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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가운' 환경산업 투자의 진화 [thebell desk]

박창현 M&A부장공개 2024-08-20 08:27:58

이 기사는 2024년 08월 16일 14:09 thebell 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스포츠가 매력적인 이유는 스토리가 있기 때문이다. 선수의 땀과 노력에 서사가 더해지면서 대중의 큰 이목을 끈다. 일례로 야구 1경기에는 평균 150개의 공이 사용된다. 똑같은 공이지만 스토리가 더해지면 가치가 달라진다. 롯데 이대호 선수의 9경기 연속 홈런볼과 삼성 이승엽 선수의 56호 홈런볼, 기아 김도영 선수의 최연소 30-30 달성 홈런볼 등 큰 서사 안에 있는 공들은 다른 가치를 지닌다.

투자업도 마찬가지다. 스토리가 있어야 투자자들의 관심을 끌고 산업이 형성되며 생태계가 발전한다. 그런 의미에서 최근 일고 있는 PE들의 환경산업 투자 전략과 패러다임 변화는 크게 반길 만하다.

폐기물 처리로 대표되는 환경 산업은 PE들이 개척하고 성장시킨 대표적인 투자 섹터다. 2010년대만 해도 폐기물 산업은 음지의 영역에 있었다. 중소도시를 중심으로 소규모 업체들이 난립해 운영된 탓에 제대로 된 시스템 없이 주먹구구식으로 운영됐다. 불법 매립과 무허가 이슈, 조직 폭력배 연계 등 신문 사회면을 장식하기 일쑤였다.

하지만 PE의 눈에는 성장성을 갖춘 새로운 투자처였다. 쓰레기는 인류가 번성하는 한 숙명적으로 함께 해야 하는 그늘과 같다. 사업의 안정성과 연속성이 보장된 셈이다. 여기에 지자체 허가를 받아야 하는 탓에 진입장벽도 높았다.

투자 조건이 충족되자 PE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기관들을 설득해 투자에 나섰고 곧 가시적인 성과를 내기 시작했다. 경영 효율화와 대형화에 적극 나서면서 결과적으로 음성화된 시장을 양지로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이 과정에서 IMM인베스트먼트와 어펄마캐피탈, KKR 등이 초대형 딜을 성사시켰다. 또 E&F PE와 VL인베스트먼트, 제네시스PE 등 라이징스타들이 등장하면서 시장에 새로운 활력도 불어넣었다.

다만 투자 10년 차가 지나가면서 기존 환경업 투자 문법은 한계에 직면했다. 치솟던 폐기물 처리 단가가 하향 곡선을 그리는 데다 관련 산업 재편이 어느 정도 끝나면서 업사이드를 기대하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PE들도 새로운 투자 패러다임을 제시하면서 활로를 찾고 있다. 단순 폐기물 처리를 넘어 투자 관점을 ESG로 확장하는 것이 골자다. 재활용을 포함한 자원순환과, 폐기물 에너지화, 더 궁극적으로 그린수소를 통한 수소 경제로 투자의 폭을 넓히고 있다.

E&F PE의 최근 행보가 이와 결을 같이한다. E&F PE는 이달 레미콘·골재 전문기업 '한라엔켐'을 인수했다. 레미콘과 석산업 모두 환경 이슈와 밀접하게 연계돼 있다. 규제 수준이 높아짐에 따라 결국 대형화를 이룬 업체만이 살아남을 수밖에 없다. 선제적으로 투자를 단행해 시장 선점에 나선 형국이다.

글로벌 PE들도 귀신같이 냄새를 맡고 다시금 지갑을 열고 있다. ESG 투자 의무에 더해 환경산업의 인프라적 가치 또한 높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미 국내 최대 폐기물 기업인 에코비트 인수전에 칼라일과 케펠인프라, 거캐피탈 등이 출사표를 던졌다. 최근에는 스웨덴 발렌베리 가문 투자사 EQT파트너스가 제네시스PE의 재활용 플랫폼을 조단위 금액을 주고 인수하기로 결정하기도 했다.

어떤 스토리를 어떻게 입히느냐에 따라 산업의 가치와 성장 규모가 결정된다. 환경 산업의 경우 한 단계 성장을 이뤘고 이제 정체와 도약의 기로에 서 있다. PE들은 과연 돌파구를 찾을 수 있을까. '환경 산업 투자 2.0', 그 진화의 시계는 움직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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