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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밸류업 성과 평가]DB하이텍 ROE 개선 무색…지배구조 이슈 '발목'오너일가 비등기임원 등재…물적분할 무리한 추진도 비판

이돈섭 기자공개 2025-04-18 08:15:43

[편집자주]

정부가 기업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후 어느덧 해가 바뀌었다. 그간 모두 125개의 기업이 가치제고 계획을 공시했다. 이른바 '단타'가 만연한 국내 증시의 관행을 벗어나, 기업은 원활한 자금조달을 토대로 성장하고 국민은 그 성과를 향유해 재투자하는 선순환적 자본시장을 구축하겠다는 포부다. 하지만 코리아 디스카운트라는 해묵은 숙제를 풀려면 제도 수립만큼이나 기업 스스로의 지속적이고 실질적인 노력이 필수적이다. 밸류업 계획을 내걸었던 기업들은 지난 한 해 어떤 성과를 거뒀을까. 더벨 SR(Search & Research)본부가 밸류업 계획을 밝힌 기업들을 전수 조사해 자체 평가를 실시했다.

이 기사는 2025년 04월 14일 15시02분 THE CFO에 표출된 기사입니다

각종 투자 지표에서 호평을 받은 DB하이텍이 후진적 지배구조 이슈에 발목을 잡혔다. 지배구조 등급 평가가 이뤄진 시점 전후로 일반주주 이해관계를 고려치 않고 자회사 물적분할을 무리하게 추진한 점과 오너 일가가 미등기임원으로 고액의 연봉을 받고 있는 점 등이 지배구조 평가에 부정적으로 작용하면서 종합 점수에 악영향을 미쳤다.

THE CFO는 지난 달 31일까지 기업가치 제고 계획을 공시한 코스피·코스닥 기업 125개 사를 조사했다. △자기자본이익률(ROE) △주가순자산비율(PBR) △총주주수익률(TSR) △ROE 증분(△ROE) △PBR 증분(△PBR) △지배구조 등급 (한국ESG기준원) 등 총 6개 요소를 기준으로 점수를 책정했으며 각 항목 당 만점은 20점(총점 120점)으로 책정했다.

지배구조 항목의 경우 한국ESG기준원이 지난해 10월 책정한 등급을 활용했다. A+를 20점 만점 기준으로 등급이 한 단계씩 낮아질 수록 4점씩 차등을 뒀다. A등급이 16점, B등급이 12점, B등급이 8점 C등급이 4점, D등급은 0점이다. 지배구조 등급 책정 시기 기준 상장한 지 1년이 채 지나지 않은 기업의 경우 지배구조 등급이 존재하지 않는다.

밸류업 공시를 이행한 코스피 상장사 103곳(금융회사 포함) 중 지배구조 등급이 C등급 이하인 곳은 DB하이텍과 KG스틸, KG케미칼, 한미약품, 파라다이스 등 5개 기업이었다. 코스닥 기업의 경우 C등급 이하인 곳이 조사대상 밸류업 공시 기업(22곳)의 70% 비중(15곳)에 육박, 코스피 상장사에 비해 지배구조 등급이 열악한 모습을 연출했다.

DB하이텍은 밸류업 공시 코스피 상장사 중 유일하게 지배구조 영역에서 0점을 받았다. ROE(자기자본이익률) 점수가 16.34점, PBR(주가순자산비율) 점수가 10.24점으로 해당 영역에서는 중상위권 점수를 취득했지만, 지배구조 점수를 받는 데 실패하면서 종합 점수가 38.29점에 그쳤다. 밸류업 공시 코스피 상장사 83곳 중 하위 10위 수준이다.

한국ESG기준원은 기업 이사회 구성과 운영 현황 등을 바탕으로 정량평가를 실시한 다음, 시장에 악영향을 미치는 이슈가 있는 경우 이에 대한 정성평가를 실시해 최종 등급에 반영한다. DB하이텍의 지배구조 등급은 지난해 10월 발표된 결과로 한국ESG기준원이 해당 평가 시점 기준 최근 1년 간 이 기업 지배구조 면면을 분석한 결과다.


눈에 띄는 점은 김준기 창업회장과 그 아들 김남호 회장이 미등기임원에 나란히 이름을 올려놓은 것이다. 김 창업회장 부자가 2023년 한 해 DB하이텍에서 수령한 보수는 각각 34억원과 31억원. 성범죄 혐의로 회장직을 내려놓은 김 창업회장의 경우 미등기임원으로 고액 연봉을 받으며 그룹에 영향력을 행사한다는 비판에서 자유롭기 힘들다.

2023년 말 당시 대표이사가 이사회 의장을 겸직하고 있는 점과 사외이사후보추천원회에 경영진 사내이사가 참여하고 있던 점 역시 지배구조 등급에 마이너스 요소였다. 여기에 오너 일가가 지분 전체를 보유하고 있는 일부 계열사가 그룹 내부거래 등을 통해 성장했다는 의혹이 시장 안팎에서 불거져 온 점도 부담으로 작용했을 가능성이 있다.

반도체 설계사업을 자회사 형태로 물적분할키로 한 점도 시장에 부정적 영향을 끼쳤다는 지적도 있다. 이 과정에서 당시 DB하이텍 지분 7.05%를 보유하고 있던 사모펀드 KCGI는 알짜 사업부문을 떼내기로 한 결정을 비난하며 회사의 거버넌스를 개선해야 한다면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KCGI는 같은해 말 DB하이텍 지분을 전량 매각했다.

DB하이텍이 밸류업 정책을 발표한 것은 그 직후다. DB하이텍은 향후 5년 간 주주환원율을 30%대로 유지하고 배당성향을 최대 20%까지 끌어올린다는 취지의 지배구조 개선과 주주환원 정책을 발표했다. 금투업계 관계자는 "장기 투자자를 유치하고 주가 수준을 안정적으로 유지하기 위해서는 후진적 지배구조 이슈를 해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지배구조 등급 C등급을 받은 한미약품도 작년 한해 경영권 분쟁으로 시끄러웠던 기업 중 한 곳이다. 한미약품그룹은 2023년 OCI홀딩스와 결합을 추진했다가 해당 의사결정에서 오너가 일부 일원이 반대 의사를 표명, 경영권 분쟁을 일으키면서 파장을 일으켰다. 현재는 모든 상황이 종료됐지만, 평가 시점 기준 해당 이슈는 진행 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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