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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의 주주환원은 현명할까 thebell note

고진영 기자공개 2025-03-21 08:19:55

이 기사는 2025년 03월 18일 07시16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뉴욕 양키스의 전설적 포수인 요기 베라는 야구만큼 뛰어난 언변으로 유명했던 인물이다. 피자 한 판을 두고 이렇게 말한 적도 있다. “4조각으로 잘라줘. 8조각은 배부르거든.”

경제학자 밀러는 이 농담을 인용하길 좋아했다. 그가 모딜리아니와 발표한 ‘부채-자본구조 무관련 이론’과 ‘배당 무관련 이론’은 자금조달 방법이나 배당이 기업가치와 상관없다는 가설이다. 피자를 어떻게 잘라도 크기가 변하진 않는 것처럼.

주식투자수익은 배당수익과 자본이득의 합이고, 배당을 10만큼 늘리면 내재가치가 빠져 10만큼 주가가 떨어진다. 결국 이쪽 조각을 저쪽 조각과 바꿨을 뿐이다. 그래서 두 사람은 배당으로 주가를 움직이겠다는 생각을 재무적인 환상이라 부른다. 자사주 매입도 마찬가지다.

삼성전자가 10조원어치 자사주 매입을 진행하고 있다. '5만 전자'를 벗어나기 위한 고육책으로 보인다. 이 회사 PBR(주가순자산비율)은 2024년 0.92배로 떨어졌다. 1배가 채 안되니 시장에서 장부가치보다도 낮게 평가받고 있다는 얘기다.

PBR이 역대급 저평가 수준인 이유는 뭘까. 주주의 요구수익률을 충족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주주들은 투자에 대한 위험부담을 보상받길 원한다. 통상 요구수익률을 넘는 ROE(자기자본이익률)를 실현해야 기업에 초과이익 창출역량이 있다고 판단하며, PBR이 1배를 넘을 가능성도 높다.

이 요구수익률은 CAPM(Rf+β×MRP)이라는 평가모델을 통해 계산할 수 있다. MRP(시장위험프리미엄)를 6%로 잡고 삼성전자의 52주 베타값 1.33, 무위험지표금리 3.18%를 적용할 경우 삼성전자의 기대수익률은 11% 수준으로 계산된다.

하지만 삼성전자 ROE는 2024년 9%에 그쳤다. 초과이익 창출은 커녕 기본도 맞춰주지 못했다. PBR이 낮을 수밖에 없다. 경쟁사 TSMC의 ROE가 30%, PBR은 7.8배를 기록한 것과 대조적이다.

주주환원으로 PBR을 높일 순 있을까. 밀러의 이론에 따르면 소용없다. 환원을 했을 때 PBR의 분모(순자산)가 줄어드지만, 분자(시총)도 덩달아 축소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 주가는 자사주 소각계획을 발표한 작년 11월과 마찬가지로 5만5000원 주변을 맴돌고 있다.

시장 관계자는 "자본을 투입해 미래수익을 늘리는 방향으로 근본가치를 높여야하는데 주주환원을 강조하는 게 우려스럽다"라며 "기술혁신이나 성공적인 인수합병 소식이 필요해보인다"라고 말했다. 아무튼 더 큰 피자를 구워야 할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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