고발까지 당했다. 미 법무부 자금세탁·자산회수국, 국가안보국, 워싱턴 서부지방검찰청이 공동으로 수사한 사건이다.
바이낸스는 한단계씩 해결하기 시작했다. 우선 2023년 11월 법무부와 합의했다. 합의에 따라 바이낸스가 은행비밀법(BSA), 자금세탁방지법, 국제긴급경제권한법(IEEPA) 위반 혐의를 인정했다. 이에 대한 벌금은 총 43억달러(약 6조2780억원)로 책정했다. 여기에 더해 독립적인 모니터링 기관 선임과 컴플라이언스 개선 조치도 이행하기로 했다.
자오 개인도 BSA 위반 혐의에 대해 유죄를 인정하며 합의안에 동의했다. 개인 벌금 5000만달러(약 730억원), CEO직 사임, 바이낸스 운영 참여 금지 등 법무부가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였다.
같은 해 12월에는 CFTC와도 합의를 마쳤다. 자오에게는 1억5000만달러(약 2190억원)의 민사 제재금이 부과됐다. 바이낸스 법인은 부당이익 환수금과 민사 제재금으로 각13억5000만달러(약 1조9710억원)씩을 지불했다.
CFTC는 의무 개선사항으로 모든 고객 계정에 고객확인절차(KYC) 실시, 독립이사를 포함한 이사회 구성 공개, 준법감시위원회 및 감사위원회 설치 의무화 등을 요구했다. 독립이사란 미국에서 통용하는 개념으로 국내 사외이사와 유사하다. 회사, 경영진, 대주주와 어떠한 이해관계도 없는 인물을 선임해야 한다.
◇창업자 공백 빠르게 대응…내부 결속 다지며 1위 자리 유지
여러 합의에도 불구하고 자오는 법정구속을 피할 수 없었다. 작년 4월 미국 시애틀 지방법원은 그에게 4개월 징역형을 선고했다. 현재는 복역을 마치고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에 머물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창업자이자 설립 이후 줄곧 CEO를 맡아왔던 자오의 자리가 비면서 바이낸스는 빠르게 리스크 대응 전략을 수립했다. 이에 2023년 11월 리처드 텅을 신규 CEO로 선임했다. 외부 영입이 아닌 내부 승진을 택했다.
텅은 바이낸스 최고 지역사업 총괄 책임자 출신이다. 그의 가장 큰 강점은 규제 전문성ㅇ다. 싱가포르 통화청(MAS) 출신으로 싱가포르 증권거래소의 최고규제책임자(CRO)를 역임했다. 이후 아랍에미리트(UAE) 아부다비의 규제자유특구인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 산하 금융 서비스 규제 당국 CEO를 지내기도 했다.
이에 부임 이후 각국 규제 당국, 정부와 긴밀히 소통하면서 추가로 발생할 수 있는 지역별 규제 리스크를 차단했다. 바이낸스가 UAE에 거점을 만든 데도 그의 공이 컸다고 알려졌다.
또 공동설립자인 허 이가 전면에 나서 내부 결속을 다졌다. 안으로는 끈끈한 부서간 협업을, 밖으로는 유저 편의성 업그레이드 등을 구성원들에게 요구했다. 그의 공식 직함은 최고CS책임자(CCSO)다. 하지만 자오 사임 이후 실질적 1인자가 돼 사업 전략, 마케팅 등을 모두 총괄하고 있다. 지난해 11월 UAE 두바이에서 열린 '바이낸스 블록체인 위크' 행사에서 회사를 대표해 공식 석상에 나서기도 했다.
빠르게 리더십을 교체한 결과 바이낸스는 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점유율 1위 자리를 놓치지 않고 있다. 15일 기준 24시간 현물 거래대금 32조원을 기록 중이다. 가입 회원수는 2억5000만명을 돌파했다. 부침을 겪었던 2023년에도 168억달러(약 24조5196억원)의 매출을 올린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매출은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자리를 유지하기 위해 바이낸스는 올해도 신뢰도 제고 작업을 이어갈 예정이다. 이른 시일 내 지배기업(본사) 소재지도 밝힐 것으로 보인다. 바이낸스는 과거 홍콩, 몰타 등에 본사를 설치했지만 이전 후 소재지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무국적, 다국적 점조직을 지향하면서 사업을 전개하는 각 국가에 지사를 설립하는 식으로 운영해 왔다. 직원들도 대부분 원격근무 체제로 움직이고 있다. 하지만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조세회피처가 아닌 정식 규제가 마련된 국가로 본사를 이전하려고 작업 중이다.
가상자산 업계 관계자는 "아직 미국 SEC와 소송이 남아 있다"며 "많은 인력이 사법 리스크를 헤징하기 위해 투입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이어 "가상자산 무법지대는 점차 줄어들고 있기에 바이낸스도 이에 맞춰 적절한 전략을 취할 것"이라고 관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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