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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장사 배당 10년]'GBC 부지'가 바꾼 현대차 배당정책③'짠물 배당' 옛말, 3년간 7.5조 배당…투자자와 충돌에 태세 전환

고진영 기자공개 2025-03-10 08:08:37

[편집자주]

배당은 투자에 대한 직접적 보상을 제공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 가장 기본적인 주주환원 방식이자 신뢰 구축의 수단이다. 또 배당정책은 기업의 재무상태와 현금흐름, 성장 수준을 나타내는 가늠자로도 기능한다. 단순한 이익분배를 넘어 잉여현금흐름을 효율적으로 관리, 주주와 경영진간 이해관계 일치를 도모하는 메커니즘으로 작용하고 있다. THE CFO가 지난 10년간 코스피 상장사들의 배당내역과 추이 변화를 되짚고 그 재무적 배경을 분석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3월 05일 11시14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현대자동차는 배당정책이 꽤 급격히 변화한 기업으로 꼽힌다. 성장만 보고 달리던 시절엔 환원에 인색했지만, 이제 주당 1만원 이상을 무조건 약속하고 있다. 특히 '글로벌비즈니스콤플렉스(GBC)' 설립 계획이 꽤 큰 영향을 미쳤다.

GBC는 근 20년 가까이 현대차그룹의 숙원으로 남아있는 사업이다. 부지를 사들일 때도 말이 많았는데 당시 외국인 주주들과의 갈등이 배당에 대한 근본적 기조를 바꾸는 계기가 됐다.

◇앞만 보던 성장기…'배당보다 투자'

THE CFO가 집계한 바에 따르면 현대차는 2015년부터 2024년까지 총 14조6721억원을 배당금으로 지출했다. 별도법인의 지급일 기준으로 셈했으며 이 기간 코스피 전체 배당액에서 5% 남짓을 차지하는 규모다. 92조원을 배당한 삼성전자를 제외하곤 두번째로 많다.

특히 최근 배당액이 큰 폭으로 점프했다. 현대차는 2015년 이후 대체로 1조원 안팎의 배당총액을 유지해왔다. 하지만 2023년엔 2조3583억원, 2024년 3조7943억원으로 급격히 늘었다. 2년 새 배당규모가 3배 넘게 껑충 뛴 셈이다. 성장기였던 2000년대 초반과 비교하면 확연히 달라졌다.

애초 현대차는 배당에 보수적 태도를 고수했었다. 주주환원보다는 성장과 확장, 위기 타개가 급했기 때문이다. 실제로 2000년 즈음 현대차는 IMF 외환위기에 따른 내수침체, 정몽구 명예회장과 정몽헌 회장 사이에 벌어진 ‘왕자의 난’, 미국시장에서의 품질 이슈 등이 연쇄적으로 일어나면서 위기 중첩에 빠져 있었다.

이후 회사는 기아자동차(현 기아)를 인수하고 품질경영조직을 신설, 글로벌 전역에 생산기지를 세우는 등 바쁘게 움직였다. 2000년 전무하다시피 했던 현대차의 해외 생산량은 2014년 440만대 수준으로 증가했고 이 기간 해외생산 비중도 0%에서 49%까지 뛰었다.

현대차 최초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인 ‘산타페’ 역시 2000년 개발했다. 미국시장에서 재기의 발판을 만들어준 제품이다. 2008년엔 ‘제네시스’를 내놔 2009년 올해의 북미 자동차로 선정됐으며 2011년은 다시 ‘엘란트라’가 올해 북미의 차로 꼽혔다.

빠른 성장에 전념한 만큼 재원을 배분할 여력은 빠듯했다. 2000년에서 2014년까지 15년 동안 현대차는 벌어들인 돈보다 설비에 투자한 돈이 더 많았다. 이 기간 누적 영업활동현금흐름이 연결 기준으로 약 57조원인데 자본적지출(CAPEX)로 61조원을 썼다. 2000년대 배당성향이 10%대 수준에서 주로 오르내린 배경이다.

