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가포르 투자자, 엘앤에프 EB '눈물의 바겐세일' 안전장치 불구 6600억 EB 중 1720억 '손절'...위기 지적에 회사 측 "문제 없다"
이영호 기자공개 2025-02-03 09:21:16
이 기사는 2025년 01월 24일 10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시가총액 3조원이 넘는 이차전지 섹터 코스피 상장사 '엘앤에프'가 자기주식을 대상으로 발행했던 교환사채(EB) 일부를 큰 폭으로 할인해 매입한 것으로 드러났다. 업계에선 통상적 수준의 할인 폭이 아니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엘앤에프의 원금 상환능력에 의심이 커진 투자자들이 급하게 일부 원금을 손절까지 해가며 일부 자금이라도 회수한 게 아니냐는 해석을 하고 있다.24일 업계에 따르면 엘앤에프는 지난해 말 6629억원 규모 EB 중 1720억원어치를 만기 전 취득했다고 공시했다. 해당 EB는 싱가포르거래소에 상장돼 있었는데 엘앤에프가 공개매수 형태로 이를 재매입했다. 67% 할인율이 적용됐고 엘앤에프는 1720억원 EB를 1158억원에 사들였다. 엘앤에프 입장에선 발행가보다 약 33% 싸게 EB를 매입한 셈이다.
이 EB는 2023년 4월 26일 발행됐다. 만기는 2030년 4월 26일까지다. 교환 대상은 엘앤에프 주식인데 교환가액은 43만8100원으로 설정됐고, 교환청구기간은 2023년 6월부터다. 공시에서 EB 투자자들의 면면이 공개되지 않았지만 해외 기관투자자들이 매도한 것으로 추측된다.
이 공시가 눈길을 끄는 이유는 앞선 EB 투자자들이 투자원금의 상당 수준 손실을 감수하고 원금 일부를 급하게 회수했다는 사실 때문이다. 만기까지는 5년이 남은 시점이었고 조기상환청구 시점(발행 5년 후)까지는 아직 시간이 남아있는 상황이었다.
만약 추후 엘앤에프의 주가가 다시 회복될 경우 투자자들은 EB를 엘앤에프 주식으로 교환, 자본차익을 기대할 수도 있었다. 다만 주가 23일 종가 기준 8만원 중반대로 당장 교환청구를 기대하긴 힘들었다.
교환청구를 택하지 않더라도 EB 투자자가 굳이 손실을 볼 이유는 없었다. 만기까지 기다리기만 하더라도 투자원금을 챙길 수 있어서다. 약정된 이자율(2.5%)까지 받아 원금과 소액 수익을 챙긴한다면 만족스럽진 않더라도 적어도 손해를 보는 장사는 아니었다.
그러나 이들은 안전장치를 뒤로 하고 일부 손절을 선택했다. 투자자로선 가장 택하고 싶지 않은 결과다. 기업 재무에 능통한 다수의 업계 관계자들은 회사에 대한 투자자들의 우려가 반영된 결과라고 입을 모은다.
특히 채권 손절은 투자자 입장에선 발행사의 원금 상환능력이 떨어진다고 판단할 때 택하는 중대 의사결정이라는 설명이다. 비록 6600억원 EB 전체를 매도한 건 아니지만,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원금 상환 능력에 의문이 생긴 결과로 풀이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투자자가 사채를 두자릿수로 할인하면서까지 매도할 이유가 없다"며 "투자자들이 회사의 재무 사정과 향후 경영 성과에 의문을 품었다는 방증으로도 읽힌다"고 말했다.
그렇지 않아도 이차전지 섹터는 극심한 업황 불황기를 겪고 있다. 업계 안팎에서 경고음이 울리고 있다. 엘앤에프 역시 자유롭지 못하다. 최근 발표한 잠정실적에서도 부진을 거듭했다. 엘앤에프에 따르면 지난해 매출은 1조9075억원, 영업손실 5102억원을 기록했다.
엘앤에프는 이러한 지적을 정면 반박했다. EB 할인율은 재무 위험 신호와는 아무 관련이 없다는 입장이다. 회사로선 기존에 발행했던 채권을 저가에 사들이는 만큼, 회계상 상환 이익이 발생한 셈이라고 설명했다.
엘앤에프 관계자는 "채권 할인 이유는 엘앤에프 주가가 크게 떨어진 영향이고, 투자자들도 할인율을 감수하고 엘앤에프 공개매수에 응한 결과"라며 "EB가 거래소에 상장돼 있어 가격이 주식처럼 유동적으로 움직이는 상황이었다. 할인율에 있어 '일반적 기준'이란 건 없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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