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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닭볶음면 성공기]트리거가 된 '챌린지', 현지화 전략 승부수②삼양식품만의 디지털 마케팅 전개, 약 13년간 영업익 17배 증가

정유현 기자공개 2025-01-21 07:52:49

[편집자주]

2012년 4월 13일. 삼양식품의 사사(社史)의 흐름을 바꾼 역작인 '불닭볶음면'이 세상의 빛을 본 날이다. 존폐 위기까지 거론됐던 삼양식품은 국물면이 아닌 '매운맛 볶음면'으로 승부수를 띄웠고 적중했다. '파괴적 혁신'을 통해 전 세계를 호령하는 대표 K푸드 기업으로 자리 잡은 셈이다. 더벨이 불닭볶음면이 글로벌 시장에 안착한 요인을 다각도로 짚어봤다.

이 기사는 2025년 01월 15일 15시59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삼양식품 '불닭볶음면'의 주 소비층은 MZ 세대다. 새로운 경험과 재미를 추구하고 콘텐츠를 수동적으로 소비하기보다는 직접 참여하는 방식인 '챌린지' 형태로 즐긴다. 자신만의 버전을 만들고 SNS를 통해 전파시키면서 정체성을 드러내는 편이다. 불닭볶음면이 처음 등장했던 2012년만 해도 이런 문화가 대중적이지 않았다.

2년 후인 2014년 SNS를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된 '아이스 버킷 챌린지'는 현재 참여형 마케팅의 시작점으로 평가받는다. 디지털 환경에 익숙한 MZ들은 챌린지 참여에 열을 올리기 시작했다. 같은 해 유튜브 '영국남자' 채널 운영자인 조쉬가 친구에게 선물 받은 불닭볶음면을 먹으며 '극강의 매운맛'에 도전하는 영상을 남겼다. 이는 불닭볶음면의 글로벌 확장의 트리거가 됐다.

글로벌 소비자와의 정서적 연결을 통해 제품 인지도를 확대한 삼양식품은 각국의 입맛과 문화에 맞춘 제품을 출시하면서 '현지화 전략'에 가속 페달을 밟았다. 전통 매체를 활용하는 것이 아닌 소비자와 직접 소통했고 삼양식품만의 마케팅 방식을 써 내려갔다. 제품력과 현지화 전략, 마케팅 강화 세 박자의 하모니를 통해 K푸드 대표주자로 자리매김했다.

◇흥행 초기 소비자 중심 문화 형성 '성공 요소', 디지털 핏 마케팅 정의

2025년 새해 벽두부터 한국경제인협회는 강원도 강릉에서 '한경협 퓨처 리더스 캠프'(퓨리캠)을 개최했고 김정수 삼양라운드스퀘어 부회장<사진>이 연사로 나섰다.

작년 9월 한경협 부회장으로 선임된 것을 계기 삼아 공식 석상에서 불닭 브랜드의 성공 스토리를 공유했다. 김 부회장도 불닭볶음면 흥행의 시작점으로 꼽고 있는 이벤트는 영국남자 유튜브 채널이었다.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유행하던 초기 삼양식품이 마케팅에 직접 개입하지 않은 것이 성공 요소 중 하나로 꼽힌다.

김 부회장은 한경협 강연에서 "2014년 유튜브 채널을 통해 불닭볶음면이 흥행했을 때 절대로 우리 기업이 먼저 나서지 말라고 당부했다"며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매운맛을 즐기는 문화가 형성돼야 흥행이 이어질 거라고 판단했다"고 후일담을 밝혔다.

소비자의 역할이 바뀐 흐름을 빨리 읽었던 리더의 결단이 있었기 때문에 가능했다. 과거에는 기업이 메시지를 전달하고 소비자들이 수용하는 흐름이었다. 기업은 TV와 라디오 등을 통해 대규모 광고를 하고 소비자들이 변화를 받아들이는 수순이었다. 제품 판매량과 브랜드 노출도가 마케팅의 성공 여부를 결정하는 척도가 됐다.

현재는 소비자가 변하면서 기업의 역할도 바뀌었다. 플랫폼 제공자 혹은 소비자의 참여와 경험을 유도하는 조력자 위치에 섰다. 이 변화의 중심에 선 대표 기업이 삼양식품인 셈이다.