게다가 현대차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쳤을 때, 비용절감에 열을 올리면서도 자동차 생산량은 오히려 늘렸다. 경제 전반에 불어온 한파에 글로벌업체들이 감산에 나섰던 것과 대조적이다. 덕분에 완성차시장에서 위상이 급상승했지만 2010년대 배당성향은 10% 밑으로 떨어졌다.


◇부동산 투자 웬말, 투자자 압박에 배당 확대

유의미한 배당 확대 움직임이 처음 있었던 것은 2015년이다. 현대차는 2014년(지급일 기준) 보통주 1주당 1950원을 배당했는데 2015년 주당 3000원으로 확대하면서 배당성향을 6.2%에서 11.1%로 올렸다. 2014년 순이익이 주춤했는데도 감행한 결정이다. 외국인 투자자들의 압박이 크게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당시 강남의 마지막 금싸라기 땅으로 불리던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 부지를 10조5500억원에 사들였다. GBC 건립을 위한 부지인데, 감정가 3조3000억원을 3배 이상 웃돈 통 큰 배팅이었다. 입찰경쟁에 참전했던 삼성전자가 써낸 입찰가와 비교해도 두 배는 더 비쌌다.

회사 측은 ‘미래를 내다 본 대계’라고 강조했지만 외국 기관투자자들의 충격과 반발은 상당했다. 본업을 잘해서 주가를 띄울 게 아니라면 차라리 배당으로 투자금을 돌려달라는 비판이었다. 주주 이익을 무시한 부동산 투자라는 이유로 지배구조를 문제 삼았다.

결국 21만원대였던 주가가 15만원 밑까지 떨어지자 현대차는 컨퍼런스콜을 통해 주주친화정책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했다. 기업 이익의 일정 부분을 배당이나 투자 등에 사용하지 않으면 과세하겠다는 기업소득환류세제(현 투자·상생협력촉진세제)가 2015년 2월 도입된 것도 한몫했다는 평이다. 현대차가 반기 배당을 시작한 것 역시 이때부터다.

◇성장은 했는데…PER는 '후퇴'

이후 현대차는 코로나19 영향으로 중간배당을 포기했던 2020년을 빼면 2021년까지 약 1조원을 7년간 거의 일정하게 배당했다. 그러다 2022년(2021년에 대한 연간 배당금)부터 재차 배당을 대폭 확대하기 시작한다. 그 해 주당 배당금을 3000원에서 5000원으로 늘렸고 2023년엔 중장기 주주환원정책을 발표, 배당성향 25% 이상을 약속하고 반기 배당을 분기 배당으로 확대했다.


또 지난해는 다시 ‘2024 현대자동차 밸류업 프로그램’을 통해 총 주주환원율(TSR) 개념을 새로 도입하고 2025년부터 2027년까지 TSR 35% 이상을 유지하기로 했다. 기존 배당성향 25%보다 10%p 이상 올랐으며 최소 배당금 개념까지 도입했다. 적어도 연간 주당 1만원 이상을 풀겠다는 계획이다.

배당이 워낙 급격하게 확대됐기 때문에 현대차는 2022년부터 작년까지 배당한 금액만 7조5000억원에 달한다. 10년간 배당한 총액의 절반 이상이 최근 3년에 쏠려 있는 셈이다. 공격적 배당정책의 배경엔 역대급 호실적도 있으나 주가 저평가에 대한 고민도 작용한 것으로 보인다.

현대차는 5년 전과 비교해 2024년 연결 순이익은 4배 이상 뛰었는데 주가수익비율(PER)은 오히려 11.2배 수준에서 4.4배 수준으로 하락했다. 실적의 비약적 상승을 주가가 따라오지 못했다는 뜻이다. 조만간 현대차 성장이 멈출 수 있다는 ‘피크아웃’ 우려 등이 영향을 미쳤다는 평이다.


올해 현대차의 가이던스를 보면 연간 도매판매 목표를 417만대로 제시했다. 소폭이긴 하지만 작년(414만대)보다 높여 잡았다. 연말까지 16조9000억원에 이르는 투자를 계획 중이지만 배당정책은 그대로 유지한다.

회사 측은 “주당 1만원의 최소 배당금과 자사주 매입 등 밸류업 프로그램을 차질없이 진행하고 가이던스도 달성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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