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bell

전체기사

[에쓰오일 밸류업 점검]위기마다 대규모 투자…'샤힌 프로젝트'에 거는 기대①국내외 금융위기 1997년·2008년에도 투자로 성장 경험

정명섭 기자공개 2025-04-14 07:00:08

[편집자주]

K-밸류업 정책이 본격화하면서 구체적인 프로그램이 윤곽을 드러냈다. 기업들은 정부의 가이드라인에 맞춰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하는 등 바쁘게 움직이는 모습이다. 지배구조, 이익창출력, 주주가치 등 여러 방면에서 전략을 마련하고 있다. 정책에 호응하는 한편 미래지속가능성장을 위한 투자유치 기회로 삼고 있다. 에쓰오일이 준비하는 밸류업 전략을 살펴보고 시장의 가치평가 기준이 되는 재무·비재무 요소를 짚어본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09일 15시58분 thebell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에쓰오일이 그간 위기 국면마다 꺼낸 카드는 대규모 투자였다. 정유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입을 석유화학 분야로 확장하는 데 투입해 이익 수준을 한 단계 키우는 전략이었다. 에쓰오일의 창사 이래 최대 투자인 '샤힌 프로젝트'도 앞선 투자들과 방향성이 같다. 에쓰오일의 샤힌 프로젝트 성공 여부는 밸류업 목표와 주주환원 확대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밸류업 핵심, 샤힌 프로젝트 완수 통한 수익성 강화

에쓰오일은 최근 기업가치제고 계획 공시를 통해 샤힌 프로젝트의 완수로 밸류업 목표를 달성하겠다고 밝혔다. 주요 과제로는 △프로젝트 예산 및 기한 내 기계적 완공 △샤힌 프로젝트 품질 관리 △안정적인 상업가동 및 마케팅 등을 제시했다. 다만 경쟁사들과 달리 구체적인 매출과 이익 목표치를 밸류업 계획에 담지 않았다.

샤힌 프로젝트는 에쓰오일이 울산 온산국가산업단지에서 추진 중인 초대형 석유화학단지 구축 프로젝트를 말한다. 석유화학 기초 원료인 에틸렌을 생산하는 스팀 크래커 설비, 원유를 직접 석유화학 연료로 전환하는 TC2C 시설, 고부가가치 제품을 생산하는 폴리머 시설과 저장탱크 등이 구축되는 사업이다. 총사업비는 9조2580억원에 달한다. 에쓰오일의 모회사인 사우디 아람코가 투자하는 역대 최대 규모의 사업이다.


기계적 준공 예상 시점은 2026년 6월, 상업가동 시점은 같은 해 하반기다. 설비 구축이 끝나면 에쓰오일은 석유화학 매출 비중이 이전보다 2배 이상(12%→25%) 커진다. 에쓰오일은 샤힌 프로젝트 설비의 조기 가동률 증대를 위해 주요 생산품에 대한 프리마케팅에 나선다는 방침이다. 울산 주요 석유화학사들의 원재료 수요 상당 부분을 가져오는 게 회사의 목표다. 아람코의 글로벌 네트워크를 활용해 관련 제품 수출을 키우는 방안도 검토 중이다.

지난 1월 기준 샤힌 프로젝트의 EPC(설계·구매·건설) 진행률은 54.9%다. 에쓰오일은 올해 샤힌 프로젝트에 자본적지출(CAPEX) 3조4800억원이 투입된다. 작년 CAPEX(2조7160억원) 대비 28% 증가한 수치다.

◇위기마다 대규모 투자 단행

대규모 투자는 에쓰오일이 시장 침체기마다 꺼낸 위기 극복 카드였다. 에쓰오일은 아시아에 금융위기가 확산하기 직전인 1997년 4월 벙커C 크래킹센터(BCC) 1차 투자(1조원 규모)를 완료했다. 이는 벙커C유를 휘발유, 경유 등의 고부가가치 제품으로 전환하는 설비다. 에쓰오일은 이어 2002년 자일렌센터, 벙커C 탈황시설이 완공해 총 1조5000억원의 투자를 마쳤다.

