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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지 않는 옷이 된 '스틱의 상장'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5-04-16 08:07:01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0일 07시10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틱인베스트먼트(이하 스틱)는 최근 국내외 행동주의 펀드의 타깃이 됐다. 미국 PEF 운용사인 미리캐피탈은 수년 전부터 꾸준히 스틱 지분율을 늘려왔다. 여기에 더해 국내 대표 행동주의 펀드인 얼라인까지 합류했다. 두 운용사 지분을 합치면 17.42%에 달한다. 도용환 스틱 회장과 특수관계인 보유 지분은 19.45%에 불과하다. 2%P 격차뿐이다.

두 운용사는 아직 적극적인 공세를 펼치고 있지는 않다. 개별적으로 스틱 경영진과 만나 여러 사업적 조언을 주고받은 상황이다. 저평가 상황을 지적하며 적극적인 IR 등도 주문한 것으로 알려졌다.

한 국내 대형 PE 대표는 스틱과 관련된 일련의 사태에 대해 "사모펀드(PEF) 운용사에게 상장은 맞지 않는 옷"이라는 평가를 했다. 맞지 않는 옷이라, 뼈가 있는 말에 대해 곰곰이 되짚어 봤다.

먼저 '스틱은 왜 상장을 했나'라는 근본적인 질문부터 시작해보자. 스틱은 2021년 모회사이자 코스피 상장사였던 디피씨와의 합병을 통해 우회상장됐다. 표면적으로 우회상장은 공시대상 기업집단 지정 회피 목적이 컸다. 당시 자산이 5조원을 넘어서면서 규제 대상이 됐다. 이에 합병 후 디씨피의 제조업을 매각해 PEF 전업 집단으로 지정받았고, 결국 규제를 피할 수 있었다.

명분도 내세웠다. 상장 근거로 △용이한 자금조달 △우수인재 확보 △지배구조 안정화 등을 들었다. 스틱은 당시 운용자산이 4조원이 넘는 대형 PEF로 발돋움한 시기였다. 더 큰 펀드를 만들기 위해서는 수백억 원의 GP 커밋(운용사 출자금)이 필요했다. 해당 자금을 손쉽게 조달하기 위해 상장이 필요하다는 논리가 설득력을 얻었다. 상장사는 증자나 메자닌 발행을 통해 자금 조달이 용이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임직원들에게 성과급 대신 주식으로 보상을 주면서 인재 유치나 핵심 운용역 이탈 방지라는 당근책을 제시할 수 있다는 점도 상장 추진 근거였다.

하지만 상장 후 4년이 지난 시점에서 이 같은 논리는 크게 당위성을 잃은 모습이다. 스틱은 지난해 2조원이 넘는 신규 펀드를 조성했지만, 신규 자금 조달은 없었다. 내부 유보금으로 감당이 가능했기 때문이다.

성과급을 통한 인재 확보와 지배구조 안정화 역시 큰 효과가 없었다. 성과급으로 주식을 받은 경우가 드물었고, 그렇게 확보한 주식도 소량에 불과했다. 대신 큰 성과보수는 현금으로 받았다. 그 결과 우회 상장 전이나 후나 특수관계자 지분율은 딱 19% 정도다.

결과적으로 스틱에 상장은 맞지 않는 옷이 됐다. 운영사의 자산은 '사람'뿐이다. 사실상 회사 유보금도 최소한으로 둔다. 좋은 투자를 하면 운용역들에게 최적의 보상을 하고 회사는 단순히 비히클 역할만 하는 것이 이 업의 기본이다. 대신 책임은 파트너들이 진다. 물론 지속 가능한 투자를 위해 비히클도 탄탄해야겠지만 그건 부수적일 뿐이다. PEF 운용사에게 상장이 멍에로 다가오는 이유다.

그럼에도 스틱은 상장의 길을 걸었다. 이제 상장사로의 책무를 다해야 한다. 밸류업에도 신경 써야 한다. 파트너가 아닌 외부 투자자들의 감시도 받아야 한다. 스틱은 상장사 PEF의 새로운 길을 개척할 수 있을까. 현재로서는 맞지 않는 옷에 적응해야 할 일만 남았다. 제법 고단한 여정이 될 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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