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기사는 2025년 02월 25일 07시2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대한민국 발전의 원동력이었던 석유화학 산업은 대표적인 사이클 산업이다. 짧게는 5년, 길게는 8년의 주기로 호황과 불황이 반복됐다. 기업들은 불황에도 언젠가 '빅사이클'이 온다는 기대감이 있었기에 참고 견딜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년간 사이클이 저점이었던 2001년과 2008년, 2013년 이후 업황은 활기를 되찾았다.석화업계는 2020년 또 한 번의 다운 사이클을 맞이했다. 경험대로라면 최소한 올해 턴어라운드를 기대해 볼 수 있다. 그러나 업계의 분위기는 사뭇 다르다. 이전의 위기가 고유가와 수요 부진 등에 따른 경기변동형 불황이었던 반면 지금의 위기는 글로벌 공급과잉에 따른 '구조적' 불황이기 때문이다. 국내 3대 석유화학단지를 보유한 울산과 여수, 대산이 앞다투어 정부에 지원을 요청한 건 석화산업이 전례없는 위기에 봉착했음을 보여준다.
근간에는 중국·중동발 설비 증설이 있었다. 만드는 족족 사가던 중국이 2018년부터 석화 자급을 목표로 대규모 증설에 나섰고, 급기야 2022년에 전 세계 최대 생산국이 됐다. 중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덕도 봤다. 주요국의 러시아 제재로 값싼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를 조달할 수 있었다. 러시아산 원유는 배럴당 10~20달러 저렴(국내기업 도입 가격 대비)하고 나프타는 5%가량 가격이 낮다고 알려졌다. 산유국 지위를 앞세운 중동 국가들도 석화 부문을 미래 주력산업으로 키우고 있다. 값싼 자국 원유를 바탕으로 석화산업에서 경쟁 우위를 점하겠다는 전략이다.
일말의 희망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주도하는 우크라이나 전쟁 종결 움직임이다. 러시아 제재가 완화하면 중국은 더이상 원재료를 염가로 도입할 수 없다. 반대로 국내 기업들은 러시아산 원유와 나프타를 도입해 원가 부담을 낮출 수 있다. 우크라이나 재건에 따른 전방산업 회복, 석화 제품 수요 증가도 긍정적인 요인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근본적인 문제가 해결되는 건 아니지만 당분간 숨통은 트일 것"이라며 안도했다.
2028년 글로벌 범용 석화 설비 생산능력은 6100만톤까지 확대된다. 국내 기업들이 보유한 생산능력의 5배에 달한다. 중국 특수에 기댄 성장전략은 앞으로도 통하지 않는다는 의미다. 사업재편과 구조조정을 위한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뜻이기도 하다. 트럼프 대통령이 벌어준 '시간'은 벼랑 끝에 몰린 국내 석화기업들의 마지막 기회일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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