당시 단행한 투자는 한국이 'IMF(국제통화기금) 사태'를 견딘 후 빛을 발했다. 내수 활성화와 중국 경제 성장 등으로 경질유 수요가 급증했다. 1995년 1120억원 수준이던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1997년 6860억원을 기록했고 2004년 1조2250억원까지 늘었다.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이 1조원을 넘은 건 당시 처음이었다.

에쓰오일은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에도 대규모 투자를 결정했다. 1조3000억원을 들여 파라자일렌 등 석유화학 제품 생산설비를 건설하는 프로젝트였다. 파라자일렌은 합성섬유 폴리에스테르의 원료다. 2011년 4월 투자가 마무리되자 에쓰오일의 석유화학 부문 생산능력은 기존보다 2배 이상 늘었다. 당시 에쓰오일의 파라자일렌 생산능력은 연산 180만톤 규모였다. 단일 공장으로는 세계 최대 규모였다. 에쓰오일은 아시아 지역 파라자일렌 수요 확대에 힘입어 그해 역대 최대 이익(약 1조6980억원)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에쓰오일은 2010년대 중반에는 국제유가가 급락한 시기에도 울산 온산국가산단 내 복합석유화학시설 투자를 단행했다. 5조원을 들여 잔사유 고도화시설(RUC)과 올레핀 하류시설(ODC)을 신설하는 투자였다. RUC는 원유 정제 후 남은 찌꺼기 기름인 잔사유를 재처리해 휘발유와 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다. ODC는 프로필렌으로 고부가가치 제품인 산화프로필렌, 폴리프로필렌 등을 생산하는 설비를 말한다.

이는 2014년 국제유가가 100달러에서 70달러 선으로 급락한 시기에 결정된 투자라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글로벌 정유·석유화학 기업들은 모두 신규 투자를 중단했기 때문이다.

2018년 관련 투자가 종료된 후 에쓰오일의 영업이익은 2021년 2조1410억원, 2022년 3조4050억원 등으로 빠르게 늘었다.

◇샤힌 프로젝트 성과, 배당성향 회복과 직결

샤힌 프로젝트의 성과는 배당성향 회복 여부에 적지 않은 영향을 미칠 것으로 전망된다. 에쓰오일은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배당성향 40~50% 수준을 유지해왔다.

그러나 석유화학 설비 증설 부담으로 2018년에 배당성향을 30%대로 낮췄고 이듬해 배당 가이드라인을 통해 배당성향을 '30% 이상'으로 유지하겠다고 공식화했다.


2023~2024년에는 배당성향 '20% 이상'으로 하향 조정됐다. 최근 5년 사이 배당성향이 50%대에서 30%대로, 다시 20%대로 떨어진 셈이다. 실제로 2023년 배당성향은 20.9%로 최근 10년 새(무배당한 2020년 제외) 가장 낮았다. 그간 에쓰오일의 평균 배당성향은 39%였다.

에쓰오일은 올해와 내년 배당성향 가이드라인도 '20% 이상'으로 정했다. 샤힌 프로젝트에 조 단위 비용이 투입되다 보니 배당정책을 보수적으로 설정한 것으로 분석된다.
< 저작권자 ⓒ 자본시장 미디어 'thebell',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

더벨 서비스 문의

02-724-4102

유료 서비스 안내
주)더벨 주소서울시 종로구 청계천로 41 영풍빌딩 4층, 5층, 6층대표/발행인성화용 편집인김용관 등록번호서울아00483
등록년월일2007.12.27 / 제호 : 더벨(thebell) 발행년월일2007.12.30청소년보호관리책임자황철
문의TEL : 02-724-4100 / FAX : 02-724-4109서비스 문의 및 PC 초기화TEL : 02-724-4102기술 및 장애문의TEL : 02-724-4159

더벨의 모든 기사(콘텐트)는 저작권법의 보호를 받으며, 무단 전재 및 복사와 배포 등을 금지합니다.

copyright ⓒ thebell all rights reserve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