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03일 07시0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통령 탄핵'이라는 화두로 나라가 둘로 쪼개져서 싸우고 가짜뉴스가 판을 치고 있는 상황에서 '확증편향'이라는 말이 헤드라인을 장식한다. 믿고 싶은 말만 듣는다는 것.그런데 '확증편향'은 나쁜걸까.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들끼리 놀고 싶고 간절하게 소망하는 바가 이뤄지길 믿고 싶어하는 마음'이라는 일상의 언어로 달리 표현하면 그다지 부정적으로 읽히진 않는다. 보통의 삶을 살아가는 우리 모두가 어느 정도 확증편향을 안고 산다.
기자라는 직업도 그렇다. 하나의 '주제'를 가지고 취재하고 글을 쓰다보면 내 논리를 강화할 증거들을 찾아나서게 된다. 아이를 양육하는 부모의 입장에서는 또 어떤가. '금쪽같은 내새끼가 최고다'와 같은 모성애는 어찌보면 확증편향 그 자체이기도 하다.
하지만 무엇이든 극단으로 치우치면 꼭 화가 생긴다. 아무리 내 기사, 내 논리가 완전해 보여도, 내 새끼가 세상에서 제일 착하고 예쁘다고 생각되더라도 냉정하게 좌우를 돌아보고 객관적으로 상황을 판단할 이성이 필요하다. '이게 정말 맞는걸까, 내 생각과 이념이 올바른 것일까'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기 위해선 아프더라도 자기 객관화가 필요한 순간이 있다.
제약바이오 업계를 수년을 취재하는 기자로 '확증편향'이라는 말을 보면 긍정도 부정도 할 수 없는 딜레마에 빠진다. '신약'이라는 절대 선(善)을 지켜나가야 하는 입장에서 좌고우면하지 않는 무모함이나 독선은 꼭 필요한 덕목이 되기도 한다.
과학자의 자존심이 'K-바이오'를 지탱하고 이끌어가는 탄탄한 기반이다. 제약바이오 불모지에서 조단위 기술수출이 탄생하고 블록버스터 약물까지 나오게 된 건 모두 이 업에 종사하고 있는 이들의 뚝심이자 도전 덕분이라는 걸 부정할 수 없다.
바이오텍 창업주, 오너, 과학자들에 있어 파이프라인은 '금쪽같은 내 새끼'다. 작은 성과라도 하나 도출되기라도 하면 '역시 내 생각은 틀리지 않았어'라는 자기확신으로 이어진다.
상장이나 펀딩 앞에서 냉혹한 현실을 경험한 바이오텍 상당수가 '니들이 뭘 안다고'라는 오만함을 불쑥 집어드는 것도 그래서 이해 못할 일도 아니다. 그러나 확증편향의 결말은 결국 대립일 수밖에 없다.
투자자들이 바이오텍의 기술을 인정하고 돈을 지불하게 하려면 바이오텍 역시 투자자들의 눈높이를 이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대립을 피하기 위해선 세상의 잣대에 얼마나 부합하고 있는지 되새김질 해봐야 한다.
산업을 키워야 한다는 말이 꼭 무조건적이고도 절대적인 '지원'으로 연결되는 건 아니다. 응원과 당근이 필요한 건 사실이지만 투자자들 앞에서 조목조목 눈높이에 맞는 답변도 선행돼야 한다는 얘기다.
파이프라인의 지속성, 의사결정의 합리성, 이사회의 독립성 등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잣대가 가혹할지라도 틀린건 아니기 때문이다. 시장과 바이오텍, 양측이 가진 확증편향의 균형을 찾아가는 일, 혹한을 끝낼 해빙기는 거기서부터일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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