특히나 식품 업계의 경우 대형 모델을 기용해 전통 매체에서 광고를 하면 반짝 제품 판매량이 증가한다. 하지만 광고가 끝나면 점유율은 제자리로 돌아간다. 비용 대비 효율성이 크지 않다. 먹는 것만 먹는 보수적인 국내 소비자들의 입맛 때문에 식품 업계도 마케팅에 대한 고민이 큰 편이었다. 변화의 흐름을 빨리 읽은 삼양식품은 불닭볶음면 챌린지가 문화 현상으로 자리잡자 행동을 개시하기 시작했다.

자연스럽게 고객들의 액션을 유도하고 공감을 일으키기 위해 조용히 움직였다. 현시점의 이슈나 소비자들의 관심사를 적절히 활용하면서 마케팅 방식을 진화시키고 있다. 대표적인 이벤트가 미국 텍사스에서 진행한 '불닭 서프라이즈 파티'다. 한 소녀가 까르보불닭면을 선물 받고 감동해 우는 영상을 보고 현지를 직접 찾아가 1년 치 라면을 선물했고 대중은 감동했다. 삼양식품은 자신들만의 방식을 '디지털 핏 마케팅'이라고 명명했다.

◇현지 소비 패턴과 입맛 맞는 제품 출시, 불닭 라인업 강화 추진

마케팅은 제품이나 서비스를 알리는 도구일 뿐이다. 기본적으로 제품력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장기 흥행으로 연결되기 쉽지 않다. 반복 구매와 브랜드 충성도는 제품의 품질이 만드는 것이다. 삼양식품은 2012년 불닭볶음면 공식 출시 이전에 온라인을 통해 소비자들의 사전 반응을 살피고 수정하는 작업도 진행했다. 매운맛 소스 개발에 투입된 닭은 1200마리, 소스는 2톤에 달한다.

챌린지가 성공한 후 수출 국가가 다변화되면서 현지에 맞는 제품을 개발하는데 주력했다. 미국 시장을 타깃으로 한 '하바네로 라임 불닭볶음면', 중국 시장에 출시한 '푸팟퐁커리 불닭볶음면', 일본에 출시한 '야끼소바 불닭볶음면' 등이 대표적이다. SNS를 타고 인기를 끌며 국내 시장에 역출시 되는 제품도 등장했다.

각국 소비자들의 입맛과 소비 패턴에 맞춘 제품을 내놓은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 시장에서 입지를 더 굳혔다. 불닭볶음면 출시 전후의 삼양식품 실적 변화는 두드러진다. 2011년 매출은 약 2987억원, 영업이익은 약 149억원 수준이었다. 수출액은 매출의 7% 수준이었다. 2024년 3분기 누적 매출은 약 1조2491억원, 영업이익은 약 2569억원으로 집계됐다. 수출 비중은 77% 수준이다. 약 13년간 매출이 4배, 영업이익은 17배 증가했다.

메가 브랜드로 자리 잡은 불닭 시리즈를 활용해 스낵과 소스 등으로 제품 다각화를 추진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추가적인 매출 창출뿐 아니라 소비자층을 확대하는 효과를 노릴 수 있다.

지난해 하반기 불닭 브랜드 조직을 부문에서 본부급 조직으로 격상시켰다. 산하 조직을 면과 소스, 데일리 에센셜(Daily essential) 등 카테고리 별로 세분화 시킨 것도 궤를 함께 한다.

김 부회장도 이 같은 확장 전략을 신년사를 통해 공표했다. 김 부회장은 1월 초 신년사 영상을 통해 '시너지 기반의 사업 다각화를 그룹의 전략 키워드 중 하나로 제시했다.

그는 "R&D, 제품 개발, 생산, 마케팅, 콘텐츠, 물류 등 전체 벨류체인에 걸쳐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통합적 확장을 시도해야 한다"며 "라면 외 소스, 스낵, 간편식, 음료 등 주력 포트폴리오 상품군을 확장하고, 헬스케어 관련 카테고리 육성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발굴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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