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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bell desk]벤처캐피탈업계에 장수 CEO가 많은 이유는

박상희 벤처중기1부장공개 2025-02-10 08:15:31

이 기사는 2025년 02월 05일 07시42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60살 먹어도 잘하면 상 주는 거다. 공로상이 아니다. 연기를 연기로 평가해야지 인기나 다른 조건으로 평가하면 안 된다."

KBS 드라마 ‘개소리’에서 개의 목소리를 듣게 된 원로 배우를 연기한 이순재 배우가 ‘2024 KBS 연기대상’에서 대상을 수상하고 전한 소감이다. 이순재는 1935년생으로 현재 활동 중인 배우들 가운데 최고령으로 손꼽힌다. 그는 역대 최고령 연기상 대상 수상자가 됐다.

그의 수상 소감을 접하고 가슴이 뭉클했다는 말을 주변에서 많이 접했다. 90세의 나이에 여전히 ‘현역 배우’라는 타이틀을 쥐고 활동하면서 ‘대상’이라는 트로피를 거머쥔 이에 대한 경배이자 그가 전해주는 울림에 대한 이야기였다.

다들 ‘백세 시대’라고들 한다. 중요한 것은 100세까지 살 수 있느냐의 여부가 아니다. 그 나이까지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의 이슈다. 의학 기술 발전과 복지혜택에 힘입은 산술적인 수명연장 자체가 아니라 남은 인생을 얼마나 보람 있게 그리고 의미 있게 보내느냐가 더 중요해졌다.

퇴직을 머지 않은 미래로 느끼는 이들은 노동시장에서의 은퇴가 사회적 역할의 상실이나 삶의 의미가 줄어든다고 생각하는 경향이 짙다. 아직 조직이나 사회에 기여할 역할이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회적 나이가 이를 종용한다는 것이다.

한국 사회는 지난해말 초고령 사회(65세 이상 비율 20% 초과)에 진입했다. 이중근 부영그룹 회장 겸 대한노인회 회장은 초고령화 문제 해결을 위해 '노인 연령 75세 상향'을 제안했다. 정부도 이같은 움직임에 발맞추는 추세다. 일부 금융지주사가 내부 규범 내 명시된 나이제한 규정을 개정하면서, 회장이 70세가 넘어도 연임이 가능해졌다.

모든 업종을 통틀어 가장 장수 CEO가 많은 곳은 벤처캐피탈업계가 아닌가한다. 창업한 오너가 최고경영자를 맡고 있는 경우를 제외하고도 그렇다. 미래에셋금융그룹의 최장수 최고경영자인 김응석 미래에셋벤처투자 CEO는 2005년 CEO에 부임했다. 에이티넘인베스트 설립부터 함께한 개국공신으로 불리는 신기천 부회장은 2000년 CEO 자리에 올랐다.

대표이사직을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다. 솔리더스인베스트먼트 김정현 대표는 2012년부터 대표를 맡았다. 아주IB투자의 김지원 대표 역시 2015년부터 대표직을 수행하고 있다. 그밖에도 10년 이상 CEO를 찾는게 어려운 곳이 아닌게 VC업계다.

이는 단기 성과에 매몰되지 않고 장기 투자해야만 실적을 낼 수 있는 VC업의 성격도 한몫을 할 것이다. 통상적으로 벤처펀드의 만기는 8년으로, 2년 이상 만기 연장되는 경우도 드물지 않다. 펀딩부터 투자, 회수에 이르는 사이클의 선순환으로부터 누적된 성과를 평가하려면 2~3년 단기 평가만으로 충분치 않다. 이 업계에 장수 CEO가 많은 이유다.

그렇다고 베테랑 CEO들의 나이가 고령인 것도 아니다. 수십년 CEO를 역임하고 있는 주류들의 연령대는 1960년대생으로 아직 현역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나이다. 비교적 어린 나이에 CEO 자리에 올라 스스로의 역량을 입증하며 분투한 결과물이다.

VC업계는 미래 사회를 책임질 하이테크 기술과 다음 세대 트렌드에 선제적으로 투자한다. 일견 젊은 세대 벤처캐피탈리스트가 주름잡을 것 같지만 그렇지 않다. 벤처캐피탈은 저마다 투자심의위원회를 통해 투자를 결정하는데 CEO는 투심위 핵심 멤버다. 대부분 VC 대표는 본인이 여러 개 펀드 대표펀드매니저로 이름을 올리고 있기도 하다.

기술을 알아보는 식견도 중요하지만 국내외 급변하는 환경에 발맞춰 어떻게 펀딩, 투자, 회수 전략을 짜느냐가 회사 전체로는 훨씬 더 중요하다. 1990년대 후반 외환위기와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그리고 최근 팬데믹 사태에 이르기까지 예측이 불가능한 '블랙 스완'이 닥쳤을 때를 경험해 본 이들과 그렇지 않은 이들이 보여주는 위기 대처 능력은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 1980년대 SF 영화에서 봤었던 일들이 현실이 돼 가는 시대에 베테랑 CEO들이 더욱 더 빛을 발하는 이유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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